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적용한 ‘계산식’…과거부터 썼다면 최저임금 8000원 미만
격차 835원…18일에도 합의 못하면 공익위원 중재안 표결
‘소주성’으로 2018년 최저임금 16.4% 올라…산식 썼다면 4.3%
내년 최저임금 수준을 어느 정도로 정할지 노동계와 경영계 견해 차이가 여전히 상당한 가운데, 지난 2년 간 최저임금을 정하는 데 사용된 ‘계산식’이 주목받고 있다. 올해도 노동계와 경영계가 합의를 이루지 못한다면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이 내놓은 중재안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큰데, 지난 2년간 쓴 산식을 그대로 적용하면 내년 최저임금이 1만원에 약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영계는 ‘지금도 최저임금이 높다’는 입장인데, 이 산식을 문재인 정부 기간 내내 적용했다면 올해 최저임금은 8000원을 밑돈다. 노동계 힘이 강력한 프랑스는 일종의 산식을 이용해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상승률을 10% 밑으로 유지하기도 했다. 한국도 앞으로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지 않도록 산식을 일정 부분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년 연속 ‘계산식’ 사용해 최저임금 결정…각각 5.1%, 5.0% 올라
노동계와 경영계는 지난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13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6차 수정 요구안으로 각각 1만620원, 9785원을 제시했다. 올해 최저임금보다 노동계는 10.4% 높은 금액을, 경영계는 1.7% 올린 금액을 요구한 것이다. 최초 1만2210원을 요구했던 노동계와 동결(9620원)을 요구했던 경영계의 간극은 여섯 차례에 걸쳐 수정안이 나오면서 835원으로 좁혀졌다.
그러나 여전히 합의에 이르기에는 격차가 상당하다. 최저임금위 박준식 위원장은 노동계와 경영계에 오는 18일 열리는 다음 회의에 7차 수정안을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때에도 노사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중재 역할을 하는 공익위원이 제시한 심의촉진구간 내에서 중재안을 표결해 내년 최저임금이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위가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을 정할 때 사용한 계산식이 주목을 받고 있다. 최저임금위는 2022년도와 2023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정할 때 경제성장률 전망치,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 취업자증가율 전망치를 활용했다.
지난해 6월 당시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추정한 2022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2.7%였고,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 평균은 4.5%, 취업자증가율 전망치 평균은 2.2%였다. 최저임금위는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더한 뒤 취업자증가율을 빼 5.0%라는 숫자를 2022년 최저임금(9160원)에 곱해 올해 최저임금을 9620원으로 결정했다. 2022년 최저임금은 이 산식에 따라 2021년(8720원)보다 5.1% 올랐다.
올해에도 같은 산식이 적용된다면 내년 최저임금은 1만원에 약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4%이고,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는 3.4%, 취업자증가율 전망치는 1.0%다. 지난 2년간 쓴 산식대로면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3.8% 오른다. 올해보다 3.95% 올라야 내년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된다.
◇”최저임금 산식이나 도출 방법 만들어야…노사 의견 듣되 결정은 정부가”
한국의 최저임금은 문재인 정부 당시 빠르게 올랐다. 지난해 최저임금(9160원)은 문재인 정부 첫 해인 2017년(6470원)보다 41.6%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프랑스는 7.4% 오르는 데 그쳤다. 이는 한국과 달리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경제지표에 근거해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최저임금(SMIC)은 소비자물가상승률과 근로자 임금상승률에 노사정 협의를 거쳐 결정된 인상 요인을 정부 재량으로 반영한다.
한국이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사용한 산식을 계속 적용해 왔다면 올해 최저임금은 현재보다 2000원 이상 낮아진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2018년 최저임금은 16.4% 인상됐는데, 그 해의 경제성장률(2.9%), 소비자물가상승률(1.5%) 취업자증가율(0.1%)를 산식에 적용하면 최저임금은 4.3% 올라야 한다. 이 방법으로 2018년도부터 최저임금이 결정됐다면 올해 최저임금은 7940원이 된다.
전문가들은 산식에만 의존할 수는 없지만, 현재처럼 노동계와 경영계가 합의해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제도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산업이나 업종별로 상황에 맞게 최저임금 산식이나 도출 방법을 만들어내야 할 것 같다. 다만 기계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며 “노사 의견을 듣되, 결정 자체는 정부가 하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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