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미션7’ 톰크루즈, BMW 버리고 ‘伊 마티즈’ 추격전? [김유진의 브랜드피디아]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페라리도, 폭스바겐도, 벤츠도 아니다.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브랜드는 BMW다. 지난 12일 개봉한지 4일 만에 누적 관객 수 100만명을 돌파한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이하 ‘미션7’)에서도 잘 빠진 BMW가 어김없이 등장한다.
하지만 복병은 따로 있다. “저 차로 추격신을 찍는다고?” 싶은 노란색 경차 한 대가 신스틸러를 자처한다. BMW 5시리즈를 타던 주인공 에단 헌트(톰 크루즈)는 왜 갑자기 ‘이탈리아 마티즈’로 갈아타 추격전을 벌일까? 또 다른 평행우주에선 대우 마티즈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피아트500’은 대체 어떤 차일까?
피아트500은 톰 크루즈 주연의 ‘미션7’ 예고편 공개 직후 화제를 모았다. 나란히 주차된 페라리, 폭스바겐, 벤츠 사이로 겨우 정수리만 보이는 차가 추격전에 낙점됐기 때문이다. 영화 속 톰 크루즈가 선택한 추격전 차량은 ‘유럽 서민차’ 대표격인 피아트 500(Fiat 500)이다.
미끈하고 섹시한 슈퍼카만 탈 것 같던 톰 크루즈가 색깔마저 앙증맞은 샛노랑 경차를 탄 모습은 오히려 뜻밖의 반전이다. “저 차로 어떻게 추격전을 하지?” 싶은 외관과 달리, 영화 속 설정의 힘을 입고 로마의 자갈돌 도로를 쏜살같이 달린다.
그런데 왜, 하필 이 차였을까.
이탈리아 로마에서 벌어진 추격전에 피아트 차량이 등장한 건 필연이다. 피아트(Fiat)는 이탈리아 최대 자동차 기업이기 때문이다. 서울 도심을 위한 추격전에 레이나 캐스퍼도 아닌, 티코가 등장한 격이랄까. 이탈리아 로마 배경 추격전에 기다렸다는 듯 늠름하게 등장한 로컬 브랜드와 당황과 실망감이 교차하는 주인공들의 표정이 웃음을 자아낸다.
피아트500은 국내에선 경차규격을 4㎝ 초과해 경차로 등록되지 못하는 등 인지도가 낮지만, 소형차를 선호하는 유럽에선 경차 혜택을 쏠쏠히 받으며 인기 끈 히트작 중 하나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피아트500은 1960년대 오리지널 버전으로, 특유의 프론트 디자인과 전신이었던 토폴리노(Topolino, 이탈리아로 작은 쥐)의 영향으로 ‘생쥐’처럼 앙증받고 귀여운 외양이 도드라진다.
피아트500은 경차하면 떠오르는 국산차 마티즈와 남다른 인연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대우에서 생산한 초기 마티즈 디자인은 원래 피아트 ‘친퀘첸토’(Cinquecento·이탈리아어로 500)를 모티프로 한 후속 디자인으로 고안됐던 모델이 모태다.
1992년 4월 열릴 토리노 모터쇼를 앞두고 이탈리아자동차공업협회(ANFIA)는 친퀘첸토를 1990년대 느낌으로 재해석 한 디자인을 ‘카로체리아’(Carrozeria, 자동차 공방)에 주문했다. 이때 친퀘첸토의 뒤를 이을 도시형 소형차를 노렸던 여러 디자인 중 하나가 훗날 산전수전을 거쳐 대우 마티즈 디자인이 되는 ‘ID친퀘첸토’(하단 사진)다.
당시 이탈리아 자동차 디자인 회사 '이탈디자인'의 조르제토 주지아로(Giorgetto Giugiaro)가 디자인 한 ID친퀘첸토는 피아트 차량으로 제작되지 못한 채, 한동안 실물과 동일한 크기의 모형인 컨셉트 목업(Concept Mock-Up)으로만 남겨졌다.
사라질 뻔한 ID친퀘첸토는 1993년 볼로냐 모터쇼에서 ‘루치올라’(Lucciola·아래 사진)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부활한다. 해당 모터쇼에 출품한 루치올라는 앞서 모형으로만 제작됐던 ID친퀘첸토와 달리 실제 동력을 장착하고 내부까지 장식한 진짜 차였다.
루치올라는 수정을 거듭한 디자인으로 당시 국내 자동차 브랜드였던 대우를 사로잡았다. 피아트 친퀘첸토의 계보를 잇기 위해 도입됐던 직선형 디자인을 대부분을 삭제하고, 헤드램프와 범퍼 형태를 둥글린 형태로 바꾸면서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이 됐다. 대우는 이 디자인을 사들여 초기 마티즈 디자인으로 활용한다.
사실 초기 친퀘첸토 디자인을 맡은 조르제토 주지아로는 알고 보면 한국 소비자와 인연이 깊다. 국내 차량에 적용된 그의 디자인은 마티즈 뿐이 아니다. 현대 포니, 현대차 소나타 1세대(Y1), 2세대(Y2) 등 추억의 자동차 다수가 그의 손끝에서 빚어졌다.
영화 속 피아트500를 지켜보는 BMW의 심정은 어떨까. 피아트500의 활약보다 뼈아플 지점은 미루고 미뤄진 영화의 개봉 시점일 것으로 보인다.
그간 BMW는 미션 임파서블 4편부터 영화에 직접 투자하며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하지만 이번 시리즈만큼은 신차 출시 시점과 영화 개봉 시점의 간극이 다소 크게 벌어졌다. ‘미션7’은 당초 2021년 연말 개봉이 목표였지만, 2020년 이탈리아 촬영 중 코로나가 확산되며 연거푸 촬영일정이 지연됐다. 영화 개봉과 맞물린 신차 출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된 배경이다.
다만, BMW 5시리즈는 영화를 등에 업은 프로모션 없이도 국내 고급차 시장에서 이미 압도적이다. 시장의 인기 척도를 가늠할 수 있는 최신 신차 판매 순위에서 왕좌를 차지한 것. 13일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의 ‘상반기 신차 및 중고차 등록 현황’을 종합한 결과, 수입 신차 부문 1위는 BMW 5시리즈가 차지했다. 올해 BMW 5시리즈 등록현황은 작년 대비 15.5% 늘어난 1만2081대로 기록됐다.
‘미션7’은 개봉 이후 연일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개봉 4일 만에 100만 관객(15일 기준 누적 관객수 124만221명)을 돌파했다. 이번 작품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초고도 AI(인공지능)라는 ‘절대 반지’를 지키기 위해 나선 에단 헌트(톰 크루즈)의 고군분투를 다룬다.
영화 개봉에 맞춰 방한한 톰 크루즈는 이번이 벌써 11번째 방한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는 이번 방한에서 남긴 “30번은 더 내한하겠다”는 약속으로 ‘명예 한국인’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이젠 너무 친숙해 ‘톰형’이라 불리는 그의 ‘미션7’ 시리즈가 한국에서 또 한번 신기록을 세울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언젠간 서울 도심에서 제네시스 g90을 타고 양화대교 추격전을 벌이는 미션 시리즈 속 톰 크루즈의 모습을 보는 날도 올까? 한국판 ‘피아트500’ 자리엔 어떤 차가 어울릴지 상상해 볼 만하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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