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한평생 살며 이런 물난리는 처음”…충북 괴산댐 방류로 달천강 인근 충주·괴산 물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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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생 이곳에서 살아왔지만, 마을이 잠기는 물난리는 생전 처음입니다."
15일 찾은 충북 충주시 대소원면 문주리 수주마을.
수주마을보다 달천 상류에 있는 괴산군 불정면에서도 괴산댐 방류로 인한 침수 피해가 잇따라 발생했다.
괴산댐 방류로 하류 지역인 괴산군에서는 불정면과 감물면·청천면 등 18개 마을 주민 2000여명이 대피해 인근 마을회관 등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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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생 이곳에서 살아왔지만, 마을이 잠기는 물난리는 생전 처음입니다.”
15일 찾은 충북 충주시 대소원면 문주리 수주마을. 마을 입구는 누런 흙과 물로 막혀 누구의 접근도 허락하지 않았다. 바로 옆 산에 올라 바라본 마을은 집과 정류장의 지붕만 보일 뿐 황토물이 완전히 뒤덮고 있었다.
마을 상황을 살피러 온 어두용 이장(73)은 “오늘 새벽 5시경부터 달천의 물이 성난 파도가 덮치듯 마을로 치고 들어와 주민들과 도망치듯 빠져나왔다”면서 “평생을 쌓아온 삶의 터전이 물속에 있다고 생각하니 속이 타들어 간다”고 망연자실했다.
주민 어창용씨(72)는 “전기 코드를 끄지 않은 게 생각나 다시 농막으로 들어갔더니 물이 갑자기 가슴팍까지 차올라 깜짝 놀랐다”며 아찔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농막 안에 가재도구와 농기계, 수확한 농산물이 모두 물에 잠겨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하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침수는 괴산댐의 방류로 달천의 수위가 급속히 높아졌기 때문이다. 괴산댐은 사흘간 400㎜의 집중호우로 이날 새벽 3시40분경 만수위를 초과했고, 수문 7개를 모두 열어 초당 2700t의 물을 하류로 쏟아냈다. 6시30분경에는 월류(물 넘침) 현상이 3시간 정도 지속돼 관계 당국을 긴장케 했다.
수주마을보다 달천 상류에 있는 괴산군 불정면에서도 괴산댐 방류로 인한 침수 피해가 잇따라 발생했다.
창산리 남창마을 주민들은 산에서 내려온 물이 마을 앞 농경지를 덮치고 집 앞까지 침범해 대피하는 소동을 겪었다.
이동환 이장(59)은 “불어난 달천 때문에 음성천 물이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산에서 내려온 물이 마을 농경지로 쏟아져 들어왔다”면서 “주민들이 정성을 들인 농사가 단 1시간 만에 모두 물거품이 됐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불정면 목도리에서는 폭격을 맞은 듯 인삼밭 가림막이 주저앉았고 물에 휩쓸려온 곤포사일리지가 제방으로 따라 어지럽게 나뒹굴고 있었다.
불정농협(조합장 장용상)도 본점 신용점포와 하나로마트,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가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었다. 특히 농산물산지유통센터는 저온저장고와 감자선별기 등 기계장치와 보관 중인 농산물이 물에 잠겼다.
괴산댐 방류로 하류 지역인 괴산군에서는 불정면과 감물면·청천면 등 18개 마을 주민 2000여명이 대피해 인근 마을회관 등에 머물고 있다. 충주시에서도 6개 읍면동 주민 6400여명이 긴급 대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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