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자 나가세요. 전화 걸지 마세요"…윤 대통령 우크라 방문

나연준 기자 2023. 7. 16.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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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철통보안 속 전쟁 중 우크라 극비 방문
전화·메신저 사용 자제 요청…수행원도 최소 인원 구성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5일(현지시간) 키이우 인근 지역의 민가 폭격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대통령실 홈페이지) 2023.7.15/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바르샤바=뉴스1) 나연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격 방문은 엄격한 보안 속에 극비리로 진행됐다. 우크라이나가 현재 러시아와 전쟁 중이기 때문에 철저한 보안이 필수적이었다.

윤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안보·인도·재건 지원을 포괄하는 '우크라이나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를 함께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우리나라 정상이 우리 군 파병지가 아닌 전쟁 중인 해외 국가를 찾은 것은 이번이 최초다.

당초 윤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오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순방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폴란드 순방에 나섰다.

이번 순방을 앞두고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번 순방을 소개하는 브리핑에서도 "우크라이나 별도 방문 내지 정상회담 일정은 현재 계획에 없고, 추진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순방 일정 중에도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14일 오후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국가안보실 고위 관계자들은 오후 2시30분쯤 폴란드 현지 프레스센터를 찾아 철저한 보안 유지를 요청하며 윤 대통령 순방에 동행한 기자들에게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 계획을 설명했다.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의 한국 출발 예정시간까지 불과 몇 시간 남지 않은 시점에 대통령 일정이 변경된 것이다. 앞서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이 프랑스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던 중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자이툰 부대를 찾은 적 있지만 대통령 일정이 변경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상황이다.

대통령실은 브리핑을 진행하면서도 철저한 보안 유지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대통령실 관계자들은 프레스센터 내부에 외국 기자들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관련 내용을 받아치거나 녹음하지 말 것을 기자단에 요청했다. 업무를 위한 사내 보고도 전화를 이용하지 말고 암호화된 메신저를 통해 직접적으로 방문 국가를 언급하지 않는 선에서 최소 인원에게 해줄 것을 당부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경호 안전상 보안이 가장 중요하다"며 "최고 수준의 보안 등급이라는 의식으로 각별히 보안을 잘 지켜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수행원도 최소한의 인원으로 꾸렸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1차장, 김은혜 홍보수석, 임기훈 국방비서관과 의전비서관실 소속 통역, 경호처 소속 경호관 등으로 제한했다. 순방에 동행한 기자단은 폴란드에서 대기했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전쟁 중으로 미사일 공격, 자폭 드론 공격 등이 이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 소식이 유출된다면 신변에 위협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폴란드 정부와도 경호에 지장이 없도록 이동 경로 확보 등에 협조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일본을 비롯한 주요 7개국(G7) 정상들은 이미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다. 다른 국가 정상들의 경우도 우크라이나 방문은 철저한 보안 속에 이뤄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을 계기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키이우 도착 직전까지 모든 동선을 비밀로 했고,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이 아닌 보잉 757기를 개조한 공군 C32기를 이용해 우크라이나 인근 폴란드로 이동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후 삼엄한 경비 속에 열차를 이용해 우크라이나로 넘어갔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3월 2박3일 일정으로 우크라이나를 찾았다. 기시다 총리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기존 관례인 국회의 사전 동의를 받지 않고 진행됐을 정도로 극비리에 이뤄졌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의 경우 당시 탑승한 열차가 언론에 공개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yjr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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