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 덕분에..." 은퇴 기로까지 섰던 '캡틴' 김주원의 놀라운 반전 [반간다]
7월 15일 수원월드컵경기장,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경기를 준비하기 위해 라커룸에 들어온 김주원은 자신의 자리를 보고 깜짝 놀랐다.
곱게 개어져 있는 유니폼과 함께 걸려있던 것은 바로 주장 완장이었다. 여름 이적시장에 팀을 옮긴 지 한달도 되지 않아 팀의 주장 완장까지 차게 된 것이었다.
이유는 있었다. 기존 주장이었던 이기제와 부주장이었던 고승범이 체력 안배 차원에서 모두 선발 명단에서 빠지게 되면서 새로운 선수를 주장으로 설정해야 했고, 수비에서 카리스마 있게 팀을 조율하는 김주원을 눈여겨 보았다. 지난 대전전에서도 흔들린 장호익의 멘탈을 잡아주고 무승부까지 이끌어내는 등 동료들을 하나로 만드는 능력도 뛰어났기에 주장 완장을 김주원의 라커룸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처음에 김주원은 자신에게 주어진 주장 완장을 넘겼다. 김주원은 "나는 도중에 들어온 선수인데 나 보다는 기존 선수들이 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 형모한테 완장을 줬는데 감독님과 코치님의 뜻이라고 해서 하게 되었다."라고 웃었다.
본의 아니게 찬 주장 완장이었지만, 김주원은 그 무게를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그는 누구보다 더 몸을 날렸고, 많이 뛰었다. 특히 바코, 주민규, 마틴 아담, 루빅손 등 기라성 같은 선수들이 포진한 울산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김주원은 "최대한 물러서지 않고 최대한 라인을 끌어올려 플레이 하려고 노력했다. (주)민규 형과는 제주 시절부터 알고 지내서 장단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 막을 것인지 마인드 컨트롤을 하면서 경기를 했다."라고 회상했다.
주장 완장의 책임감을 안고 김주원은 절벽같은 수비의 핵으로 울산의 공격을 막아냈다. 전반 초반 이규성의 벼락같은 슈팅이 크로스바를 맞고 나오는 행운도 있었지만, 주포 주민규와 수원에 강한 루빅손을 꽁꽁 묶으며 90분 내내 울산의 공격진을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비록 94분 50초 바코에게 내준 골이 옥에 티였지만 승기에는 지장이 없었고, 김주원은 이기제와 고승범이 투입된 후에도 주장 완장을 넘겨주지 않고 온전히 자신을 위한 90분으로 만들어냈다. 홈 첫 승과 함께 승점 3점은 덤이었다. 종료 휘슬이 울린 후 그는 만감이 교차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자칫 하면 축구 인생을 끝낼 수 있던 기로에서 다시 팀의 주축으로 자리잡은 그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듯 했다.
김주원의 원래 이름은 김준수다. 2013년 포항 스틸러스를 시작으로 전남 드래곤즈를 거쳐 2021년 제주 유나이티드에 입단했다. 하지만, 크고 작은 부상이 그를 괴롭혔다. 제주에 있었던 2년 동안 경기에 거의 뛰지 못했다. 이때 그는 은퇴라는 것을 생각했다.
김주원은 "제주로 오자마자 몸이 아파 2년을 운동을 아예 못 했다. 계약 기간이 남았지만 제주에서 그냥 은퇴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일상생활을 아예 못 할 정도였다."라고 당시를 설명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고 매달렸던 2023년, 드디어 그의 몸이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했다. 김주원은 "3년 만에 처음으로 동계훈련을 시작하고 조금씩 좋아지는 게 느껴졌다. 하루에 진통제를 3개씩 먹으면서 동계훈련을 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제주에는 연제운과 임채민이 합류했고 송주훈까지 전역했기 때문에 김주원에게는 어려운 주전 경쟁이 시작되는 듯 했다. 하지만, 수비진의 줄부상이 이어졌고 김주원은 마지막으로 찾아온 기회를 잡았다.
김주원은 수원이 아닌 다른 팀으로 갈 수 있었다. 이미 다른 곳으로의 이적이 확정적이라는 루머도 있을 정도였다. 그만큼 최하위 팀에서 도전을 택한다는 것은 상당히 모험적 일이고 때로는 무모한 일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김주원은 수원 삼성의 유니폼을 입었다. 그 이유는 바로 '김병수 감독'과 '수원'에 대한 믿음이었다.
실제로 수원 이외의 팀은 수원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주원은 수원을 선택했다. 그는 "금전적인 부분을 떠나서 은퇴를 생각했던 선수였기 때문에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돈이나 계약기간을 떠나서 감독님을 믿고 도전을 하기 위해 선택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돈을 이긴 김병수 감독의 존재, 그와의 인연은 영남대 시절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김병수 감독은 김주원에게 축구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알려줬고,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을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둘은 수원에서 다시 만났다. 영남대 시절과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 김주원은 "감독님은 지금이 더 멋있다. 예전에는 조금 낯가림도 심하셨고, 공개된 자리를 잘 꺼려 하시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선수들한테 하는 스킨십이나 인터뷰들을 봤을 때 되게 멋있게 나이가 드셨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웃었다.
김병수 감독 앞에서 펼치는 두 번째 축구, 그는 "감독님 덕분에 많이 성장했다. 그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 가짐을 갖고 그라운드에 나선다. 비록 그의 가세로 수원의 수비가 드라마틱하게 좋아진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힘없이 쓰러지던 지난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팀 안에서 김주원은 어떻게 하면 상대에게 실점을 하지 않고 경기를 끝낼 수 있을까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한다. 그리고 그 연구를 자신의 동료들과 공유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김주원은 "실점을 하는 요인은 실력보다는 심리적인 요인이 더 크다고 본다. 선수들과 모여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는데 심리적인 부분에서 조금 더 긍정적이 말의 힘을 믿는다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런 부분이 조금만 더 지켜진다고 하면 앞으로 이제 막판에 실점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수원으로 도전을 하는 것에 후회가 없느냐는 말에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 김주원, 홈에서의 첫승을 뒤로 하고 그는 다시 다음 경기를 준비하기 위해 뛸 준비를 하고 있다. 팬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메시지를 해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김주원은 이렇게 이야기 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물론 한 경기 한 경기가 쉽지 않지만 지금 저희가 상대하는 모든 팀들이 저희가 쉬운 팀도 없고, 그렇다고 어려운 팀도 없다고 생각해요. 오늘처럼 이렇게 디팬딩 챔피언이고 지금도 1위를 달리고 있는 팀도 저희를 전반에 저희가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고 하면 앞으로 계속해서 좋아질 일만 남았다고 저는 생각하합니다. 기대감을 가져주시고 조금 부족하더라도 응원을 조금 더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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