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만든 ‘김정은 은신처’ 부순다… 바다서 쏘는 ‘벙커버스터’ 위력은 [박수찬의 軍]
북한이 내륙에 지은 핵·미사일 관련 시설과 전쟁지도부를 겨냥한 한국군의 ‘창’이 한층 날카로워지고 있다. 지상 발사 현무 탄도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이어 수상함에서도 지상 공격용 미사일을 운용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4월 정조대왕급 이지스함과 한국형차기구축함(KDDX)에 탑재할 함대지 탄도미사일 사업추진기본전략을 의결했다. 오는 2036년까지 6100억원을 들여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로 연구개발 및 생산이 이뤄질 예정이다.
현무 탄도미사일이 더해지면 한국군은 서해와 한반도 중부지역을 거쳐 동해에 이르는 넓은 지역에서 탄도미사일을 쏠 수 있다. 북한으로선 군사적 위협이 한층 가중되는 셈이다.
◆SLBM 기술 활용 가능성
군 당국은 함대지 탄도미사일의 정확한 성능을 언급하지 않지만, 최근 들어 군 안팎에서 정보가 조금씩 흘러나오는 모양새다.
이에 따르면 함대지 탄도미사일은 3000t급 잠수함에 탑재되는 SLBM과 유사한 특성을 지닐 가능성이 있다. 북한 지하시설을 파괴할 수준의 관통력, 전파방해를 극복하는 능력 등도 갖출 것으로 알려졌다. 탄두중량은 1t 안팎으로 추정된다.
SLBM은 지상 발사 현무 계열과 비교할 때, 함대지 탄도미사일을 단기간 내 만드는데 더 유용하다.
현무-2 탄도미사일은 지상에서 운용하는 발사차량(TEL)을 통해 발사된다. 단단한 지반 위에 놓인 TEL로 미사일을 쏘기 때문에 발사 과정에서 흔들림이 거의 없다.
발사장소도 넓어서 TEL와 지휘통제소, 지원차량 등이 안전거리를 유지한 채 작전활동을 펼칠 수 있다.
함대지 탄도미사일은 구축함에 탑재된 한국형수직발사체계를 통해 발사된다. 바다 위에 떠 있는 구축함은 파도에 끊임없이 흔들린다. 조류와 파도의 세기 등을 포함한 기상 조건을 고려하면서 함정을 안정화해야 탄도미사일을 쏠 수 있다.
협소한 함정 내 공간에 설치된 수직발사관은 다수의 미사일이 매우 가까운 거리에 나란히 탑재되어 있다. 탄도미사일은 발사 초기 함대공미사일보다 더 강한 고온·고압의 화염과 연기를 대거 방출한다.
지상발사처럼 엔진을 점화해 발사하는 핫 런치(hot launch)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면, 수직발사관 내 다른 미사일에 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다.
문제는 이스라엘 로라(LORA) 외에는 수상함에서 쏘는 탄도미사일이 전력화된 사례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전략무기인 탄도미사일 관련 기술을 이전하거나 개발에 협력할 국가는 거의 없다. 독자적으로 개념을 설정하면서 기술 개발을 진행해야 하는데, 이는 리스크를 높인다.
사거리가 500~800㎞로 3000t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과 안무함에 6발씩 탑재된 SLBM은 이같은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
3000t급 잠수함에서 고성능 SLBM을 운용하려면, 일반 탄도미사일보다 길이는 짧고 무게는 가벼우며 추력과 연비는 더 우수해야 한다. 잠수함과 발사관에 손상을 입히지 않도록 콜드런치 기술을 적용하고, 미사일 아래에 부스터도 장착해야 한다.
플랫폼인 잠수함은 SLBM 발사를 위해 심도조정과 방향 및 자세를 전자적으로 제어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같은 기술들은 수상함에서 쏘는 함대지 탄도미사일에도 응용할 수 있다. 개발기간과 리스크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
현무-2 계열 탄도미사일과 전술지대지유도무기(KTSSM)에 쓰이는 관통탄두 기술은 함대지 탄도미사일의 위력을 더욱 높일 수 있다.
항공기에서 투하되는 벙커버스터와 달리 로켓 엔진에 의해 초음속으로 낙하하는 탄도미사일의 특성을 활용, 파괴력과 관통력을 더욱 높였다.
공군 F-15K 전투기에 장착되는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과 더불어 일반적인 벙커버스터가 파괴하기 어려울 정도로 지하 깊은 곳에 설치된 북한군 벙커를 무력화하는데 충분한 수준이다.
◆전략적 억제력 대폭 강화 효과
SLBM은 잠수함에 탑재된 채 수중에서 은밀하게 움직이다가 유사시 북한 공격에 반격을 감행하는 전력이다.
다만 탑재량이 잠수함 1척 당 최대 10발 미만에 불과하고, 발사 심도로 부상해서 미사일을 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SLBM 탑재 잠수함이 지상의 전쟁 지도부와 실시간으로 교신하는 것도 어렵다. SLBM 임무가 전략적 차원에 해당하는 소수의 작전에 한정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반면 함대지 탄도미사일은 이지스함이나 KDDX에 수십발을 탑재한다. 현재 개념설계 단계인 합동화력함은 80발 이상을 장착할 수 있다.
함대지 탄도미사일은 이같은 상황을 뒤집을 수 있다.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내륙의 지하시설도 파괴하는 능력을 갖췄으므로, 해상에서 타격할 수 있는 북한 내 주요 표적의 숫자도 훨씬 늘어난다.
성능과 수량을 충분히 확보한 함대지 탄도미사일이 평소에는 전략적 억제력을 발휘하면서 유사시에는 전술적 차원에서도 쓰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는 셈이다.
북한이 모방할 수 없는 비대칭무기를 확보하는 효과도 있다. 한국군이 북한의 북극성 SLBM 개발에 맞서 도사안창호급 잠수함에 SLBM을 탑재한 것처럼 북한도 한국의 움직임을 뒤쫓는 ‘추격형 전략’을 사용한다.
한국이 425사업을 통해 정찰위성을 띄우자 만리경-1호 발사를 시도하고, 현무-3 순항미사일에 맞서는 순항미사일을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함대지 탄도미사일은 북한이 맞대응하기가 쉽지 않은 무기다. 충분한 수량의 함대지 탄도미사일을 운용하려면 고도의 기술을 적용한 대형 전투함을 만들어야 한다.
인도의 다누쉬 탄도미사일처럼 2000t 미만의 함정에도 탑재할 수는 있으나, 신포급 잠수함처럼 실험적·상징적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 실질적으로는 북한이 모방하기가 어려운 셈이다.
가상 적국이 추격하지 못하는 전력을 확보하는 것이 비대칭전략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함대지 탄도미사일이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는데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북한은 최대 200㎞까지 날아가는 지대함 순항미사일을 개발, 시험발사를 실시한 바 있다. 북한의 대함 공격능력을 한층 높인 지대함 순항미사일은 러시아산 kh-35와 유사한 능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았다.
북한이 2021년부터 최근까지 여러 차례 시험발사를 거듭하며 위력을 과시한 화살-1·2형 순항미사일도 함대지 탄도미사일 탑재 함정을 공격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미사일이나 항공기로 대응에 나서도 강력한 방공망을 갖춘 이지스함과 KDDX의 전투체계 및 함대공미사일이 저지할 수 있다. 위치를 이동하면서 내륙 타격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가능하다. 이같은 움직임만으로도 북한은 적지 않은 군사적 부담을 안게 된다.
탄도미사일은 한국군이 보유한 대표적인 전략무기다. 군 당국은 탄도미사일 발사 플랫폼을 다양화하면서 위력을 강화하는 등의 작업을 통해 전략적 억제력을 강화하고 있다.
함대지 탄도미사일이 전력화되면, 공군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과 육군 현무 미사일과 더불어 한국군의 전략적 타격력과 억제 능력의 핵심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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