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마약왕 '엘 차포'의 아들들이 건설한 마약 제국[PADO]

김동규 PADO 편집장 2023. 7. 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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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19세기 초반부터 청 제국은 영국이 밀반입한 아편에 중독되기 시작했고, 아편전쟁으로 몰락이 시작되었습니다. 21세기 세계 최강국 미국도 마약에 중독되고 있습니다. 과거엔 콜롬비아산 코카인이 멕시코를 경유해 들어왔다면 지금은 멕시코산 펜타닐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 펜타닐 중독으로 매일 200명이 사망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펜타닐 중독 문제는 여러 차원의 문제가 뒤섞여 있는 복잡한 문제입니다. 첫째, 미국 사회의 약점을 드러내는 문제입니다. 둘째, 미국과 멕시코의 양국간 문제입니다. 인구 1억3000만명을 가진 멕시코가 미국의 남쪽 이웃입니다. 멕시코 출신들이 합법적, 불법적으로 부유한 미국으로 이주해 와 캘리포니아의 로스앤젤레스 같은 도시는 멕시코계 주민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인종구성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주민들이 바로 멕시코계를 위시한 라티노입니다. '문명충돌론'으로 유명한 새뮤얼 헌팅턴이 '미국,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책을 쓴 것도 라티노 주민들의 급증 때문입니다.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라티노의 급증에 따라 미국의 정체성이 흔들린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초강대국 미국을 이웃으로 둔 멕시코 역시 편하지는 않습니다. 말하자면 '제국의 변방' 같은 위치에 있는 멕시코는 국가의 '거버넌스'가 온전치 않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가가 100여명 살해되고 2022년에는 상반기 동안 1만5000여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국가가 국가로서 기능을 제대로 못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조차 마약 카르텔과의 유착을 의심받고 있는 상태입니다. 세계 최고 부자나라 미국에 마약을 팔고 있는 카르텔은 자체 무장까지 하면서 지방 권력으로 군림하고 있고 마약판매로 벌어들인 천문학적 돈으로 멕시코 정관계를 매수하고 있고, 주민들의 마음을 사고 있습니다. 여기에 또 복잡한 세번째 문제가 있는데, 바로 중국 문제입니다. 펜타닐은 원료 대부분이 중국산입니다. 중국 당국도 이 문제를 알고 있을 것입니다. 미국 역시 예의주시할 것입니다. 미국 사회의 펜타닐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면 미중간의 갈등 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중국 일각에서 멕시코 카르텔과 손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 못합니다. 아래 기사는 멕시코의 악명 높은 시날로아 카르텔 이야기인데 펜타닐을 미국에 유통시킨 대표적인 카르텔입니다. 펜타닐을 둘러싸고 미국, 멕시코, 중국이 어떻게 엉켜있는지 그 단면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PADO는 미국의 마약문제를 계속해서 소개할 예정입니다. 한국 역시 마약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어서 이제 남의 이야기 같지 않습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그래픽=PADO /사진제공=U.S. State Department

2017년 1월 멕시코가 악명 높은 마약밀매자 호아킨 아르치발도 구스만 일명 '엘 차포'를 미국에 넘긴 며칠 뒤, 그의 출신지인 시날로아 주의 지역 경찰관들이 공격을 받았다.

경찰관의 일부는 대낮에 총격을 받고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다른 일부는 실종되었고 아직까지 생사를 모른다. 몇 달 동안 총 13명의 경찰이 사망 또는 실종되었다.

이 총격 난사는 구스만의 시날로아 카르텔에서 전술을 바꾸기 시작한 첫걸음이라고, 네 사람의 정보 및 공안 관리들은 말한다. 그 변화는 이 멕시코 최대의 마약 카르텔 중 하나에서 새로운 세력이 등장했음을 알려준다. 바로 '두목의 네 아드님들'이다.

합쳐서 '로스 차피토스'(Los Chapitos) 즉 '작은 차포들'로 불리는 이 네 형제는 한때 그 적들의 조롱거리였다. 미국에 몇 톤씩 코카인을 밀반입하는 지저분한 일에 종사하는 대신 인스타그램에 자기네 부를 자랑질하는 데만 열중하는 왕자님들이라고. 그러나 이들 형제는 그들의 아버지가 미국 감옥에 갇힌 뒤 동요하던 마약 제국을 재건했으며, 새로운 합성 마약을 제품라인에 받아들이면서 사업을 다각화했다.

그들이 일찌감치 베팅한 펜타닐은 오피오이드계 합성물로 헤로인보다 50배나 강력하다. 오피오이드 붐의 중심에 있던 이 마약은 미국 마약수사관들의 경계 1순위에 올라 있다.

지난달 미 당국은 여러 관할지역에서 중복 기소한 범법 혐의를 근거로 이 형제들을 대대적으로 기소했다. 그리고 형제 중 둘은 각각 1천만 달러로 현상금 액수를 올렸다. 그리하여 그들은 세계에서 가장 힘세고 현상금도 가장 높은 마약왕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미국 관료들은 그들을 매일 2백 명 가까이 미국인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는 중독성 독극물의 간판인물로 만들었다.

"이 로스 차피토스가 미국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마약의 생산과 밀반입에 길을 열었습니다." 4월 14일 워싱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 마약단속국(DEA) 국장인 앤 밀그램은 이렇게 밝혔다. "그들은 글로벌 마약 제국을 물려받았고, 더욱 잔인하고, 더욱 난폭하고, 더 치명적인 제국으로 만들었습니다."

지난 화요일 미 재무부는 이 형제 중 하나인 호아킨 2세에 대해 제재조치를 취했다. 그가 로스 차피토스의 펜타닐 네트워크 안에서 "대형 공장들" 관리를 맡는 등 역할을 하고 있다는 혐의 때문이었다. 그의 다른 세 형제는 이미 밀반입 혐의로 제재를 받은 상태다.

로스 차피토스는 지난 주 처음으로 공개 서한을 통해 자신들이 펜타닐을 유통시키고 있다는 당국의 발표를 부인하고 워싱턴의 기자회견에서 미국 관료들이 그들에게 씌운 혐의를 반박했다.

"우리는 펜타닐이나 그 비슷한 무엇이든 만들어 낸 적도, 대량생산한 적도, 판매한 적도 없습니다. 우리는 무고하게 기소되었고 그들은 우리를 희생양으로 삼은 겁니다." 형제들이 편지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멕시코의 밀레니오 뉴스 채널은 5월 3일자 방송에서 구스만 가의 변호사인 호세 레푸히오스 로드리게스와의 인터뷰와 함께 이 편지 내용을 내보냈다. 로드리게스 변호사가 뉴스 진행자에게 이 편지를 제공했다.

자신들이 시날로아 카르텔의 우두머리임을 부인하며, 이 형제들은 마약 밀수업자들과 언론이 아버지의 명성을 이용해 무고한 그들에게 죄를 뒤집어씌웠다고 주장했다.

엘 차포는 콜로라도의 '슈퍼맥스' 감옥에서 종신형을 살고 있다. 구스만의 입장을 알고자 그의 미국 내 변호인인 마리엘 콜론 미로에게 연락했지만, 미로 변호사는 자신의 고객("엘 차포")은 당국이 언론 접촉을 금지시켰기 때문에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둘은 엘 차포의 전처, 둘은 후처 소생인 4형제는 가장 위가 40세이고 맨 아래가 33세다. 가장 나이가 많은 이반을 필두로 하는 이 넷은 시날로아 카르텔의 핵심 인사로 떠올랐다고 미국과 멕시코의 마약수사관들은 말한다. 그들에 따르면 이 카르텔은 공급과 보안에서만 서로 협력하는 느슨한 밀수업 조직들의 연합이지만 이 구스만 가문이 주축이다. 로스 차피토스가 빠르게 권력을 장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신세대인 이 '나르코 주니어'(멕시코에서는 주요 마약상의 자식들을 이렇게 부른다)의 부상(浮上) 과정을 되짚기 위해 로이터통신은 네 명의 시날로아 카르텔 인사들과 면담하고 이들의 또 다른 굵은 돈줄인 메스암페타민(필로폰) 알약을 모아 둔 집을 방문했다. 또 로이터통신은 이 밖에 수십 명의 소식통을 인터뷰했는데, 미국, 멕시코의 공안 관련 인사, 정보 요원 및 정부 관리 등과 함께 카르텔의 새 지도부 등장을 목격한 현지 주민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로스 차피토스의 빠른 부상, 그 자세한 이야기들이 여기서 처음 공개되는 바, 그것은 당국자들이 그저 날라리 젊은이들로만 알았던 이들을 얼마나 과소평가했었는지를 보여준다.

2019년, 시날로아의 주도인 쿨리아칸에 멕시코군이 쫙 깔렸다. 이 때 이미 이 형제들은 마약계에서 자리를 꽉 잡고 있었다. 군인들은 넷 중 막내인 오비디오를 붙잡았지만, 멕시코 대통령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의 지시로 금방 다시 놔주었다. 이 과정에서 카르텔 졸개들이 군인들과 총격전을 벌여 몇몇 구경꾼들을 포함한 14명이 죽었다.

"이 신세대는 더 폭력적이예요. 전에는 심문을 하고는 총을 쐈지요. 하지만 이제는 총부터 쏘고 질문합니다." 한 멕시코 시놀리아주 퇴역 경찰의 말이다.

(계속)

PADO 웹사이트(https://www.pado.kr)에서 해당 기사의 전문을 읽을 수 있습니다. 국제시사·문예 매거진 PADO는 통찰과 깊이가 담긴 롱리드(long read) 스토리와 문예 작품으로 우리 사회의 창조적 기풍을 자극하고, 급변하는 세상의 조망을 돕는 작은 선물이 되고자 합니다.

김동규 PADO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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