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했던 자베르와 평상시다웠던 본드로우쇼바, 윔블던 주인공을 가르다
마르케타 본드로우쇼바(체코, 세계 42위)가 2023 윔블던 여자단식을 차지했다.
1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올잉글랜드테니스클럽 센터코트에서 열린 2023 윔블던 여자단식 결승에서 본드로우쇼바는 온스 자베르(튀니지, 세계 6위)를 6-4 6-4로 제압하며 정상에 올랐다. 생애 첫 그랜드슬램 타이틀이다.
승부를 가른 것은 실수였다. 자베르가 이번 대회 결승에 오를 수 있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그녀의 적은 실수 때문이었다. 코트 구석을 찌르는 정교한 샷들이 대부분 코트 안으로 떨어지니 상대 선수들이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자베르의 이번 대회 경기당 평균 언포스드에러가 18.3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날 결승전에서는 언포스드에러가 31개나 됐다. 하지 말아야 할 실수를 가장 중요한 결승전에서 쏟아내고 만 것이다.
경기 초반 분위기는 분명 자베르의 것이었다. 본드로우쇼바의 첫 서브게임부터 브레이크하며 2-0으로 앞서 나갔다. 하지만 그 다음 본인의 서브게임을 내줬다. 40-15까지 앞서 있었으나 끝내지 못하고 결국 듀스 끝에 브레이크를 허용했다. 자베르가 준결승까지는 여유롭게 처리했던 샷들이 번번히 네트에 걸리면서 컨트롤이 흔들렸다. 이번 경기 첫 번째 승부처였다.
그래도 자베르는 본드로우쇼바의 서브 게임을 러브게임으로 브레이크에 성공하며 4-2까지 앞서 나갔다. 또다시 자베르가 앞서 나갈 찬스가 왔다. 하지만 되려 역으로 러브게임 브레이크를 허용했다. 본드로우쇼바의 집중력이 빛난 부분도 있었지만, 자베르의 실수도 동시에 터져 나왔다.
자베르는 아홉 번째 게임마저 브레이크를 내줬다. 결국 1세트는 본드로우쇼바가 6-4로 가져갔다.
2세트 초반에도 둘은 두 번씩 브레이크에 성공하며 접전을 이어갔다. 누구 하나 앞서 나가지 못했다. 4-4, 자베르의 서브권이었던 아홉 번째 게임이 승부령이었다. 결과적으로 본드로우쇼바가 브레이크에 성공했다. 그런데 본드로우쇼바의 득점 과정은 자베르 3구 백핸드 범실(네트)-자베르 3구 포핸드 범실(네트)-자베르 3구 포핸드 범실(사이드)-자베르 7구 포핸드 범실(네트)였다. 자베르의 멘탈은 이미 박살나 있었다.
본드로우쇼바는 끝까지 버텼다. 이번 대회 내내 그랬던 것처럼 끝까지 먼저 칼을 빼들지 않았다. 버티고 버티니 자베르가 알아서 실수해줬다. 상대 공격이 잘 들어온 것은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긴 팔과 다리를 이용한 폭 넓은 수비로 상대의 실수를 강제했다.
그리고 마지막 게임, 마지막 포인트를 이번 대회 그녀의 필살기 중 하나였던 발리(네트 플레이)로 기록했다. 본드로우쇼바 우승을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본드로우쇼바의 결승 기록은 그녀의 이번 대회 평균과 유사하다. 되려 서브 에이스는 없었고, 더블폴트도 4개나 범했다. 위너도 10개에 그쳤다. 자베르에 비해 딱히 나은 것이 없었다.
하지만 자베르가 자베르답지 못했다. 퍼스트 서브 정확도는 떨어졌어도, 랠리로 풀어나가 서브 게임을 챙겼던 자베르였다. 하지만 이날 퍼스트 서브 상황 득점율은 48% 밖에 되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실수였다. 31개의 실수는 본드로우쇼바의 공격 득점(37점)과 유사했다.
자베르의 별명은 매지션(마술사)이다. 자베르는 그간 경기에서 시종일관 매지션답다가 가끔 실수를 했었다. 그런데 이번 결승전에서는 항상 실수를 하다가 간헐적으로 매지션의 모습이 나왔다. 이래서는 도저히 경기에서 이길 수 없었다.
결국 본드로우쇼바는 역대 최저랭킹, 역대 최초 비시드자 윔블던 여자단식 챔피언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올해의 주인공이 됐다. 라이브랭킹은 10위까지 뛰어오르며 생애 첫 톱 10 진입에도 성공했다.
본드로우쇼바는 "내 코치(얀 메르틀)가 '네가 왜이렇게 침착한지 믿기지 않는다'고 경기 후 말했다. 내 생각에는 그것이 이번 우승의 키포인트인 것 같다. 나는 나를 믿고 침착함을 유지하려 했었다"라며 승리 요인을 분석했다.
반면 자베르는 2년 연속 준우승에 그쳤다. 작년에 이어 또다시 상대 선수를 신데렐라로 만드는, 조연 역할로 대회를 끝냈다. 비앙카 안드레스쿠(캐나다), 페트라 크비토바(체코), 엘레나 리바키나(카자흐스탄), 아리나 사발렌카(벨라루스) 등 네 명의 그랜드슬래머를 꺾으며 결승까지 올라왔건만, 결국 본인은 이번에도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획득하는데 실패했다.
글= 박성진 기자(alfonso@mediaw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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