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자 너머의 백자’ 展, 편안한 청백색 ‘조선 백자’ 매력에 흠뻑 [전시리뷰]
전통적 기법·현대 공예 조합... 온고지신 정신 300여점 선봬
오묘한 끌림과 편안함을 주는 청백색의 신비한 빛깔 조선 백자의 아름다움에는 숭고함이 깃들어있다. 자연에서 얻은 재료가 형상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 그것을 만들어 내는 정성이 집약됐기 때문이 아닐까. 그 정신을 이어받으면서 현대적인 기법으로 다양한 시도를 이어온 현대 백자를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한국도자재단이 오는 8월6일까지 여주 경기생활도자미술관 2층 전관에서 선보이는 ‘백자 너머의 백자’ 전시다.
전시는 이승희, 이기조, 강민수, 한정용, 고희숙, 이정용 등 대표 백자 작가 6인이 조선 백자의 숭고함을 이어오면서도 현대적으로 빚어낸 작품 300여점을 펼쳐 놓았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전통적 기법을 살리면서도 판, 주전자, 접시 등 현대에 쓰임새 있게 활용되는 이기조 작가의 백자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 작가의 공간 한가운데 펼쳐진 ‘백자 발’은 이 작가 공간의 백미다. 백토 재료의 물질성을 강조한 100개의 조선시대 형식의 그릇은 똑같은 듯하지만 파스텔톤으로 은은한 색이 제각각 빛을 발한다. 백자 발은 같은 재료와 같은 가마에서 구웠지만 불의 위치에 따라 산화와 환원이 반복되며 색깔이 다른 사발이 나왔다. 작가의 손작업으로 매번 달라지는 호흡과 리듬에서 오는 미묘한 변화, 장작가마의 예측할 수 없는 불길로 인해 자연적으로 발생한 백색의 스펙트럼이 감탄을 자아낸다.
이어 우연인듯 자연스러우면서도 처지지 않고, 느긋해서 넉넉한 느낌을 주는 강민수 작가의 실용적 백자 항아리를 만날 수 있다. 강 작가는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선, ‘달항아리’ 작품을 선보인다. 강 작가는 조선 백자의 신비한 색감과 안정감은 장작 가마를 거쳐 완성된다며 장작가마를 고집한다. 작품 ‘백자 대호’는 장작가마에서 우연히 튄 재가 백자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강 작가가 “다시는 못 만든다”고 선언하기도 한 65cm가 넘는 대형 달항아리는 그 거대한 작품의 위용에 백자의 매력을 한껏 끌어올린다. 작품 제조 과정에서 기압 차로 선명하게 금이 간 또 다른 달항아리는 마치 무늬를 새긴 듯 눈에 띈다.
이승희 작가의 작품에선 그림을 그린듯 캔버스 위에 옮겨진 도자를 만날 수 있다. 마치 도를 닦듯 흙물을 바르고 바르는 행위를 여든 번 넘게 반복한 끝에 부조처럼 겹이 완성된 백자를 선보인다. 우리에게 익숙한 유물이 3차원에서 2차원으로 재탄생한 모습에서 도자의 현대화와 확정성을 엿볼 수 있다.
거친 부속 도구와 이질감의 질감 연구가 화두인 이정용 작가는 백자의 순수한 본질을 질감으로 표현했다. 전시 공간에는 도침(陶枕)과 갑발(匣鉢) 등 과거 백자 제작 과정에서 기물을 받치고 보호하는 거친 질감의 부속 도구와 매끈하고 하얀 백자의 질감이 융합된 ‘백자 접시’, ‘백자 항아리’ 작품이 전시됐다. 이질적인 질감에서 나타나는 작품 속 백자의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다.
전시의 끝에 다다르면 장작가마를 활용해 조선 백자의 편안함과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가져온 전통적 방법에서 기술과 예술의 조화로 펼쳐낸 현대 공예의 무한한 가능성을 함께 느낄 수 있다.
박민혜 한국도자재단 큐레이터는 “뿌리 깊은 백자 전통은 현재까지 한국인의 삶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며 “조선백자가 지니고 있는 쓸모를 찾고 전통을 너머 다양한 시도와 실험으로 현대 백자 이야기를 풀어내는 이야기를 많은 분들이 만나 백자와 한 발 더 가까워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자연 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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