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경제 연결된 대격변의 시대, 한국의 운명은?

조철희 기자, 김상희 기자, 최성근 전문위원 2023. 7. 1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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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인터뷰 - 김병연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장
[편집자주] 머니투데이 지식·학습 콘텐츠 브랜드 키플랫폼(K.E.Y. PLATFORM)이 새로운 한주를 준비하며 깊이 있는 지식과 정보를 찾는 분들을 위해 마련한 일요일 아침의 지식충전소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김병연 서울대학교 국가미래전략원장 머니투데이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최근 영국 매체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대만을 둘러싼 갈등' 백서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의 관계 악화로 대만해협에서 충돌이 발생할 경우 경제적 위험이 가장 큰 곳으로 한국이 홍콩에 이어 2위에 꼽혔다. '국가' 단위로는 우리가 1위다. 지리적으로 대만해협에 가깝고, 중국과의 무역 의존도가 높은데다, 미국의 동맹국이자 미군이 주둔하는 국가라 위험이 높다는 분석이다.

백서는 대만해협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대만이 큰 역할을 하던 반도체 공급망이 파괴돼 많은 나라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시에 반도체 산업이 강한 한국에 대안적으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고도 했다. 미중 갈등, 대만해협 충돌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는 한국의 안보에 엄청난 위협을 가하는 동시에 반도체 분야 등 첨단산업 경제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복합적인 경제·안보 동인이다.

경제, 산업, 외교, 안보 등에 대한 융복합 연구 클러스터를 운영하는 서울대학교 국가미래전략원의 김병연 원장은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경제와 안보는 물론이고 과학기술, 문화, 외교 등이 다 섞여 돌아가고 있다"며 "예상하지 못했던 경제적 사건이 안보적인 상황으로 파급되기도 하고, 경제 제재처럼 의도적으로 경제를 활용해 안보적인 목적을 달성하려고도 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이런 시대 변화를 읽지 못하면 한 나라의 생존이나 번영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심각성을 깨닫고 예견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며 "지정경(地政經)의 복합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생존하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 것인가에 대한 융복합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가미래전략원은 최근 보고서 '한국이 당면한 지정경 리스크'를 발표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전략 등 미국발 불확실성을 점검하고 중국, 러시아, 북한의 리스크를 분석했다. 이같은 한반도 주변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해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연계적 대응책도 제안했다.

보고서에선 대만 문제에 대한 우리의 대응과 관련해, "미국의 대중(對中) 전략적 견제에 적절한 범위에서 참여하면서도 국익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에선 치밀한 대비가 필요하다"며 "한국은 대만 문제의 당사자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미국은 통합 억제 전략 속에서 주한미군, 나아가 한국의 역할을 일정 부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으로선 이에 대해 명확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의 연구책임자인 김 원장은 "큰 사건이 빈발하고 지정학과 경제가 연결되어 판을 뒤흔들고 있다"며 "어느 방향으로 전개될지 알 수 없는 사안들이 급박하게 움직이며 한반도의 정세에 영향을 미치는데 한국의 운명은 이 복합위기를 어떻게 이겨내는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북한 경제와 구(舊)사회주의권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연구자로 꼽힌다. 북한뿐 아니라 러시아, 중국 등 현재 지정경 리스크가 큰 나라들의 경제를 연구했다. 김 원장과 심층 인터뷰를 통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패권경쟁 △글로벌 공급망 재편 △미국 대선 △중국 경제 리스크 △북한 문제 등 글로벌 주요 이슈를 상세히 점검했다.

(바흐무트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바흐무트에서 병사들이 러시아 군을 향해 BMP 보병 전투 차량을 이동하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현재 국제사회 최대 이슈다. '지정학적 지진'으로 불릴 만큼 냉전 이후 최대 사건으로 평가된다. 개전 500일을 넘긴 가운데 최근 무장 반란 사태를 일으켰던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과 소속 용병들이 이 전쟁 향방에 큰 변수가 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프리고진 사태가 상당한 변수입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바그너그룹을 해체하고 싶을 겁니다. 푸틴 대통령이 바그너그룹 해체에 성공할 지도 관심이지만, 해체 이후 용병이 없는 상태에서 러시아군의 전력이 얼마만큼 줄어들 것인지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최근 바그너그룹 해체가 완료됐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사실이라면 불확실성은 줄겠지만 이로 인해 러시아 전력이 얼마나 감소할지가 중요합니다. 그러나 얼마 전에는 용병들이 벨라루스에 주둔한다는 보도도 있었고 최근에는 용병들이 벨라루스 군인을 훈련시킨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만약 바그너 그룹이 벨라루스에서 활동하면 벨라루스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군사력이 약한 벨라루스가 불안정해질 수도 있습니다. 특히 바그너그룹이 최근 러시아에서 벨라루스로 이동된 핵을 장악하는 경우가 매우 우려됩니다. 벨라루스는 리투아니아와 지리적으로 가까운데, 리투아니아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입니다. 바그너그룹과 나토가 바로 맞부딪칠 수 있는 지점이기 때문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변동성이 커질 수도 있습니다.

■ 국가미래전략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올해도 지속되겠지만 향후 2~3년 이내에는 협상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과 유럽은 부담이 누적되고, 러시아는 전쟁을 지속할 경제적 내구력이 약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러시아의 핵 사용 등으로 인한 확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전쟁이 올해 안에 끝날 가능성은 적어 보입니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내년 3월 대선에 후계자를 세우지 않고 자신이 또 출마할 계획이면 그 전에 전쟁을 끝내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간절할 겁니다. 미국도 내년 11월에 대선이 있기에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협상 모멘텀이 강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서방 측 모두 물러설 수 없는 국면입니다. 협상에 대한 정치적인 모멘텀은 충분하지만 누가 이기고 지고의 문제가 전혀 정리가 안된 상태이기 때문에 올해는 종전이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내년쯤에는 협상을 위한 탐색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 같습니다. 협상의 진척과 타결 여부는 러시아의 경제 상황과 많이 관계될 겁니다. 특히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 그럴 가능성은 더 커질 것입니다. 유가가 러시아의 생산원가로 판단되는 배럴당 40달러 밑으로 떨어지면 러시아는 기름을 팔아 돈을 벌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나 현재 유가가 70~80 달러이기에 30~40달러를 남겨 전비를 대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 인도, 튀르키예에는 세계 시가보다 더 싼 가격으로 유류를 공급하고 있어 이윤 마진은 이보다 낮을 것입니다.

(누사두아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누사두아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중 첫 대면 정상회담을 위해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중 패권경쟁
■ 최근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의 잇따른 방중(訪中) 등을 계기로 미국의 대중 전략이 기류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수년 동안 심화된 미중 패권경쟁 과정에서 계속 어려움을 겪어 왔던 우리로선 촉각을 더욱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는 시기다.
미국이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대신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이라는 표현을 쓰자 미국의 대중 정책이 변화했다고 보는 시각이 있지만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미국은 지금 어떻게 대중 전략을 가지고 갈지 나름 답을 찾은 것 같습니다. 물러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답을 찾았기 때문에 전선을 확대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답을 알고 있으면 행동을 크게 할 필요가 없습니다. 상대방을 겁주거나 과잉 조치를 할 필요가 없는 거죠. 효과가 떨어지고 부작용만 생기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정확하게 원하는 것만 취하는 것입니다. 미국은 대립(confrontation)이 불가피한 안보 등의 분야를 제외하고는 중국과 경쟁(competition) 내지 협력(cooperation)을 하겠다고 제안합니다. 대립되는 분야가 아니면 협력하거나 건설적 경쟁을 해야 미국 경제도 손해가 덜하고 국제질서도 안정될 것이라는 답을 이미 정한 것입니다. 그러나 첨단산업 분야는 안보로 간주합니다. 중국은 이 점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입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답이 나왔으니까 중국에 가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죠. 답을 가진 상태이기 때문에 중국과 조율을 하고 싶은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생각이 어떤지를 알고 싶기 때문에 중국을 간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면에선 미국도 지금 중국에 가서 물어보야 할 만큼 중국의 속셈을 정확히 모르겠다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 중국은 시 주석을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도 중국이 무엇을 어떻게 할지 확실히 설명할 수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미국도 시 주석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고 싶을 것입니다.

물론 중국도 지금 답을 찾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중국은 여러 사람들이 같이 의논해서 결정하기 보다 한 사람이 결정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이 사람이 잘못 결정했을 경우 다른 사람들이 그걸 아니라고 할 수 없지 않겠습니까? 이게 중국의 핵심 리스크 중 하나인 엘리트 정치 리스크 문제이고, 그 핵심은 시 주석이라고 봐야겠죠.

■ 1년 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 과정이 미중 패권경쟁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간에 대중 견제의 경쟁이 일어나면 미중 관계는 더 악화될 수 있다.
미국 대선은 민주당의 재집권이냐 공화당의 정권교체냐의 문제라기보다 트럼프냐 아니냐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한다면 여러모로 불확실성은 커질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중 정책에 관해선 민주·공화 어느 당이 집권하더라도, 또 트럼프가 집권하더라도 별 차이는 없을 것입니다. 바이파티잔(bipartisan·초당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고 압박해야 한다는 입장이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전략경쟁에서 중국을 이겼다고 판단하기 전까지는 어느 대통령이 되도 이를 바꾸기 어려울 겁니다. 트럼프도 마찬가집니다.
그러나 대(對) 러시아 전략은 트럼프냐 아니냐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아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더 빨리 끝내고 싶어할 것입니다. 그러나 어떤 당의 후보가 이길 것인가는 외교 문제보다는 미국의 국내 문제, 즉 물가안정과 경제 회복, 이민 문제, 낙태, 소수자 인권 문제 등이 더 중요한 이슈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 중국은 미국을 넘어서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있지만 내부적으론 경제가 비틀거리고 있다. 중국 경제는 2015년 신용위기 이후 등장한 '세 마리 회색 코뿔소'가 취약점으로 계속 지적 받고 있다. 회색 코뿔소는 눈에 보이지만 방심하다 돌진해 오면 막기 어려운 큰 리스크를 말한다. 부동산 거품, 그림자 금융, 높은 수준의 부채가 세 마리 회색 코뿔소다. 최근엔 기대했던 코로나 리오프닝 효과도 별게 없었다. 금융 불안, 장기 불황의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저는 이미 2017년에 모 일간지에 기고했던 '중국의 섣부른 굴기'라는 칼럼에서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는다는 것은 어렵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2030년대에 단기적으로 경제 규모가 미국을 따라잡을 수도 있겠으나 다시 역전될 것으로 판단합니다. 저는 중국 경제가 지금 구조적인 제약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이 고성장하던 시절에 가졌던 생각은 이제 빨리 버려야 합니다. 그런 시절은 끝났습니다.

토지, 노동, 자본과 같은 생산요소의 투입량을 증가시키면 그것이 기여하는 생산의 증가폭은 감소한다는 '수확체감의 법칙'을 피할 수 있는 나라는 없습니다. 과잉투자를 통해 성장해 온 중국은 더욱 그럴 것입니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고정자산 비율이 2.5배가 되면 대부분 성장률은 크게 떨어집니다. 자본을 더 투자해 봐야 자본투하에 따른 GDP 성장 효과가 적어집니다. 우리도 그랬고, 미국도 일본도 그랬습니다. 중국도 지금 그런 상황입니다.

다만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은 수확체감이 있다 하더라도 생산성 혁신으로 경제성장률이 다시 올라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중국은 생산성 혁신을 이루기 어렵습니다. 중국공산당 일당 독재가 혁신의 가장 큰 걸림돌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중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의 뿌리입니다. 국영기업과 은행의 민영화가 혁신 과제인데, 이것을 하게 되면 공산주의를 부정하는 셈이 될 수도 있고, 공산당의 자원 포획이라는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정치와 경제가 얽혀 있는 문제입니다.

따라서 제가 볼 때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올해는 기저효과 덕분에 5%쯤 될지 모르겠으나 이후엔 3~4%, 시간이 더 지나면 2~3%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 미국이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산업 등에 대한 자국 중심 공급망 재편을 시작한 이후로 한국의 관련 대기업들은 계속 피마르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려운 상황임은 틀림없지만 우리 기업들에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산업별, 품목별로 다른 어프로치가 필요하겠습니다. 반도체처럼 공급망이 긴 품목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품목도 있을테죠. 그런 것들을 분별하는 능력이 우리에겐 있습니다. 다른 나라가 우리 기업에 대해 경제적인 조치를 취했을 때 취약한 분야가 어디인지 살펴보고, 전략적으로 중요한 품목에 대해선 우선적으로 대비를 해야겠습니다. 기업들이 먼저 대비하겠지만 국가 차원에서 준비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런 것은 현재의 준비이고, 결국 미래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공급망에서 부가가치가 높고 중요한 위치를 점하려면 결국 과학기술 쪽에 주목해야 합니다. 따라서 과학기술 혁신이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기업의 노력 뿐만 아니라 정부의 적극적인 R&D(연구·개발) 지원이 필요합니다.

중국이라는 큰 시장을 지금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우리 경제에 부정적이지만 미국의 대중 제재로 인해 중국이 반도체 분야에서 우리를 추격하는 속도가 늦춰진 것은 우리에게 긍정적인 면입니다. 원래대로였다면 중국 시장에 더 많이 팔아 경제적으로 이득을 거뒀겠지만 그것은 당장의 일이고 시간이 지나 중국이 우리 기술을 추월하면 우리의 미래는 굉장히 어두울 수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찌 보면 시간을 벌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로선 최대한 현재와 미래 이익의 균형을 잘 맞추면서 중국 시장에서 빠져나오는 속도도 점진적으로 잘 늦춰 손실을 줄여야 하겠고, 벌어놓은 시간 동안 기술 격차를 더 벌리는 것이 좋은 전략일 것입니다.

특히 중장기적으로 미래를 내다보는 정책을 펴야 합니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반도체나 전기차 배터리를 미국 땅에서 생산하겠다는 것인데 과연 미국이 장기적으로도 첨단 제조업의 대량생산 기지가 될 수 있는지 판단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이에 맞는 노동력이 필요한데, 미국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산업에 뛰어난 인력을 가진 나라이지 제조 생산 인력은 제한적입니다. 미국에서의 생산비용은 한국이나 대만보다 적어도 30~40% 높을 겁니다.

정부가 보조금을 준다고 하지만 영원히 그런 식으로 대량생산을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미국은 대중 정책의 핵심이 첨단산업에서 기술격차를 벌리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그 목적을 어느 정도 이뤘다 싶으면 대량생산 시설을 미국 땅에 두는 것의 기회비용이 얼마나 큰 지를 생각할 겁니다. 미국이 이제 더 할 필요가 없겠다고 마음먹게 되면, 한국에겐 더 큰 기회의 창이 열릴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것까지 길게 내다보고 정책을 펴야 합니다.

[빌뉴스(리투아니아)=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 리텍스포(LITEXPO)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 및 파트너국 정상회의에 참석해 있다. (공동취재) 2023.07.12.
#한국의 전략
■ 지정학 리스크가 고조되고, 안보와 글로벌 경제가 불안한 상황에서 우리는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데 고민이 깊다. 미국 등 서방의 자유주의 진영과 중국·러시아 등 권위주의 국가들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 안보 전략의 근간인 한미동맹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미국과 서방도 한국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있다. 미국은 검증된 동맹국인 한국이 자유주의 연대를 위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길 원한다. 나토 정상회담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자주 초청 받고, 한국의 'G8 가입론'까지 나온다.
지금과 같은 대격변의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안보입니다. 우리는 우선적으로 북한 핵 문제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안보 차원에서 한미동맹의 강화는 필수입니다. 지금 우리 정부가 한미동맹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여러 노력을 열심히 기울이는 것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의 국력은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이제 강대국 외교를 할 때가 됐다는 언론 보도도 나올 정도죠. 국력이라는 것은 경제력, 군사력, 문화력일텐데 군사력은 세계 10위 안에 들고, 경제력은 세계 10위권입니다. 문화력은 최근 글로벌 한류 열풍을 봐도 알겠지만 이보다 높을 겁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G8이 돼 국제사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자임하자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세계에 필요한 의제를 던지고 담론을 주도해야 합니다. 또 세계가 원하는 공공재를 창출해 공급할 의무도 있습니다. 비용도 부담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려면 국민의 가슴이 넓어져야 합니다. 특히 지도자들, 정치인들의 마음이 열려 있어야 합니다. G8에 걸맞는 가치를 지향하는, 국격이 있는 리더가 돼야 합니다.

■ 윤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때부터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강조했고, 정부는 미국 등 서방과 이같은 가치를 공유하고 연대하는 '가치외교' 정책을 펼쳐왔다. 특히 한미일 3국 협력 강화가 외교안보 정책의 핵심이다. 최근엔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가 논란 중이지만 정부는 일본과의 관계 개선 기조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한일 관계는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비용이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한일 관계가 개선되면 실질적인 이익이 있다고 국민들이 체감할 때 근본적인 문제가 사라질 것입니다. 서로 잘 지내니 정말 좋다는 게 실감이 날 때 감정의 응어리가 풀어질 수 있습니다. 지금은 실감이 좀 더디게 되다 보니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도 일고 있는 셈이죠.

저는 그래서 한일 간의 공급망을 회복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일 간 공급망은 한중 간 공급망과는 다릅니다. 한중 공급망은 한국이 중국에 중간재를 팔고, 중국은 그것을 가지고 완제품을 만들어 파는, 서로 이익이 될 게 뻔해 비교적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는 경제 발전 단계가 다르니까 가능한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은 경제 발전 단계가 비슷하고 국민 소득도 비슷해 공급망을 만들려면 정치하고 세련돼야 합니다. 한일 공급망 재편은 우리에게 훨씬 더 좋은 일입니다. 사실 일본은 내수 시장도 크고 해서 우리보다 니즈가 작습니다. 일본과 공급망이 잘 연결된다면 우리에게 유리한 게 더 많습니다. 원천기술이 강한 일본의 내수기업을 우리가 발굴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학계나 연구기관들 중 한일 관계와 일본 경제를 깊이 있게 연구하는 곳이 부족합니다. 재계는 일본 경제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관심과 고민이 깊을텐데, 학계에서 이 분야에 대한 지식과 지혜를 마련해 줘야 합니다. 기업들이 일본과 공급망을 만들고 싶어한다면, 어떤 산업과 품목이 적합한 지 깊이 있는 연구가 나와줘야 합니다.

■ 글로벌 지정학 리스크는 서로 연계돼 우리한테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그 대비 역시 종합적이어야 한다. 미국과 보조를 맞추면서도 우리 국익을 확실히 챙겨야 한다. 중국에는 당당한 외교를 하면서도 정면충돌은 피해야 한다. 얽히고설킨 복잡한 문제를 푸는 것인 만큼 세심한 정책이 필요하다.
사실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지정학적 문제는 북한 문제입니다. 다른 나라들엔 최우선순위가 아닐지 모르지만 우리는 지금 당장 대비해야 할 문제입니다. 다른 문제들을 우선시하는 미국, 중국, 유럽을 상대로 결국 우리가 풀어야 할 연립방정식의 문제입니다. 미국을 설득하고 유럽을 견인하는 외교적 지혜가 필요합니다.

유연하고 입체적인 외교를 해야 합니다. 국가미래전략원은 얼마 전 '동심원적 다자주의'를 우리 외교 전략의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미국과는 양자(兩者) 외교, 유럽·일본과는 삼자(三者) 외교, 중국 등과는 소다자(小多者·minilateral) 외교를 구사해 협력의 틀을 마련하고 갈등을 방지하자는 것입니다.

우리는 북한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여기지만 거리가 꽤 떨어져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문제에선 한발 물러서 있습니다. 반면 유럽은 러시아가 코앞에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가장 심각하게 여기고 있고, 한국이 더 적극적이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지정학적인, 경제적인 관계의 차이를 고려해 유연한 외교 구도를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 외교는 제로섬 게임이 아닙니다. 한쪽과 가까우면 다른 한쪽과 멀어진다고 여기는 것은 20세기의 외교입니다. 가치를 기반으로 같이 가지만 똑같이 가는 게 아니라 각국의 상황에 따라 한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조율하면서 가는 것입니다.

■ 북한 문제는 우리가 직면한 중대한 리스크다. 하지만 최근 국제사회에서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있고, 국내에서도 '안보불감증'이라는 말이 다시 나올 정도로 경각심이 부족하다. 경제난이 계속 심각해져 북한의 변동성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7차 핵실험이나 그에 준하는 군사적 도발 가능성도 상존한다.
저희 국가미래전략원 연구진이 향후 2~3년 내 지정학 리스크에서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할 가능성을 수치로 평가했는데 북한이 7차 핵실험이나 그 수준의 군사 도발을 일으킬 확률이 35%로 가장 높게 나왔습니다. 다음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을 사용할 확률이 10%, 향후 2~3년 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확률이 5%로 각각 예상됐습니다. 즉, 북한 리스크는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의 7배일 정도로 심각한 것인데 많은 이들이 실감을 잘 못하고 있죠.

리스크의 구조를 봐야 하는데, 중국이나 러시아는 사실 내부가 안정돼 있지만 북한은 내부가 매우 취약합니다. 내부적인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해 외부적인 행동을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다른 카드가 통하지 않으면 핵 도발로 미국과 한국을 압박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고 싶을텐데, 핵실험을 했는데도 미국과 한국이 원하는대로 나오지 않으면 아마 7차 핵실험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계속할 수 있고, 8차·9차 핵실험을 할 수도 있습니다.

2017년 6차 핵실험 때만 해도 진화가 빠르게 됐는데, 지금은 많이 다른 상황입니다. 그 때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없었고, 인플레이션 등으로 글로벌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지정학적으로 대격변의 시대이고, 글로벌 경제는 매우 불안한 상황입니다. 이런 때 북한이 도발한다면 한국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도 있습니다. 우리 환율과 금리에 영향이 미칠 것이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을 떠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관리를 해야 합니다. 북한 리스크는 결코 없어지지 않습니다. 밀쳐 두고 싶다고 밀쳐 둘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풀어야 할 문제입니다. 지금 미국은 예상치 못했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국운을 건 중국과의 패권경쟁 문제로 북한 문제를 당분간 밀쳐 두고 싶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미국을 움직여야 합니다. 북한 문제를 계속 제기하고, 미국을 설득할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해야 합니다.

북한의 김 위원장도 지금 굉장히 고통스러울 겁니다. 핵을 인정받고 제재를 풀어 경제를 살려야 정권을 유지할 수 있을텐데, 경제가 더 어려워지면 핵이 있어도 통치가 어려울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의 의식이 지금 많이 바뀌었습니다. 아마 자신의 아버지 때보다 훨씬 어려운 통치를 하고 있을 겁니다. 김 위원장이 이런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에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동의하기는 어렵더라도 비핵화 협상에 임할 가능성은 있다고 판단합니다.

자동차가 시동이 한번 걸리면 움직이듯이, 한번 변화의 시동이 걸린 다음에는 우리가 조정을 잘하면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습니다. 그런게 '전략'(strategy) 아니겠습니까.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와 북한 경제의 개발, 평화체제를 동시에 포괄하고, 단계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지속적으로 펼치는 것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는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1일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장인 그랜드 프린스 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5.2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정경의 시대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대만에 대한 공세, 북한의 계속된 도발, 1년 여 앞으로 다가온 미국의 대통령 선거, 미중 패권경쟁, 불확실성이 높은 글로벌 경제. 이같은 지정학적 사건과 경제적 환경은 서로 긴밀히 연결돼 각국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국가 간에도 다양하고 강력한 파급 효과를 낳고 있다. 이러한 '지정경'의 시대를 슬기롭게 헤쳐나가야 하는 것이 우리의 당면한 과제다. 중장기적으로도 번영을 지속하기 위해 지혜를 마련해 둬야 한다.
질서가 새롭게 변화했습니다.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의 시대에는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외교, 안보, 경제가 칸막이로 구별돼 있었습니다. 안보 문제를 경제와 섞지 않고,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에 대해 외교적으로 보복하지는 않았습니다. 화재가 번지더라도 한쪽만 태우고 다른쪽은 차단하는 일종의 방화벽(fire wall)이 작동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방화벽이 다 없어진 상태입니다. 한쪽에서 불이 나면 다른쪽으로 쉽게 번질 수 있습니다. 이런 상태를 이용해, 경제 제재처럼 의도적으로 경제를 활용해 안보적인 목적을 달성하려 합니다. 경제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데, 안보적인 상황과 연결되기도 합니다. 경제와 안보는 물론이고 과학기술, 문화, 외교 등이 다 섞여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 변화를 읽지 못하면 한 나라의 생존이나 번영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이 심각성을 깨닫고 미리 예견을 하고, 준비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문간 절연(?緣) 상태의 글로벌라이제이션 시대 때는 정책 수립과 실행을 각 부처에서 따로 해도 문제가 없었습니다. 경제부처, 외교부처, 국방부처 다 따로 영역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바뀐 시대에 그런 식의 정부 운영을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싱크탱크도 마찬가집니다. 각 분야마다 다 따로 있는데, 이런 칸막이 정부부처와 싱크탱크는 이제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지정학과 경제가 만나는 지점에 우리가 창출할 수 있는 부가가치가 보일 것입니다. 방화벽이 없어진 지정경의 복합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생존하고, 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 것인가에 대한 융복합적 연구가 필요합니다. 또 학교는 그런 전문성을 가진 인재를 양성해야 합니다. 하지만 대학교 경제학과에서 지정학이나 기후변화 수업을 한다는 것이 여전히 어려운 현실이죠.

저희 국가미래전략원은 그래서 융복합 연구집단, 즉 클러스터로 출범했습니다. 어떤 주제에 대해 여러 분야의 교수들이 함께 모여 융복합적으로 연구를 하고, 대안을 제시합니다. 2021년 출범 당시 △세계질서 변화와 한반도의 미래 △저출산, 고령화 등 인구문제 △민주주의
△글로벌 팬데믹 △과학기술의 미래 등 5개 클러스터로 시작해 △경제안보가 추가됐고, 올해 △탄소중립이 생겨 현재 총 7개 클러스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가미래전략원은 대한민국의 안전과 번영을 최우선의 목적으로 삼으면서 동시에 세계 평화와 발전에 공헌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과 인류사회가 직면한 주요 도전에 대해 수준 높은 정책 방안을 제시할 것입니다. 정부의 여론 수렴과 정책 결정에 기여하기 위해 실용적인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연구 결과를 우리 사회에 공개할 것입니다.

■ 지정경의 복합위기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려는 의지와 혁신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 우리는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경험이 있고, 위기 때마다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돌파했던 저력이 있다. 위기 속에서 위험을 경계해야 하겠지만 기회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여기서 방향을 잃고 헤매서는 안됩니다. 또 도약할 수 있고, 우리의 위상을 더 높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 미국이 가장 중시하는 배터리(Battery)·바이오(Bio)·반도체(Semiconductors), 이른바 'BBS' 산업에다 방위산업까지 제품의 대량생산이 가능한 나라는 전세계에서 한국 밖에 없습니다. 제조업 강국 독일도 탄복할 정도입니다.

세계의 담론을 주도할 수 있는 역량을 우리는 분명히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그 힘만큼 전략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도 예전 체질을 버리지 못하고 미국과 중국이 싸우면 눈치만 보고, 어디에 붙어야 할지 고민만 계속하는 습성이 없지 않은데, 그런 시대가 아닙니다.

우리 젊은 세대는 전략을 가지고 세계를 리드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이 세계에 기여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어려울 때 도움을 받아 이만큼 성장한 우리는 이제 세계에 감사를 표할 때가 됐습니다. 우리 위상에 맞게 세계 무대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활약할 때가 됐습니다. 우리 젊은 세대가 더 넓은 마음을 가지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 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조철희 기자 samsara@mt.co.kr 김상희 기자 ksh15@mt.co.kr 최성근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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