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에게 듣는다] ③ 세계 최대 바이오VC “한국 벤처들 해외 네트워크 약해...글로벌 접점 찾아야”

염현아 기자 2023. 7. 1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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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엘 지 노보 홀딩스 성장팀 수석심사역 인터뷰
지난해 총 운용자산 154조원…세계 최대 규모
“한국 기업, 글로벌 네트워크 부족해…홍보 확대해야”
“ADC·CGT 기술 관심…경쟁사 많아 검토·심사 오래 걸려”

글로벌 제약·바이오 투자 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지난해 바이오와 의료 업종에 대한 국내 신규 투자 비중도 16.3%로, 2020년 27.8%와 비교해 감소했다. 든든한 투자처 없이는 경쟁력 있는 기술도 빛을 볼 수 없다. 조선비즈는 이른바 ‘큰 손’으로 불리는 글로벌 제약·바이오 벤처캐피탈(VC) 전문가들로부터 투자 유치를 위한 제언을 정리해 3편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노엘 지 노보 홀딩스 수석심사역이 1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국가신약개발사업단

“노보 홀딩스는 한국에 본격적인 투자를 준비 중이다. 현재 신약개발, 유전체학 등 다양한 분야 기술을 검토하고 있다. 첫 투자는 한국이 제일 잘 하는 생산이나 제조 분야가 될 거다.”

노엘 지 노보 홀딩스 성장팀 수석심사역은 1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조선비즈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노보 홀딩스의 첫 한국 투자는 비교적 리스크가 적은 생산 분야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같이 밝혔다.

노보 홀딩스는 당뇨병 치료제인 인슐린과 비만치료제로 잘 알려진 노보 노디스크의 재단 자산을 운용하는 대표적인 글로벌 바이오 벤처 투자사다. 덴마크 코펜하겐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미국 보스턴, 샌프란시스코와 영국 런던, 싱가포르에 지사가 있다.

노보 홀딩스가 지난해 기준 운용 자산은 세계에서 가장 큰 금액인 1080억유로(약153조7898억원)에 달한다. 노보 홀딩스가 지난해까지 투자한 기업도 전 세계 161곳이다. 바이오 기술, 의료기술, 제약, 의료 서비스, 디지털 헬스케어 등 분야도 다양하다. 그러나 노보 홀딩스로부터 투자받은 한국 바이오기업은 아직 한 곳도 없다. 지 수석심사역은 ”노보 홀딩스가 지금까지 한국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 이유는 아직 레이더망에 들어오지 않았을 뿐, 기술 수준이나 사업모델의 매력이 떨어져서는 결코 아니다”라며 “글로벌 채널을 확대해 좀 더 과감한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 수석심사역은 한국계 미국인으로, 2017년부터 소피노바 인베스트먼트, 일루미나 벤처스 등 미국 유수의 투자사에서 바이오 투자 심사역으로 일했다. 지난 5월 노보 홀딩스에 합류해 바이오 투자 자문과 기술 평가 전략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IT 인프라가 세계 1위인 한국은 병원 대부분이 최첨단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의료 접근성도 높아 환자들의 임상 데이터 양도 엄청날 것”이라며 “신약개발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노보 홀딩스는 ‘사람과 세상에 이익을 주기 위해 투자한다’는 슬로건처럼 오래 걸리더라도 사람들에게 이로운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이 개발될 수 있도록 자금뿐 아니라 연구시설이나 기술 자문 등을 지원하고 있다. 지 수석심사역은 “자금 회수까지 10년을 보는 게 미국 투자 시장의 전통적인 시스템인데, 노보 홀딩스는 자금 회수에 엄격한 제약을 두지 않는다”며 “바이오 기술 특성상 개발에 실패할 수 있다는 리스크를 감수하며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엘 지 노보 홀딩스 수석심사역이 1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국가신약개발사업단

지 수석심사역과 투자 미팅을 원하는 국내 바이오기업들은 줄을 섰다. ‘글로벌 바이오기업 쇼케이스 2023′이 열린 지난 12~13일 지 수석심사역은 무려 20곳 이상의 기업과 일대일 미팅을 진행했다. 함께 방한한 노보 홀딩스 동료 리앤 오 심사역은 15곳과 미팅을 가졌다.

지 수석심사역은 한국 기업들 중에서도 항체약물접합체(ADC)와 세포·유전자 치료제(CGT) 기술을 눈여겨 보고 있다. 그는 “2년 전부터 한국 기업들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ADC 전문기업인 카나프테라퓨틱스와 유전체학 전문기업인 지놈 오피니언을 알게 됐다”며 “노보 홀딩스도 한국 기업을 발굴하는 데 뜻이 있는 만큼, 앞으로도 이 두 기업을 포함해 다양한 기업들을 검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카나프테라퓨틱스는 미국 제넨텍에서 ADC 개발 경험을 쌓은 이병철 대표가 2019년 창업한 바이오벤처다. 지난해 12월 동아에스티와 오스코텍에 이중융합항체 기전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기술을 이전했다. 최근 롯데바이오로직스와는 ADC 공동개발에 나섰다. 고영일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가 창업한 지놈 오피니언은 유전체 진단을 통해 각종 질환의 위험도를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한미약품과도 신약 공동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지 수석심사역은 “ADC나 CGT 분야는 워낙 경쟁사가 많아, 투자를 검토하고 집행하기까지는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며 “한국에 투자를 한다면 첫 투자는 아무래도 가장 리스크가 적고, 검토·심사가 비교적 쉬운 생산 분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 수석심사역은 한국 바이오 기업이 해외 투자 유치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성장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로슈, 화이자, 일리아일리,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대형 제약사가 내놓은 치료제들의 절반 이상은 모두 바이오벤처와의 인수합병(M&A)을 통해 탄생한 만큼, 대기업은 벤처들과의 협업이 필수적”이라며 “한국 바이오벤처들도 대기업과의 M&A나 연구 협업을 과감하게 진행한다면, 성장은 물론 자금 회수도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IPO를 자금 회수라고 보지 않고, 자금 조달 수단으로 여긴다”며 “한국 기업과 미팅을 해보면 미국의 투자 개념과 약간 다른 부분이 있는데, 나도 마찬가지이지만, 해외 투자 유치를 원하는 한국 기업들도 미국 시장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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