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절반 '건설현장', 막을 수도 있었다… 공사 영상 기록 등 대책 부상

김노향 기자 2023. 7. 16.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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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중대재해처벌법' 실효성 개선 방안(1)] 후진국형 사고 잇따라… 처벌 적용 반년 앞둔 중소기업 비상

[편집자주]지난해 1월 광주광역시에서 발생한 아파트 공사현장 붕괴에 이어 1년 4개월 만인 올 4월 또다시 인천광역시의 한 신축 아파트 주차장 일부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두 현장은 국내 대형건설업체들이 시공에 참여한 곳이어서 산업 안전관리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안전조치 소홀로 산업현장의 인명 피해 발생 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 1년 반째지만 기업들의 안전관리 능력 제고에도 사고 예방 실효성엔 기여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내년 5~50인 사업장으로 처벌 적용 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앞으로 중대재해의 사전 관리방안이 새롭게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산업현장의 안전의식 고취와 처벌 강화 등 제도적 선진화가 이뤄졌지만 보다 현실적인 사고예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강지호 디자인 기자
◆기사 게재 순서
(1) 산재 절반 '건설현장', 막을 수도 있었다… 공사 영상 기록 등 대책 부상
(2) '최고안전책임자'(CSO) 선임해도 CEO 기소
(3) 10년째 제자리 '산안비'… 건설업계 "요율 올려달라"

#. 2022년 9월 전남 광양시의 한 공장에서 지붕재 교체 공사를 하던 작업자가 추락사했다. 노후화된 채광창을 밟은 그는 9.4m 아래 바닥으로 떨어졌다. 파손된 채광창은 육안으로도 오래됐음을 알 수 있고 작업자는 안전대를 착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부착설비가 없어서 안전대 고리를 걸 수 없었다. 채광창 덮개나 발판도 설치되지 않았다. 고용노동부는 안전대 부착설비와 채광창 덮개·발판이 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라고 진단했다.

2022년 1월 시행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이 산업현장의 안전의식 고취와 처벌 강화 등 제도적 선진화에 기여했다는 일각의 평가가 있지만 보다 현실적인 사고예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올들어 3월 말까지 산업현장의 사고 사망자 수는 201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6%(40명) 줄어든 반면 재해자 수는 2만7376명으로 같은 기간 14.3%(3420명) 증가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첫 해인 2022년 한해 전체 사고 사망자 수는 874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46명) 늘었다. 사고 재해자 수도 같은 기간 10만7214명으로 4.8%(4936명) 증가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재해자 수 통계는 유족의 보험 신청을 기준으로 산정돼 통상 사고 후에 곧바로 보험을 신청하는 경우는 적어서 지난해 통계의 경우 오는 9월에 변경된 수치가 공개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재해자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픽=강지호 디자인 기자


"안전의식 높였지만 관리능력 여전히 부재"


건설업의 지난해 사고 사망자 수는 402명으로 전체 사망사고의 46.0%에 달했다. 가장 많은 사고 유형은 추락 사고로 85명(42.3%)이었다. 특히 비계(임시 가설물)와 지붕은 3대 사고유형 8대 위험요인이자 최근 3년 간 건설업 사망사고 주요 위험요인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2020~2022년 건설업 사망사고 원인은 ▲비계(11.9%) ▲지붕(9.8%) ▲단부·개구부(9.1%) ▲트럭(5.2%) ▲굴착기(4.9%) ▲고소 작업대(4.9%) ▲사다리(4.0%) ▲기타(49.7%) 등의 순이었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의 세 번째 판결이 지난 6월27일 있었다. 당시 재판부(1심)는 시공사인 시너지건설에 벌금 5000만원, 대표이사 A씨에게 징역 1년과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해당 사고는 지난 3월16일 인천 중구의 한 근린생활시설 건설공사현장에서 발생했다.

40대 중국인 노동자가 거푸집을 받치는 철근 동바리(임시 구조물)의 높이를 조정하다가 떨어진 철근에 머리를 맞아 숨졌다. 검찰은 시공사와 대표자가 공사장의 위험요인 확인·개선 등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미이행했다는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1심 판결에 대해 검찰과 시너지건설, A씨 모두 항소했다.

최수영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기술·관리연구실장은 "재해 지표는 기술 발달과 안전의식, 생활 수준 향상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개선되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산업안전 강국이 된 영국은 1974년 산업안전보건법(HSWA) 제정 후 약 50년이 흘렀고 2007년 세계 처음으로 기업의 형사책임 범위를 확장한 '기업과실치사법'을 제정해 산재사고에 경종을 울렸지만 산업 재해율과 사망률을 낮추는 데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에 이어 잇따라 발생한 아파트 공사장 붕괴는 모든 사고가 그렇듯 후진국형 사고"라면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사고 예방에 효과가 없었다는 방식의 해석보다 중대재해를 유발한 기업은 범죄 기업이란 인식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사고 예방 노력에 집중할 수 있다. 학교 교육이 체벌을 대신한 관리와 지도의 방법으로 변화했듯 중대재해 예방도 같은 방식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뉴스1


공사 영상 기록물, 중대재해 대책으로 부상


보다 실질적인 기술 활용 방안도 시행되고 있다. 발주처가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활용해 현장관리를 하고 중대재해 예방을 강화할 수 있다.

김성보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은 "건설공사현장의 모든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해 안전관리 사각지대로부터 사고를 예방하고 부실시공과 재발 방지, 사고 조기 수습, 안전·품질 확보, 유지관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면서 "공사 영상 기록과 관리가 정착돼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안전한 도시 인프라 구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건설공사의 모든 시공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해 기록 관리를 시행하고 있다. 100억원 이상 공공공사 74개 현장의 시공 전 과정이 지난 4월부터 1년간 시범 시행됐고 향후 100억원 미만의 공공공사와 민간공사로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건설업계 일각에선 영상 기록물이 작업자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차량 사고의 증거물을 확보하기 위한 블랙박스 설치가 보편화됐지만 의무는 아니듯 건설공사 영상 기록은 감시자의 역할이란 단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성보 본부장은 "작업자를 촬영하는 게 아니라 시공 장면을 기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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