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까짓 비가 대순가요”…‘구도의 도시’에 사는 팬들은 야구에 진심이었다 [MK부산]

이한주 MK스포츠 기자(dl22386502@maekyung.com) 2023. 7. 16.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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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까짓 비가 대수입니까. 좋아하는 선수들을 마음껏 볼 수 있는데…”.

‘야구의 도시’ 부산에 살고 있는 팬들은 야구에 대해 진심이었다.

15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는 2023 프로야구 KBO리그 올스타전이 개최됐다. 2만2990석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나눔올스타(키움 히어로즈, LG 트윈스, KIA 타이거즈, NC 다이노스, 한화 이글스) 및 드림올스타(롯데 자이언츠, 두산 베어스, KT위즈, 삼성 라이온즈, SSG랜더스) 선수들과 함께 호흡했다.

프로야구 올스타전은 15일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사진(부산)=천정환 기자
당초 이날 경기는 개최 여부가 불투명했다. 최근 많은 비가 내렸고, 이날 오후까지도 적지 않은 빗줄기가 그라운드를 적셨기 때문. 그러나 지난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올스타전을 치르게 된 부산에 살고 있는 팬들은 이에 개의치 않았다.

부산 동래구에 살고 있는 50대 남성 이정찬씨는 경기 전 기자와 만나 “이까짓 비가 대수인가. 좋아하는 선수들을 마음껏 볼 수 있는데…”라며 “내가 좋아하는 노진혁(롯데)이 미스터 올스타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응원을 들은 것일까. 이날 드림 올스타의 7번타자 겸 유격수로 선발출전한 노진혁은 아쉽게 MVP는 놓쳤지만, 4타수 2안타를 기록하며 이 씨를 기쁘게 했다.

부산역 부근에 거주하고 있는 20대 여성 전주희씨도 야구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중학교 때부터 ‘레전드’ 이대호 때문에 야구를 보기 시작했다고 소개한 전 양은 “한동희(롯데)가 잘했으면 좋겠다. 이대호 선수가 은퇴한 가운데 후계자는 한동희라고 생각한다. 외모도 너무 귀엽게 생기셨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한동희 역시 이번 경기에서 4타수 1안타 2타점을 작성,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날 올스타전은 또한 가족 단위로 온 팬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부산 서구에서 온 40대 남성 이정현씨는 “올스타전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아내 및 자식들과 함께왔다”며 비가 올 수도 있지 않겠냐는 기자의 질문에 “저의 야구 열정은 비로 막을 수 없다”고 우문현답했다.

최근 연일 많은 비를 쏟아내고 있는 하늘도 이러한 팬들의 바람에 감동한 것일까. 그라운드에서 팬 사인회가 펼쳐지던 4시경까지만 해도 빗줄기가 굵었지만, 개시 시각인 오후 6시에는 말끔하게 그쳤다. 이후에도 간간히 가랑비가 흩날리기는 했으나, 경기 진행에는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였다.

15일 열린 올스타전에서 맹활약을 선보인 채은성(왼쪽). 사진(부산)=천정환 기자
이처럼 많은 팬들이 찾아온 만큼 선수들의 경기력도 수준급이었다. 특히 채은성은 지난 1982년 김용희(롯데) 이후 41년 만에 올스타전에서 만루포를 쏘아올렸다. 아울러 5타점까지 챙기며 나눔 올스타의 8-4 승리를 이끈 그는 올스타전 역대 최다 타점 타이(종전 2019년 한유섬·당시 SK 와이번스) 기록과도 마주했다.

전날(14일) 진행된 홈런레이스에서도 5개의 아치를 그리며 정상에 섰던 채은성은 이 같은 활약을 인정받아 미스터 올스타까지 수상하는 영예를 누렸다. 홈런레이스 우승과 올스타전 MVP를 동시에 차지한 것은 채은성이 최초다.

볼거리도 풍성했다. 소크라테스 브리토(KIA)는 중절모에 선글라스를 쓰고 자신의 응원가에 맞춰 트럼펫을 불며 등장했다. 팀 동료 이우성과 최지민도 장난감 트럼펫으로 멋진(?) 공연을 선보였다. 구자욱(삼성)은 긴 가발을 쓰고 ‘미모’를 과시했으며, ‘노검사’ 노진혁(롯데)은 검사복을 입고 타석에 들어섰다.

15일 올스타전에서 타석에 들어선 뷰캐넌이 적시타를 치고 있다. 사진(부산)=천정환 기자
백미는 삼성의 에이스 데이비드 뷰캐넌이었다. 영화 ‘탑건’의 톰 크루즈를 연상케 하는 전투복을 착용한 채 등장한 그는 경기 중반 상영됐던 6·25전쟁 정전 70주년 기념 영상에 경례를 올렸다.

뷰캐넌은 지난 13일 광주 KIA 타이거즈(삼성 4-1 승)전에서 119개의 볼을 뿌리며 완투승을 거뒀다. 현실적으로 투수 등판이 쉽지 않은 상황. 대신 그는 8회말 김현준을 대신해 우익수로 나섰고, 오지환의 타구를 깔끔히 잡아냈다.

9회에는 타석에도 등장했다. 상황은 2사 1, 3루였으며, 마운드에는 명실상부 KBO리그 최강 마무리 투수 고우석(LG)이 있었다. 하지만 뷰캐넌은 주저하지 않았다. 6구까지 가는 치열한 승부 끝에 좌중간으로 향하는 1타점 중전 적시타를 때려내며 많은 팬들의 환호를 이끌었다.

이런 선수들의 모습에서 야구의 재미를 흠뻑 느낀 팬들은 경기가 끝나고 쉽사리 야구장을 떠나지 못했다. 모두 한 목소리로 10개 구단의 응원가를 합창했고, 이대호, 짐 아두치(전 롯데) 등 과거 선수들의 응원가까지 소환해 냈다. 특히 한 팬이 “야구하면 부산, 부산하면 야구”라고 소리치자 뒤따르던 팬들 역시 환호했다. ‘구도’ 부산에 살고 있는 팬들은 야구에 대해 진심이었다.

[부산=이한주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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