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자 아닌 사람은 없다…오일장 할머니가 더 자비심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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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할머니가 좌판 깔고 오일장 같은데 앉아 있어도 그런 분들이 더 자비심이 많아요."
폭우가 잠시 멈춘 12일 전남 순천시 송광사를 찾아간 기자에게 조계총림 송광사 방장인 현봉스님은 토굴이나 암자에서 수행하지 않더라도 "더 지혜로운 사람, 더 참을 줄 알고 남을 더 잘 배려하는 사람이 많다. 생활 속에서 누구든지 수행자 아닌 사람이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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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은 마음의 소를 찾고 길들이는 일"…정치인 '괴담'에 쓴소리
(순천=연합뉴스) "마을 할머니가 좌판 깔고 오일장 같은데 앉아 있어도 그런 분들이 더 자비심이 많아요."
폭우가 잠시 멈춘 12일 전남 순천시 송광사를 찾아간 기자에게 조계총림 송광사 방장인 현봉스님은 토굴이나 암자에서 수행하지 않더라도 "더 지혜로운 사람, 더 참을 줄 알고 남을 더 잘 배려하는 사람이 많다. 생활 속에서 누구든지 수행자 아닌 사람이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현봉 스님은 1975년 송광사에서 구산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수지했으며 안거 이력만 30차례를 훌쩍 넘겼다. 승가에서는 음력 4월 15일부터 7월 15일까지 석 달 동안 외출을 금하고 한곳에 머물며 수행하는 하안거(夏安居)를 한다. 겨울에는 동안거를 한다.
하지만 그는 숫자에 집착하면 본질을 놓친다고 지적했다.
"(안거에) 많이 들어갔는지 숫자나 몇 년을 했냐가 문제가 아니지요. 제대로 눈알이 박힌 사람이 있느냐가 문제이고, 퀄리티(quality·자질)가 중요해요."
현봉스님은 "중요한 것은 현실에 부딪혔을 때 어떤 지혜를 낼 수 있느냐, 얼마나 참을 수 있고 대처 능력이 있는지, 공정하고 투명한지"라고 강조했다.
기자와 스님 사이에 놓인 탁자에는 어느 목수가 나무를 통째로 깎아서 만들었다는 소가 한 마리 놓여 있었다.
현봉스님은 보조국사 지눌스님이 스스로를 '목우자'(牧牛子)라고 했다면서 마음을 닦는 일이나 수행자로 사는 일을 소를 길들이는 것에 비유했다.
"마음의 소를 찾고, 야생을 길들이는 것이라는 뜻에서 목우죠. 처음에는 소 발자국을 보고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짐작하죠. 길들지 않은 내 마음을, 천방지축 하는 그것을 억지로 잡아서 코를 뚫어서 길을 들이죠. 어릴 때 소를 먹이러 가면 힘이 달려요. 코에 (코뚜레를) 끼워서 가지만 (끌고 가는 사람이) 애들인 것 같으면 소가 받아버리기도 하잖아요."
대한불교조계종에는 해인사, 송광사, 통도사, 수덕사, 동화사, 쌍계사, 범어사 등 7개 사찰이 선원, 승가대학(승가대학원), 율원, 염불원을 갖춘 종합수행도량인 총림으로 지정돼 있다.
특히 송광사는 고려시대 지눌스님을 비롯해 16명의 국사(國師)를 배출해 한국불교의 승맥을 잇는 승보사찰로 꼽힌다.
현봉스님은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송광사 주지, 조계종 호계원 재심호계위원 등을 지냈으며 2019년 11월 조계총림 송광사 방장으로 추대됐다. 승랍 50년을 내다보고 있다.
방장을 맡고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19가 확산해 제약이 많았을 터였지만 이판승(수행승)과 사판승(행정승)을 두루 경험한 그는 어려움보다 변화에 주목했다.
"방장 별거 아니에요. 선방(禪房)은 비대면으로 지내면 좋죠. 코로나가 오는 바람에 문명의 전환이 오게 됐잖아요. 디지털이 훨씬 앞서가고 비대면 강의 같은 이런 게 훨씬 진전했어요. 10년 이상 앞당겨졌어요. 우리나라는 정보기술(IT) 강대국이니까 빨리 적응했죠."
이날 송광사에서는 마침 각지의 성보박물관 학예사나 실무자를 모아 놓고 문화재 관리에 관한 실무 교육이 진행 중이었다.
문화재를 보관하는 공간에 항온항습기를 설치 운용할 때 주의점 등 현업에서 알아야 할 유용한 조언이 빼곡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더니 실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정치인들에 대해 쓴소리도 했다.
"정치꾼들은 뜬구름 잡는 엉뚱한 소리나 하고 괴담이나 퍼뜨리고 하지만 (일선에서) 실제로 일하는 사람들, 기능공들은 그러면 안 돼요.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하면 되겠나요. (그것보다는) 확실하게 (제품) 조립을 어떻게 할지, 수리를 어떻게 할지 그런 것을 해야 합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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