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개발 과정서 인간·AI 영역 구분된다… 생산성 높이기 총력전

황민규 기자 2023. 7. 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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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미세공정 난도 증가와 3D(차원) 구조 설계, 극자외선노광장비(EUV) 도입 등으로 칩 개발에 필요한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형 반도체 기업들이 개발 과정에서 인간과 인공지능(AI)의 영역을 효율적으로 나누는 데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에 정통한 관계자는 "현재 칩 개발 과정은 사람이 먼저 전체적인 설계 프로젝트를 구축하고 일부 식각(화학용액이나 가스를 이용해 실리콘 웨이퍼상의 필요한 부분만을 남겨놓고 나머지 물질을 제거하는 것) 공정이나 테스트, 계측 등 분야에만 AI가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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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EUV 도입 이후 공정 난도 상승… 개발 도구만 1000여개
인간 vs AI 경쟁시켜 최대 효용성 테스트 진행
식각 공정, 계측 등 일부 분야선 AI가 인간 추월
반도체 식각(에칭)장비./램리서치 제공

반도체 미세공정 난도 증가와 3D(차원) 구조 설계, 극자외선노광장비(EUV) 도입 등으로 칩 개발에 필요한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형 반도체 기업들이 개발 과정에서 인간과 인공지능(AI)의 영역을 효율적으로 나누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일부 과정에서는 인간과 AI를 경쟁시켜 더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만들기 위한 실험도 진행 중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3나노(1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공정 기반 칩을 개발하는데 최대 1000여개의 개별 도구 및 장비가 필요하며, 이보다 많은 엔지니어 숫자가 요구되고 있다. 이에 램리서치를 비롯해 시높시스 등 반도체설계자동화(EDA) 기업들은 인간과 AI의 경쟁 실험 등을 통해 엔지니어링의 효율성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쉽게 말해 사람과 AI가 서로 잘할 수 있는 영역을 분간해 최적의 칩 개발 프로세스를 확보하자는 것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TSMC, 인텔, 마이크론, SK하이닉스 등도 자사 칩 개발 공정에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문제는 활용도가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에 정통한 관계자는 “현재 칩 개발 과정은 사람이 먼저 전체적인 설계 프로젝트를 구축하고 일부 식각(화학용액이나 가스를 이용해 실리콘 웨이퍼상의 필요한 부분만을 남겨놓고 나머지 물질을 제거하는 것) 공정이나 테스트, 계측 등 분야에만 AI가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램리서치는 AI의 공정 활용도를 최대한 높이기 위해 인간과 AI의 경쟁을 유도하는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램리서치 관계자는 “반도체 식각 과정에서 오랜 노하우를 보유한 인간 엔지니어와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경쟁시켜 누가 더 적은 비용으로 목표를 달성하는지 실험했고 유의미한 데이터를 얻어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램리서치 실험에 따르면 식각 공정에서 초기에는 사람이 AI보다 높은 효율을 나타냈지만, 일정 시점을 지난 후 AI의 비용 대비 효율성이 높아졌다. 램리서치에 따르면 엔지니어와 AI의 결합을 통해 프로세스를 진행하면 식각 부분 비용을 10만5000달러 수준에서 5만2000달러 수준으로 절감할 수 있었다.

식각뿐만 아니라 칩 수율(생산품 대비 양품 비율)을 높일 수 있는 계측, 테스트 부문에서도 AI가 사람보다 높은 효용성을 나타내고 있다. 반도체 설계 자동화 소프트웨어 전문회사 케이던스(Cadence) 관계자는 “1명의 엔지니어가 AI 툴을 사용해 10일 만에 5나노미터 휴대폰 칩의 성능을 14% 개선하고 소비전력을 3% 감축했다”며 “이는 10명의 엔지니어가 수개월의 작업을 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AI와의 협업이 10배 이상의 생산성을 낸 셈”이라고 설명했다.

칩 개발 과정에서 AI의 비중이 높아질 경우 개발 인력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업계에 따르면 선단 공정 중 하나인 5나노의 경우 반도체 설계에 100명 이상의 인력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EUV 공정이 도입되는 3나노 공정의 경우 이보다 더 많은 인력과 비용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AI 도구의 발전은 칩 설계를 위한 비용과 인력이 줄어드는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더 다양한 기업들이 AI를 바탕으로 칩 설계에 뛰어들 수 있다는 의미”라며 “AI 기반 칩 설계 기술은 팹리스(반도체설계) 대기업이나 IDM(종합반도체기업)뿐만 아니라 더 많은 반도체 스타트업들이 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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