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만명이 쫓던 남자…"운동기구 많네" 가스 수리공 눈썰미에 덜미[뉴스속오늘]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신씨는 범죄자 최초로 인터넷 팬카페가 개설되는 등 화제의 인물이기도 했다. 특히신창원이 체포될 당시 입었던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미쏘니'의 '짝퉁(가짜)' 무지개 셔츠가 신문과 방송으로 전해지며 '신창원 티셔츠'로 불리며 유행을 타기도 했다.
시간을 거슬러 1997년 1월. 이날 신창원은 부산교도소에서 탈옥한 뒤 907일간의 허락되지 않은 자유를 누렸다. 신창원은 1989년 공범 4명과 함께 서울 성북구의 한 가정집에 침입해 강도살인을 저질러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탈옥을 향한 신창원의 집념은 무서울 정도였다. 당시 신창원은 교도소 내 작업 중 몰래 빼돌린 실톱날 조각으로 약 2개월 동안 화장실 창문의 쇠창살을 절단했다.
특히 신창원은 교도관들이 톱질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 교도소 내 음악 방송이 나올 때를 노려 하루에 20분가량만 쇠창살을 훼손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교도소에서 나온 신창원은 인근에 있는 농가에서 몰래 옷과 자전거를 훔쳐 시내로 진입했다. 이후 그는 택시를 이용해 서울로 돌아오는 데 성공했다.
이후 신창원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빈집 털이에 나섰다. 그는 훔친 현금으로 생활했고, 이동할 때도 훔친 차량을 타고 다녔다. 신출귀몰한 신창원의 동선에 6곳의 지방경찰청에 전담 수사본부가 설치됐다.
당시 신창원을 붙잡기 위해 투입됐던 총인원이 97만명에 달한다는 발표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경찰의 노력이 무색하게 신창원의 탈옥 생활은 계속됐고, 그의 현상금은 5000만원까지 치솟아 당시의 현상금 최고액 기록을 갈아치웠다.
신창원은 907일 동안 탈옥 생활을 하면서 총 9억8000만원가량의 금품을 절도했다. 또 그는 15명의 여성과 동거하며, 그들의 도움을 받아 도주 생활을 이어갔다.
경찰도 흔적을 찾지 못하던 신창원을 검거할 수 있었던 것은 가스 수리공의 결정적 제보 덕분이었다. 당시 가스 수리공 A씨가 전남 순천의 한 아파트에서 작업 도중 우연히 신창원을 목격해 경찰에 신고했다.
가스 수리공 A씨는 작업을 위해 집 내부로 들어갔을 때 이상하리만치 많은 운동기구를 목격했다. 이어 집에 있는 남성의 얼굴을 본 순간 신창원이란 의심을 받았다.
일을 끝내고 집 밖으로 나온 A씨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문의, 해당 집에 여성 혼자 살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A씨는 자신이 방금 들어갔다 나온 집이 동거녀의 도움을 받은 신창원의 은신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A씨의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50여명을 신창원이 머무는 아파트에 투입했다. 당시 신창원 동거녀의 집은 2층이었고, 경찰은 베란다로 도주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 출입구뿐 아니라 외부로 이어지는 모든 통로를 철저하게 봉쇄했다.
준비를 마친 경찰은 현관문을 강제 개방하며 검거 작전에 돌입, 신창원은 무장까지 한 경찰들의 모습을 보고 저항을 포기한 뒤 순순히 붙잡혔다. 무려 907일간 이어졌던 '희대의 탈옥 생활'이 마무리된 순간이었다.
이후 신창원은 재판부로부터 기존 무기징역에 추가로 22년3개월형을 선고받았다. 다시 교도소에 수감된 신창원은 "나 같은 범죄자가 다시 나오지 않도록 사회와 가정에서 문제아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반성한다고 밝혔다.
신창원은 교도소 안에서 중졸, 고졸 검정고시에 연이어 합격하며 모범적인 수감 생활을 보였다. 하지만 그는 2011년 8월 경북북부교도소 독방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병원으로 옮겨져 회복한 신창원은 올해 5월 대전교도소에서 두 번째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후 중환자실에서 3일간 치료받은 신창원은 다시 대전교도소로 복귀해 복역 중이다.
채태병 기자 ct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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