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옮겨달라 부탁에 부사관 5m 음주운전…法 "정직 정당"

"음주운전 비위 정당화할 수 있는 사유 아냐"
"군인 징계 시행규칙상 징계 양정 범위 처분"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술을 마신 뒤 지하 주차장 통행을 원활하게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자가용을 옮겼다가 음주운전에 적발된 육군 부사관에 대한 정직 처분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광주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박상현 부장판사)는 육군 부사관 A씨가 사단장을 상대로 낸 정직 처분 취소 소송에서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16일 밝혔다.

중사 A씨는 지난해 1월 8일 오후 10시 50분께 무안군 한 도로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80%의 음주 상태로 자가용을 5m가량 몰다 적발됐다.

A씨는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 약식 명령(벌금 500만 원)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고, 지난해 5월 군사법원에서 벌금 250만 원을 선고받았다.

A씨는 다음 달 품위 유지 의무 위반으로 정직 1개월 처분을 받자, 취소 소송을 냈다.

A씨는 "오피스텔 지하 주차장 통행을 원활하게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운전했다가 음주 단속에 적발됐다. 음주운전을 하게 된 경위에 참작할 사정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운전 거리가 짧고 인적·물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 직업 군인으로서 다수의 표창을 받는 등 모범적으로 근무해 온 점, 동료들이 선처를 탄원한 점, 이 사건 비위 행위를 깊이 반성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정직 처분은 가혹하다"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군인 직무의 중요성과 징계 기준을 고려하면 정직 처분이 정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음주운전의 경위·이동 거리 등에 대해 A씨가 드는 사정들은 음주운전 비위를 정당화할 수 있는 사유로 보기 어렵다. 군인의 직무 특수성·중요성을 고려하면, 다른 직역의 공무원 종사자보다 더 높은 도덕성과 준법의식이 요구된다. 군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위상을 실추시킬 수 있는 음주 비위에 대해선 엄정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군인 징계령 시행규칙상 최초 음주운전으로 혈중알코올농도가 0.08% 이상일 때는 강등~정직으로 징계 양정을 정하고 있다. A씨에 대한 처분은 징계 양정 범위에 있고, 정직 1개월은 범위 내 가장 가벼운 수준의 징계다. A씨가 군 생활을 하면서 다수의 상장·표창을 받았지만, 징계령상 음주운전에는 공적을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정한다. 정직 처분은 사단장의 적절한 재량권 행사"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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