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젖소의 기분이 실적을 결정한다… ‘亞 유제품 1위’ 中 이리실업의 비결

후허하오터=이윤정 특파원 2023. 7. 1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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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네이멍구 ‘츠러촨 친환경 스마트 목장’
착유·사료 공급·분뇨 처리 등 全자동화
저출산 위기, 건강기능제품으로 돌파
2030년 세계 1위 유제품 기업 목표 제시

중국 최북단 네이멍구 자치구의 수부(首府), 후허하오터시 중심에서 북서쪽으로 차로 1시간가량 달리면 맨홀의 모양이 바뀌기 시작하는 지점이 나온다. 파란 바탕색에 젖소 캐릭터가 그려져 있어 시선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 이 맨홀들을 따라가다 보면 중국 1위이자 아시아 1위, 세계 5위 규모를 자랑하는 유제품 기업 ‘네이멍구이리실업그룹 주식유한공사(이하 이리실업)’의 첨단 유제품 생산기지인 ‘츠러촨 친환경 스마트 목장(敕勒川生态智慧牧场)’이 나온다.

지난 13일 오전 10시가 조금 안 된 시각, 목장 내 한 우리에서 젖소 수십 마리가 문 앞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젖소 한 마리씩 지나갈 수 있는 크기의 문이 열리자 가장 앞에 있던 젖소부터 천천히 걸어 나왔다. 젖소들은 문과 바로 맞닿아 있는 대형 턴테이블에 익숙하게 올라탔다. 젖소가 자리를 잡자 즉시 착유기가 부착됐다. 한 바퀴 원을 돌아 출발 지점으로 돌아오는 동안 착유가 끝났고, 젖소들은 다시 열린 문을 통해 유유자적 걸어 나갔다. 이렇게 젖소들은 하루 세 번, 총 2시간에 걸쳐 원유를 몸에서 내보낸다.

츠러촨 목장은 총 24개의 우리를 갖추고 있다. 최대 1만2000마리 젖소를 기를 수 있는 규모다. 현재 매일 6500만톤(t)의 유제품을 생산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이리실업 관계자는 “이곳의 현재 정확한 젖소 사육 규모를 밝힐 순 없지만, 최대 수용치를 모두 채우진 않았다”며 “이 때문에 현재 일일 생산량 6500t은 이곳 목장의 최대치엔 못 미치지만, 각 젖소 기준으로 보면 최대한의 원유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생산량을 끌어올리는 비결은 젖소의 ‘기분’, 즉 스트레스 최소화에 있다. 그리고 이는 전 과정의 ‘자동화’로 인해 가능하다는 것이 이리실업 측의 설명이다. 먼저 착유 시스템의 경우, 인위적 개입을 최소화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아침, 점심, 저녁으로 기본 착유 시간이 정해져 있긴 하지만, 자동으로 돌아가는 착유 시스템 덕분에 젖소들은 원할 때 착유를 할 수 있다. 사람에 의해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긴 시간 동안 착유를 하는 것과 달리, 간단하고 빠르게 끝난다는 것도 젖소의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요인이다.

젖소의 건강과 생활 환경도 자동화 기술 덕에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젖소들의 휴식 공간에 가보니, 누워있는 젖소들 옆에 동그란 로봇 하나가 부지런히 돌아다니고 있었다. 바로 분뇨를 치워주는 로봇이다. 또 젖소마다 귀에 전자 인식표가 달려 있는데, 이리실업은 이를 통해 각 젖소가 오늘 어떤 사료를 얼마나 먹었고, 얼마나 착유했고, 얼마나 쉬고 운동했는지를 실시간 모니터링한다. 이리실업 관계자는 “젖소들의 영양 상태에 따라 각각 다른 사료가 자동으로 공급된다”며 “젖소의 스트레스가 원유 생산량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이곳 젖소들의 생산량은 다른 곳의 젖소들보다 훨씬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분 좋은 젖소들이 생산한 원유는 137도의 고온을 단 4초 안에 통과하는 살균 과정 등을 거친다. 살균 시간이 짧을수록 영양소의 파괴를 막을 수 있다. 이렇게 탄생한 우유는 차로 10분 거리의 포장동으로 옮겨진다. 이곳 역시 우유 팩에 일회용 빨대를 붙이는 것부터 24팩짜리 소박스, 중박스, 대박스 포장까지의 전 과정이 자동화 돼있다. 이리실업 관계자는 “이같은 시스템을 통해 액상우유의 경우 시간당 4만 팩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됐고, 효율성은 이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중국 1위 유제품 기업 이리실업이 네이멍구자치구 후허하오터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츠러촨 친환경 스마트 목장. 분뇨 처리 로봇 덕에 젖소들이 깨끗한 환경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이윤정 기자

◇30년 연속 실적 증가세 유지… 저출산 위기, 전 연령대 타깃 건강식품으로 돌파

이리실업은 2025년 세계 3위, 2030년 세계 1위 유제품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리고 이 목표는 현재까지 순항 중이다. 이리실업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닥쳤던 지난해에도 매출 1211억4860만위안(약 21조5463원), 순이익 94억3100만위안(약 1조6773억원)을 올려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11.37%, 8.34% 늘어난 것으로, 이리실업은 30년 연속 실적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뉴질랜드 유제품 기업 ‘카나리아 식품’ 지분 인수 등의 영향으로 해외 사업 매출이 전년 대비 52.2% 급증했다.

한때 이리실업의 전망이 밝지 않았던 때도 있었다. 중국의 고령화·저출산 현상이 가속화하자 분유를 비롯한 유제품 소비가 줄어들 것이란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리실업은 전 연령대를 타깃으로 한 건강기능제품으로 위기를 돌파하고 있다. 올해는 다양한 연령층 소비자의 세분화된 건강기능 요구 충족을 시작으로, 세계 최초의 혈당 조절 우유, 세계 최초의 상온 활성 락토페린(항바이러스 효과를 지닌 우유 속 단백질) 유기농 우유, 세계 최초의 저혈당 우유를 출시할 예정이다.

판강 이리실업 회장은 지난 14일 열린 ‘2023년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앞으로 이리실업은 새로운 공급의 개척자, 디지털화의 선구자, 지속 가능한 개발의 실천자 역할을 잘 수행해 경제·사회 발전과 인류 건강·복지에 더 많이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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