“닭고기 가격 인하 요구에 업계 난색”...라면·과자 이어 내릴까
업계 “생산비 올라, 가격 낮추는 공급 확대는 무리”
업계, 2018년 공급 부족에 높은 가격으로 최대이익 달성
전문가 “적은 공급 상황 유지… 담합 여지 있어, 정부에 협조해야”
정부 “협조 이뤄지면 9월부터는 닭고기 가격 안정세 보일 것”
육계업계가 정부의 가격 안정 협조 요청에 앓는 소리를 내고 있다. 생산에 필요한 비용이 오른 상황에서 최종 산물인 닭고기 가격을 내리라는 요청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높은 닭고기 도매 가격의 원인이 생산비 부담보다는 공급 부족에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가 공급량을 적게 유지하는 것은 생산비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16일 조선비즈 취재에 따르면 육계업계는 정부가 물가안정 노력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당장 평년 수준으로 가격을 낮추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번 달 닭고기 도매가격은 ㎏당 4343원으로 지난달 대비 9.8% 올랐고, 지난해 7월과 비교해도 15.8% 올랐다. 2021년 7월 닭고기 도매가격은 같은 기준 3087원이었고, 2020년에는 2567원으로 나타났다.
육계업계는 공급 감소와 수요 증가로 가격이 오른 상황은 맞지만, 닭고기 생산을 늘리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고 높은 생산비로 수익성이 떨어진 상황이라는 주장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육계용 배합사료 가격은 지난해 11월 ㎏당 679원으로 고점을 기록한 뒤 지난 5월 652원까지 내렸다. 그러나 2021년(503원)에 비해선 올랐다.
병아리 가격도 비싸졌다.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마리당 844원으로 고점을 기록한 평균 병아리 가격은 같은 해 11월 500원까지 떨어졌지만, 점차 오르더니 지난 2월부터 마리당 800원을 기록하고 있다.
◇ 업계, 2018년 공급 부족에 따른 높은 가격으로 최대 이익 달성
업계가 공급 확대를 위한 정부 요청에 난색을 표하는 것이 공급 부족 상황을 유지해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육계업계가 2018년 3분기에도 성수기 공급 부족 상황을 이어가면서 이익을 극대화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2018년 7월 육계 도축마릿수는 7041만마리로 평년보다 6.1% 적었고, 같은 해 8월 9월 도축마릿수도 각각 6545만마리, 5815만마리로 평년 대비 6.6%, 10.2% 적었다.
당시 닭고기 도매가격 역시 평년과 유사한 도축마릿수를 보였던 해에 비해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2018년 7월 닭고기 도매가격은 ㎏당 2936원으로, 도축마릿수가 평년과 74만마리밖에 차이가 나지 않던 2021년 7월 가격(2567원)과 비교하면 14.4% 더 비쌌다.
2018년 8월의 도매가격 역시 ㎏당 3196원으로 해당 월의 도축마릿수가 평년과 23만마리 차이였던 2021년과 비교하면 14.4% 높았다.
당시 하림은 육계·육가공부문에서 3분기 기준 최근 5년 내 최고 실적을 냈다. 2018년 3분기 하림의 해당 사업부문 매출은 2367억원을 올렸으며, 12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액으로만 보면 2021년 3분기(2886억원), 2022년 3분기(3255억원)보다 낮았지만, 영업이익은 2021년보다 9억원가량 많았고, 2022년보다 135억원 많았다.
동우팜투테이블도 2018년 3분기에 최근 5년간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동우팜투테이블의 2018년 3분기 매출은 755억원, 영업이익은 109억원으로 나타났다.
해당 영업이익은 2021년 3분기 영업이익(28억원)의 3배가 넘는 수준이었으며, 2022년 3분기와 비교하면 47배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닭을 적게 키워 비싸게 팔 수 있는 상황인 만큼 업계에서는 가능한 이를 유지하고 싶지 않겠냐”면서 “정부 입장에서는 가격 안정을 위해 생산량을 늘리고 싶겠지만, 업계는 생산량을 늘리는 데 큰 유인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 정부 “공급 부족이 높은 닭고기 가격 원인” ...전문가 “업계 의도적 공급 줄이면 담합 오해”
정부는 높은 닭고기 도매 가격의 원인이 생산비 부담보다는 공급 부족에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3월 육계도축마릿수는 6367만마리로 평년 대비 4.8% 줄었다. 4월에는 5777만마리로 평년보다 13.9% 적었고, 5월(6454마리)과 6월(6504마리)에도 각각 8.3%, 7.9% 적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계육 계열화 사업자들이 평년 수준으로 닭을 공급하는데도 닭고기 가격이 오른다면 생산비 문제로 오른다고 보겠지만, 지금은 절대적으로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가격이 오르는 것”이라면서 “공급 부족 문제에 대해서 지난 4월에도 업계와 회의를 했고, 늘려보겠다고 했지만 실제 공급량이 늘어나지 않으면서 지금에 오게 된 것”이라고 했다.
농식품부는 업계가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한 요청 역시 기업의 경영을 제약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종란을 수입해 이를 육계로 출하하기까지는 53일이 걸리기에 당장 수입이 이뤄진대도 9월에나 그 효과가 나타나며, 병아리를 사들여 키운다고 해도 한 달 이상 시간이 걸리기에 다음 달 말부터나 가격 안정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높은 상황에서 닭고기 생산 업체가 생산량을 늘리지 않는다면 담합으로 오해받을 수 있기에 정부에 협조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업계가 의도적으로 공급을 줄이거나, 지속해서 낮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담합으로도 볼 여지가 있다”면서 “업계가 높은 가격에 기대서 영업을 하기보다는 정부에 적절한 지원을 요청하면서 정부의 요청에 협조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했다.
닭고기 공급 부족은 닭고기 생산을 위한 종계 수가 충분치 못한 상황에서 올해 초 저병원성 AI와 이상기온으로 인해 생산성이 떨어지면서, 병아리 수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발생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평년 5월 478만마리 수준인 육용종계 성계 수는 지난 1월에는 452마리였으며, 지난 5월에도 평년 수준에 조금 못 미치는 472만마리로 집계됐다. 종계 생산성도 떨어져 평년 기준 종계 한 마리 당 병아리 생산은 130마리지만, 지난 5월 기준 생산성은 123마리에 그쳤다.
농식품부는 업체들이 병아리를 사들여 키우는 것을 확대하고, 종란을 수입해 닭고기 생산량을 늘리면 닭고기 가격이 빠르게 안정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닭고기 소비가 증가하고 있지만, 육계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은 보합세로 전환할 것”이라면서 “업계가 생산량 확대를 위한 요청에 동참한다면 오는 9월부터는 닭고기 가격이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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