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1위""거기 문제 많아"…삼성·SK 얼굴 붉히게 한 차세대 반도체

강태우 기자 2023. 7. 16. 06:2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삼성 HBM 점유율 여전히 50%" vs "단기간 점유율 변화 어려워"
HBM 경쟁력 비교 이례적…부진 우려 잠재우고 시장 선점 전략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강태우 기자 =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이달 말 2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양사는 메모리반도체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HBM(고대역폭메모리)'에서만큼은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연이어 내비치는 중이다.

특히 두 회사가 HBM 사업 경쟁력 비교에 직접 나선 만큼 'HBM 시장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12일 주요 기관투자자 및 증권사 애널리스트 대상의 비공개 IR(기업설명회)를 열고, AI(인공지능)향 메모리 시장 전망·DDR5·HBM을 설명하는 테크 세미나를 진행했다. 이번 행사는 2분기 실적 발표 직전에 그리고 삼성전자가 'HBM 점유율 관련 발언'을 한 이후여서 눈길을 끌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설명회는 오래전부터 계획된 것"이라며 "그 중 HBM 내용이 포함된 것은 제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궁금증이 많기 때문"이라고 일축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은 제품이다. D램을 많이 쌓을수록 데이터 저장 용량이 크고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빠르다. 특히 '고성능·고용량 D램'인 HBM은 생성형 AI를 구현하는 데 필수적인 메모리로, 제품 가격도 DDR4와 같은 일반 D램보다 6~7배 이상 비싸다. 이때문에 실적 개선을 위한 핵심 제품으로 꼽힌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2023.7.7/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SK하이닉스를 의식한 HBM 발언은 삼성전자부터 먼저 나왔다. 삼성전자는 지난 5일 임직원 소통행사에서 "삼성 HBM 제품의 시장 점유율이 여전히 50% 이상"이라며 "최근 HBM3 제품이 고객사들로부터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가 5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시장 관측에 정면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50%), 삼성전자(40%), 미국 마이크론(10%) 순이었다.

올해는 SK하이닉스가 HBM 5세대 제품인 HBM3E를 필두로 점유율 격차를 더 벌리면서 53%를,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점유율이 38%, 9%로 소폭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일주일만에 우회적인 대응에 나섰다. 설명회에서 자사 HBM 판매량, 경쟁력, 손익 전망을 비롯해 삼성전자보다 SK하이닉스가 고객사의 선호를 받는 회사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삼성증권이 이번 테크 세미나에서 나온 내용을 질의응답 형태로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측은 "당사는 AMD와 오랫동안 HBM을 개발해 왔으며 제품 기획과 개발, 제조 모두 오차 없이 준비해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다"라며 "경쟁사는 개발이나 상품기획에서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SK하이닉스 이천 M16 공장 전경. (각 사 제공)

특히 SK하이닉스는 "시장에선 경쟁사(삼성전자)가 메모리와 로직 반도체 공정을 동시에 제공하며 HBM의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고객사는 어느 한 업체가 (시장을) 주도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엔비디아(GPU)와 TSMC(파운드리), SK하이닉스(HBM) 등 각 분야에서 시장을 리드하는 업체 간 협업을 더 중요시한다"고 덧붙였다.삼성전자는 반도체 설계, 메모리 사업,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을 모두 영위하는 IDM(종합반도체회사)다. 반면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사업만 하고 있기 때문에 고객들이 SK하이닉스를 더 선호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HBM은 양산 이후 판매하는 제품이 아니라 수주향 제품이고 선행투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문"이라며 "제품 검증 주체도 과거처럼 인텔, 델 같은 세트메이커가 아닌 고객과 공급자가 같이 수행하는 동등한 방식"이라고 덧붙이면서 단기간 HBM 시장 점유율의 변화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이 밖에도 판가 우위와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1위 수성' 자신감도 내비쳤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SK하이닉스의 D램 판가는 HBM의 높은 판가 상승효과로 경쟁사보다 소폭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 삼성이 원가 경쟁력은 있으나, 3분기에는 판가 상승 및 비용 감소 효과로 (당사의) D램 손익 개선이 더욱 확실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패키지(Package)를 개발하고 있고 'MR-MUF' 방식의 패키지는 내년에 출시 예정인 HBM3E에서도 시장 경쟁력을 유지하는 중요한 배경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AI용 GPU(그래픽처리장치) 시장 점유율 90%를 차지하는 엔비디아에 4세대 HBM인 HBM3를 단독 제공하고 있다. 오는 4분기부터 일부 물량을 삼성전자가 납품할 것으로 예상된다.

burning@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