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안전책임자'(CSO) 선임해도 CEO 기소
[편집자주]지난해 1월 광주광역시에서 발생한 아파트 공사현장 붕괴에 이어 1년 4개월 만인 올 4월 또다시 인천광역시의 한 신축 아파트 주차장 일부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두 현장은 국내 대형건설업체들이 시공에 참여한 곳이어서 산업 안전관리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안전조치 소홀로 산업현장의 인명 피해 발생 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 1년 반째지만 기업들의 안전관리 능력 제고에도 사고 예방 실효성엔 기여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내년 5~50인 사업장으로 처벌 적용 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앞으로 중대재해의 사전 관리방안이 새롭게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기사 게재 순서
(1) 산재 절반 '건설현장', 막을 수도 있었다… 공사 영상 기록 등 대책 부상
(2) '최고안전책임자'(CSO) 선임해도 CEO 기소
(3) 10년째 제자리 '산안비'… 건설업계 "요율 올려달라"
올 1분기 전국 건설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근로자 수는 55명에 이른다. 비극적인 상황이 반복되자 지난해 기업의 관리 책임을 무겁게 물을 법적 제재 장치가 마련됐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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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서를 통해 사업 또는 사업장 전반의 안전·보건에 관한 조직, 인력, 예산을 총괄 관리하고 최종 의사결정권을 가진 사람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대형건설업체부터 최고안전책임자(CSO) 등으로 불리는 별도의 안전보건에 관한 최고 책임자를 선임함으로써 이 법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회사 입장에선 총수인 CEO가 기소되는 것보다 더 큰 리스크는 없기 때문이다.
CSO 선임은 사실상 유명무실한 대책이었음이 드러났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34건 중 경영책임자는 모두 대표이사(CEO)로 CSO는 한 명도 없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현재까지의 사건들을 보면 CSO가 있더라도 대표이사를 의무이행주체로 보고 적극 수사하는 경향이 있고 사건에 따라 그룹 오너(회장)까지 책임범위를 확대되는 경우도 발견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은 계열사인 삼표산업 양주사업장에서 발생한 채석장 붕괴 사고를 이유로 검찰에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받고 기소됐다. 정부는 CSO 선임보다는 실제 의사 결정을 누가 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따져보는 것이 처벌 대상 결정의 핵심이란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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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변호사는 "애초에 고위 경영진에게 적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기에 의무나 책임 부분에서 구체성이 다소 떨어지는 입법적 한계가 있다"며 "형사법인 만큼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따라 누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얼만큼의 처벌을 받는다는 내용이 적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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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이 이어지자 정부는 지난해 11월 중대재해 시행령 개정 로드맵을 발표, 위험성 평가를 개선하고 법 개정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TF가 지난 6월을 끝으로 활동을 마무리한 가운데 법 개정을 둘러싼 이렇다할 방향성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조재용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안전 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의 정의를 명확히 하고 이들의 책임과 업무 범위를 법에 명시한 뒤 이를 지키지 않았을 때 처벌을 하는 것이 중대재해법이 취해야 할 구조"라며 "지금처럼 구체적인 의무 규정 없이 일단 경영자부터 처벌하고 본다는 식으로 계속 해석된다면 법을 개정하거나 산업안전보건법에 흡수하라는 의견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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