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人] (27) '실 위에 반도체 만든다' 전자섬유 연구자 김태욱 교수

김진방 2023. 7. 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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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온어파이버' 신기술 개발…기존 웨어러블 기기 한계 극복
의료·스포츠·일상생활 분야에 활용 기대

[※ 편집자 주 =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지방 대학들은 존폐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대학들은 학과 통폐합, 산학협력, 연구 특성화 등으로 위기에 맞서고 있습니다. 위기 속에서도 지방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대학 구성원들을 캠퍼스에서 종종 만나곤 합니다. 연합뉴스는 도내 대학들과 함께 훌륭한 연구와 성과를 보여준 교수와 연구자, 또 학생들을 매주 한 차례씩 소개하려고 합니다.]

전북대 유연인쇄전자공학과 김태욱 교수 (전주=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전주=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 "머리카락 굵기의 실 위에 반도체 소자를 구현하는 이 기술을 활용하면 차세대 웨어러블 컴퓨터(입는 컴퓨터)에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입니다."

지난 14일 전북대 유연인쇄전자공학과 김태욱 교수는 '칩온어파이버'(섬유 표면에 반도체 소자를 집적하는 기술)라고 불리는 차세대 전자섬유 기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유연인쇄전자공학과 실험실에서 만난 김 교수는 표면에 반도체를 집적한 가느다란 광섬유를 꺼내더니 이내 낚싯줄을 묶듯이 매듭을 지어 보였다.

김 교수의 설명을 듣지 않았다면 표면에 반도체가 있다고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듭이 지어진 광섬유는 외관상으로 일반 섬유와 전혀 구분이 가지 않았다.

김 교수는 머리카락 굵기(직경 150㎛)의 광섬유 코어를 기판으로 사용해 그 표면에 반도체 소자를 제작했다.

김 교수는 "처음 이 연구를 설계할 때 동료 연구자들도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불가능하다고 말했다"면서 "실제 논문이 나왔을 때도 논문을 심사하는 위원들이 반신반의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전자 디바이스 연구 전문가인 김 교수는 2016년 처음 전자섬유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그 뒤로 6년간 개별적인 연구비나 지원 없이 스스로 전자섬유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 칩온어파이버 기술을 완성했다.

그는 "6년간 연구를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전용 장비가 없기 때문에 일일이 장비를 설계하고 만들어 실험해야 했던 것"이라며 "솔직히 박사 과정이거나 연구생이었다면 개별적인 연구를 하기 어려워 좋은 연구 성과를 얻지 못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그의 연구는 지난해 6월 '다중 전자회로의 집적화를 통한 차세대 전자섬유 플랫폼(Integration of multiple electronic components on a microfibre towards an emerging electronic textile platform)'이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Nature) 자매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온라인판에 게재되며 모두의 의심을 일소했다.

낚시줄처럼 유연한 전자섬유 (전주=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칩온어파이어 기술의 핵심은 기존 반도체가 웨이퍼(평판형기판)에서 제작돼 유연성이 떨어져 의류형 웨어러블 기기로 활용하기 어려웠던 점을 해결했다는 것이다.

기존에도 의류형 웨어러블 기기가 제작됐지만, 패치 형태로 의류에 부착하거나 반도체 섬유를 직조해 만들어 크기가 컸다.

이런 형태의 웨어러벌 기기는 형태가 변형되거나 손상되기 쉽고, 외부로 노출된 탓에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컸다.

김 교수가 개발한 기술을 활용하면 옷감과 전혀 구별되지 않는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를 만들 수 있다.

현재 상용화된 스마트워치나 스마트안경, 스마트고글의 한계를 완전히 뛰어넘는 전혀 새로운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를 제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는 "웨어러블 기기의 기본 요구 기능은 몸에 착용했을 때 불편함이 없어야 하고, 늘 쉽게 휴대할 수 있는 항시성과 편리성, 장시간 착용해도 피로도가 적은 안전성, 사회적으로 이질감이 없는 사회성"이라며 "우리 기술을 활용하면 기존 기기와 달리 옷감과 완전히 일체형으로 기기를 제작할 수 있어 웨어러블 기기의 기본 요구 기능을 모두 충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까지 온도 센서와 자외선 센서를 탑재하는 정도까지 기술 개발이 이뤄졌다"면서 "현재는 지능형 반도체를 넣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데 만약 성공한다면 착용자의 심장박동이나 체온 등 유의미한 데이터를 수집, 저장, 표시, 전송하는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섬유형 웨어러블 기기가 상용화하면 아동·환자용 의료 분야, 스포츠 레저 분야, 대중교통·결제 등 생활 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그는 "논문이 발표되고 독일 아이헨 공대와 국내 기업 등에서 연구와 관련한 문의가 오고 있다"면서 "앞으로 전자섬유뿐 아니라 전원장치도 섬유 형태로 만드는 연구를 진행해 완벽한 형태의 의류형 웨어러블 기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칩온파이버 기술 개념도 [김태욱 교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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