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철강·조선 기업 잊어달라"…'제2의 창업' 외치는 대기업들

김민성 기자 2023. 7. 16.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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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주력사업만으로는 혁신의 시대 살아남기 어려워"
LG전자·HD현대·포스코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체질개선에 '사활'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 = "'가전은 역시 LG'라는 명성이 자랑스럽지만, 이제 가전을 넘어 삶이 있는 모든 공간에서 고객의 경험을 연결하고 확장하는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이 될 것을 선언합니다."(조주완 LG전자 사장)

"신(新) 철기시대의 선구자이자 친환경 미래소재 대표 기업으로서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 나가자."(김학동 포스코 부회장)

인플레이션과 고금리에 따른 글로벌 소비 침체로 대기업들의 주력 사업 성장세가 제자리 걸음을 거듭하고 있다. 그에 비해 탈(脫)탄소, 디지털 전환 등 글로벌 경영 환경 변화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기존 사업의 성공 방정식에만 기댄다면 짧게는 5년 뒤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 체질 개선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상황이다. 이를 넘어 '제2의 창업' 수준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 "가전에 머물지 않고 스마트 솔루션 기업으로"…65년 만에 LG의 대변신

지난 12일 LG전자(066570)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가전의 명가'를 뛰어 넘어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변신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TV, 냉장고 등 가전제품만 팔아선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판단이 깔린 것이다.

10년 전인 2013년에 밝혔던 '가전 분야 글로벌 1위'라는 목표를 이뤘다는 자신감을 발판 삼아 '가전기업'의 틀을 깨고 △비(非)하드웨어(Non-HW) △기업간거래(B2B) △신사업 등 3대 신성장동력에 드라이브를 걸 계획이다.

'하드웨어' 중심이던 사업 영역을 '소프트웨어'로 넓히는 것도 LG전자의 큰 변화 중 하나다. 제품을 한번 판매하고 끝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콘텐츠, 구독, 솔루션 등의 사업을 더해 이익을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순환형 모델로 혁신하겠다는 것이다.

기자간담회에선 조주완 LG전자 사장의 '혁신'에 대한 고심도 고스란히 묻어났다. 조 사장은 "지금까지 하던 방식으로는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꿀 수 없는 것까지 바꿔보겠다"며 사업구조 변화 당위성을 강조했다. 미래 먹거리인 전장(자동차 부품) 같은 B2B 영역에선 속도를 내고 디지털 헬스케어, 전기차 충전, 메타버스 등의 성장 모멘텀도 더욱 키우겠다고 했다.

◇ 포스코 "新철기시대 열 것"…그룹은 이차전지 소재기업 변화 중

지난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신설법인으로 새 출발한 포스코는 13일 첫 돌을 맞아 '비전 선포식'을 열고 "굴뚝 산업의 한계를 신 철기시대를 여는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철강산업은 전통적인 굴뚝산업이자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산업이라는 한계를 넘겠다는 의미다.

포스코는 철강산업뿐 아니라 탄소중립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등 구조적 변화 시기를 맞아 중장기 전략을 짜고 있다. '친환경 꿈의 기술'이라 불리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완성하고 탄소중립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이미 그룹 차원에선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소재 대표 기업으로의 변신에 힘을 쏟고 있다. 계열사를 거느리는 지주회사가 컨트롤타워를 맡아 신사업 투자를 통해 비(非) 철강회사 이미지를 키워보겠다는 것이다. 리튬·니켈 등 이차전지 소재를 집중 육성해 '멀티 코어'형 성장 구조를 갖추겠다는 게 목표다.

◇ 무인 선박에 로봇 조선소 대전환… 현대家 3세 정기선이 꿈꾸는 미래

또다른 전통 제조업의 하나인 조선업에서도 변화의 몸부림이 일어나고 있다. 조선소에 사람 대신 로봇이 들어가 배를 만들고, 선장 없는 컨테이너선이 알아서 쉼없이 태평양을 건너 미국에 화물을 나르는 대변혁의 시대를 꿈꾸는 기업이 HD현대다. 지난해 '현대중공업지주'라는 사명을 'HD현대'로 바꾼 것도 제조업 중심의 이미지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정기선 HD현대(267250) 사장은 지난해 9월 발간된 그룹 창립 50주년 사사(社史) 인터뷰에서 "자동차가 전기차·수소차로 바뀌면 앞으로 현대오일뱅크는 뭘 해야 할까. 그런 세상이 오면 유조선 시장은 어떻게 변하고 현대중공업은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할까. 세상이 바뀌었을 때 우리가 꼭 하고 있어야 할 사업은 무엇일까"라며 체질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었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이자 현대가 오너 3세인 정 사장은 '바다'에 대한 관점을 바꾸겠다는 선언도 했다. HD현대가 처음으로 참가했던 CES 2022에서 정 사장은 '쉽 빌더(Ship Builder)'를 넘어 '퓨처 빌더(Future Builder)'로 거듭나겠다고 했고, 올해 1월 CES 2023에선 '바다의 대전환'을 강조했다.

그룹의 주력 분야인 조선업을 넘어 그간 쌓아온 에너지·산업기계 기술력을 활용해 해양 에너지를 생산하고, 운송·활용하는 밸류 체인을 구축하겠다는 구상도 있다. 정 사장은 "바다의 잠재력은 24조 달러가 넘는다. 근본적인 대전환이라는 비전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바다를 활용하는 '발견의 새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3 개막을 하루 앞둔 4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HD현대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정기선 사장이 기조연설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1.5/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m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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