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잉어 문신' 향한 복잡한 시선…"타투가 죄 지었나요?"

한병찬 기자 2023. 7. 16.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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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는 사람이 짓는 것…중요한 건 타투 있는 사람 태도·행동"
'편견' 조장은 없는 걸까?…타투이스트 "일해보니 편견 깨져"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7 코리아스타일위크 플러스’를 찾은 참관객들이 타투를 새기고 있다. 2017.3.23/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타투는 죄가 없죠. 죄는 사람이 짓는 거잖아요."

1년 차 타투이스트 박모씨(28)는 14일 오후 2시쯤 서울 마포구 소재 타투숍으로 향하고 있었다. 장마철 꿉꿉한 날씨가 이어졌지만 긴소매를 찾기 힘들 정도로 여름은 무르익고 있었다.

가벼운 옷차림 밖으로 타투가 훤히 드러나자 온라인에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개성이다' '예술이다' '자기 표현이다' 등 긍정적인 의견이 적지 않지만 위화감을 조성하거나 부담스럽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조폭의 전유물' '문신X' '육수X' 같은 불편한 반응이 대표적이다.

박씨도 타투이스트가 되기 전 편견이 있었다. 잉어와 호랑이, 용 등을 위압적으로 몸에 그린 사람은 무례하거나 거칠 것이라고 지레짐작했다. 편견이 깨진 것은 문신한 고객을 직접 마주해 시술하면서다.

"허벅지에 잉어 문신이 있는 남성은 가족사진을 들고 와서 시술해 달라고 했죠. 어떤 고객은 무지개다리를 건넌 반려견을 새겨달라고 했어요. 고객들이 타투를 결심한 배경과 의미를 실감하자 저의 그간 편견을 깨달았어요."

◇"연예인·스포츠 스타 타투는 멋있다고 하는데…"

대학교에서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전공한 박씨는 오랫동안 취업을 준비하다가 회사에 입사했으나 1년도 되지 않아 퇴사했다. 미술이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타투든 일이든 결국 태도와 행동이 중요하다는 게 박씨의 생각이다.

"연예인 또는 스포츠 선수들의 타투는 '멋있다' '잘 어울린다'고 말하잖아요. 타투가 문제가 아니라 타투가 있는 사람들의 생각과 태도, 행동이 사람들의 인식에 큰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보건복지부가 국회입법조사처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반영구 화장 및 문신 종사자는 35만명(문신 5만명, 반영구화장 30만명)이며 누적 이용자는 1300만명이나 된다. 한국타투협회가 추산한 국내 타투 시장 규모는 1조2000억원에 이른다.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타투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지난 2021년 한국갤럽이 성인 1000여명을 조사한 결과 51%가 타투 합법화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그중 20대의 찬성 비율은 81%에 달했다.

김도윤 타투이스트가 17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자신의 작업실에서 타투 시술을 하고 있다. 2021.6.17/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타투이스트 최모씨는 뉴스1과의 전화 통화에서 "음지 문화의 전유물이라는 과거 인식이 있는 분들은 타투를 좋지 않게 보는 것 같다"며 "선입견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데 몇 년 후엔 타투를 둘러싼 논란도 더 이상 없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어 최씨는 "타투를 하거나 드러내는 것도 자유이기 때문에, 피해를 주지 않는데도 보기 싫다고 혐오하는 것은 지양해야 하지 않나"라고 소신을 밝혔다.

◇"선 넘는 순간 있다…타투 있는 우리부터 행동 조심해야"

반면 사람들의 부정적 시선을 이해한다는 타투이스트도 있었다. 타투이스트 이모씨는 "문신을 과하게 노출하거나 용·도깨비 문신을 한 분들은 선을 넘는다 싶은 순간들이 한 번씩 온다"며 "편견을 깨야 하는 건 맞지만 그들이 하는 부적절한 행동들이 누적되면 사람들이 선입견을 품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김도윤 타투유니온 사무장은 "인식은 사람들의 경험에서 형성되기 것이기 때문에 누군가의 탓만 할 수 없다"며 "시술을 하는 타투이스트들도 몸에 타투 있는 우리부터 조심해야 한다고 많이 얘기한다"고 말했다.

이어 "타투는 사실 누군가의 '외모'이기 때문에 편견이나 혐오의 대상이 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타투를)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고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타투 합법화' 목소리를 내는 류호정 정의당 의원도 "타투를 취향이 아닌 '외모'라고 인식해야 한다"며 "일상에서 '외모 품평'을 잘 하지 않게 된 것처럼 타투한 사람을 향한인식도 변화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류 의원은 "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예를 들어 영화에서 범죄자를 표현할 때 가장 쉽게 사용하는 방법이 전신을 덮은 타투인데 그런 방식을 재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디어의 그런 묘사가 타투를 업으로 삼는 타투이스트들을 향한 부정적 인식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합법화하는 '타투업법'(류호정 의원 대표발의)은 보건복지위 소위원회에서 관련 법안을 1차례 논의한 뒤 계류 중이다.

3일 국회 의원회관 앞에서 열린 타투 오픈베타서비스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이 타투 스티커를 보여주고 있다. 2021.11.3/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bc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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