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의 시대’ 곧 저문다… 증권가, 중위험·중수익 ‘메자닌’ 투자 확대
올해 상반기 투자자들에게 가장 주목받은 자산이 채권이었다면 하반기에는 채권과 주식의 성격을 함께 갖고 있는 주식형 채권, 이른바 메자닌이 화두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돼 채권 금리가 하락하더라도, 낮아지는 기대 수익을 주가 상승률로 상쇄할 수 있는 메자닌에 투자 자금이 집중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탈리아어로 건물 1층과 2층 사이에 있는 라운지 공간을 의미하는 메자닌은 채권과 주식의 ‘중간’ 단계에 있는 금융상품을 말한다. 정해진 가격에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전환사채(CB)와 새로 발행되는 주식을 살 수 있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 채권을 발행 회사가 보유한 다른 회사 유가증권으로 교환할 수 있는 교환사채(EB)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에서는 올해 상반기 자금 모집을 완료한 사모대출펀드(PDF) 중 메자닌에 투자하는 펀드 규모가 대폭 확대됐고, 그동안 헤지펀드가 큰 손이던 국내 메자닌 시장에서는 증권사가 투자를 확대하고 나섰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메자닌 전략 자금모집액은 387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5배 늘었다. 미국 CB 발행이 증가하는 가운데 발행 금리가 오르고 그러면서도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도 메자닌에 대한 투자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최근 상장사가 발행하는 CB나 EB, BW에 투자하는 ‘메자닌 블라인드 펀드’를 결성했다. 이 펀드는 430억원 규모로 결성됐는데, 신한투자증권이 200억원, 나머지는 신한은행과 신한캐피탈이 유한책임조합원(LP)으로 참여해 분담했다. 박상협 신한투자증권 신기술금융부 디렉팅매니저는 “투자 매력이 높은 기업에 대한 선제적인 투자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이번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했다”라고 말했다.
특히 신한투자증권은 에코프로비엠이 이달 국내 사모펀드와 증권사를 대상으로 발행하는 4400억원 규모의 CB를 100억원 인수한다. 해당 CB의 표면이자율은 0%, 만기이자율은 2%에 불과하다. 주식 전환 조건도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내년 7월부터 주식 전환을 청구할 수 있는데, 전환 가격이 현재 주가 수준인 주당 27만5000원이다. 하지만 에코프로비엠의 폭발적인 성장성을 감안하면, 원금을 보전하면서(회사가 망하지 않는 한) 주가 상승에 오롯이 베팅하는 구조여서 나쁘지 않은 딜 구조라는 것이 현업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전통적으로 메자닌 투자에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온 메리츠증권뿐 아니라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 역시 메자닌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재현 삼성증권 IB본부 부사장은 최근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상장사들이 많이 발행하는 메자닌의 경우 하방 리스크는 막혀있는 반면 업사이드가 있어 자기자본투자(PI) 부서에서 활발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증권사가 메자닌에 대한 PI 투자를 확대하면 이들 증권사가 확보한 고액자산가의 자금도 더 많이 메자닌 시장에 유입될 전망이다.
메자닌 상품은 채권처럼 정기적으로 이자를 받다가 발행 기업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바꿔 수익률을 더 높일 수 있다. 발행 기업이 채무 불이행을 선언하지 않는 이상 원금 손실 가능성이 크지 않아 중(中)위험·중수익 자산으로 꼽힌다.
최근 경기 침체로 기업 영업 환경이 악화된 가운데, 2차전지 등 일부 업종의 경우 투자 수요가 늘어나면서 메자닌 투자 상품도 다양해지고 있다. 기업들이 CB나 BW를 발행해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은행 대출 등 금융기관을 통해 쉽게 돈을 빌리는 시기에는 주식형 채권 발행이 줄어들지만, 은행의 대출 태도가 강화되는 시점에서는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이 늘어난다.
물론 위험 요인도 고려해야 한다. 상장사가 발행하는 메자닌은 공모 채권과 달리 장내에서 매매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외부 충격이 발생하는 경우 쉽게 현금화하기 어렵다. 지난 2019년 국내 사모 헤지펀드 업계 1위인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예상보다 더 빨리 확산한 것도, 일부 투자 기업에 부실이 발생한 이후 원금 회수 속도보다 자금 유출 속도가 더 빨라졌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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