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4대강 감사결과 나오면 '세종보 복구'로 첫 조처 나설듯

이재영 2023. 7. 1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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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차관 "전정부 보 해체·개방 결정 편향됐다면 원상회복해야"
현 정부 출범 후 '보 존치' 움직임…논란 재점화 전망
지난 정부에서 상시 개방이 결정된 영산강 승촌보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다음 주 감사원의 다섯번째 4대강 감사 결과 발표를 기점으로 4대강 보 존치·활용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감사 결과는 환경부에 통보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환경부의 첫 '액션'은 금강 세종보 복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16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감사원은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이 대표인 '4대강국민연합'의 청구로 실시한 문재인 정부 때 금강·영산강 보 해체·상시개방 결정 과정에 대한 감사 결과를 지난 14일 환경부에 통보했다.

감사원은 재작년 1월 국가물관리위가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을 결정할 때 밑바탕 연구를 제공한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 구성에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검찰에 수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장관의 개입으로 위원회가 4대강 반대 시민단체 영향권 내 인사들로 구성됐다고 감사원은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 결과는 이르면 20일 공식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부는 감사 결과가 발표되면 바로 장차관급에서 입장과 향후 조치를 발표할 것으로 관측된다.

임상준 환경부 차관은 전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전 정부 보 해체·상시개방 결정이 부적합한 통계에 바탕을 두고 (4대강 사업에 반대했던) 시민단체에 편향돼 내려졌다면 원상회복해야 한다고 본다"라면서 "감사 결과가 나오면 국가물관리위원회에 지난 해체·개방 결정을 재검토해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종보. [연합뉴스 자료사진]

물 관련 정책 최상위 국가기관인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보 해체·개방 결정이 뒤집히면 환경부는 금강 세종보 복구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종시는 세종보 복구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4대강 사업으로 4대강 본류에 건설된 16개 보는 현재 세종보를 제외하면 장기 개방된 보 점검과 퇴적물 제거만 필요할 뿐 정상운영 중이다. 다만 금강보는 2018년 1월 개방 후 현재 수문이 완전히 무너진 뒤 방치돼 재운영하려면 대대적 복구가 필요하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금강보를 찾아 복구 의지를 밝힐 계획이었으나 장마가 시작하면서 미룬 바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우기가 끝나는 9월에는 금강보를 점검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보가 5년 정도 방치된 상태라 복구에 얼마나 걸릴지는 점검해봐야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현 정부는 출범 후 4대강 보 해체·개방 결정을 뒤집는 모습을 계속 보여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부터 "4대강 재자연화는 친수 관리와 이용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라면서 4대강 보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환경부는 지난해 7월 대통령 업무보고에 '4대강 보 활용성 제고' 계획을 넣으면서 보 존치 계획을 내비친 데 이어 올해 4월 중장기 가뭄대책에 '4대강 본류 16개 보 물그릇 최대한 활용' 방침을 포함하면서 사실상 존치를 확정했다.

다만 공식적인 정책 재검토는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 이후로 미뤄뒀다.

한 장관은 작년 국정감사 때 "감사원 감사 결과 (4대강 보에 대한) 평가가 공정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면 (전 정부의) 금강과 영산강 보 처리방안은 정당성을 잃게 된다"라면서 "그러면 재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처음 '재검토'를 거론했다.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감사 결과를 보고 필요한 조처를 하겠다"라고 한발 더 나아갔다.

환경부는 4대강 보 존치가 '과학'이라는 입장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임 차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4대강 보를 비롯한 물관리와 관련해 "민생 문제기 때문에 이념으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국가와 국민만을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4대강과 관련해 "이념적 색채가 있는 분들은 제외하고 객관적이고 상식적인 과학자들로 국민에게 해가 되는지 득이 되는지 한번 판단했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한 장관은 지난 5월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4대강 사업 전후(2000~2009년과 2013~2022년)로 '생물화학적 산소 요구량'(BOD), 총인(T-P), 부유물질(SS) 등의 지표가 개선됐다는 서울대 최지용 교수와 국립환경과학원 연구 결과를 두고 "가장 최근 모니터링 결과로 최고의 과학자들이 모니터링한 결과"라고 평가한 바 있다.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오고 환경부가 보 존치를 공식화하면 4대강 사업을 둘러싼 찬반 논란도 재점화할 가능성이 크다.

감사원도 4대강 사업에 대해 일관되게 평가하지 않았다.

그간 4차례 감사원 감사 결과를 보면 첫 번째만 4대강 사업에 대해 긍정적 또는 중립적 평가를 내놨고 나머지는 부정적 평가가 주를 이뤘다고 평가된다.

논란이 종식되지 않은 이유는 4대강 사업 자체가 사회적 합의 없이 추진된 데다가 사후 평가 기준도 사회적으로 합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질 기준 논란이 대표적이다.

4대강 사업에 찬성했던 쪽은 현재는 하천 수질을 평가할 때 쓰지 않는 '화학적산소요구량'(COD)으로 사업 전후 수질을 평가해 보 해체·개방 결정을 내렸다면서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하는 쪽은 법적으로 COD가 하천 수질 평가 시 사용되지 않은 때가 2016년으로 그 이전의 수질 평가 결과는 COD를 활용한 것밖에 없으니 4대강 사업 전후 수질을 비교하려면 COD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한다.

특히 환경부도 물환경정보시스템 수질 정보에 여전히 COD 값을 제공하는 등 COD가 물속 유기물질을 측정하는데 '잘못된 지표'가 결코 아니며 '총유기탄소'(TOC)라는 더 나은 지표가 나와 대체된 것이라는 점도 강조한다.

한 환경 분야 인사는 "가뭄이 발생하면 4대강 사업 찬성파가 목소리를 키우고 녹조가 생기면 반대파 목소리가 커지는 촌극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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