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 폰에서 시작된 '돈봉투 의혹'…검찰, 막판 혐의 다지기
윤관석·이성만 체포동의안 부결에 주춤했지만
수수한 의원 20명 특정…윤관석 보강 수사도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수수자 특정 등 '혐의 다지기'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체포동의안 부결로 신병 확보에 실패한 윤관석 의원에 대한 보강 수사도 한창이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김영철 부장검사)는 지난 10일 국회 사무처 2차 압수수색에 이어 14일 송 전 대표의 일정 관리자 이모 씨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송 전 대표 조사는 차근차근해나가겠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돈 봉투 의혹은 지난해 다른 혐의로 수사를 받던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의 휴대전화에서 찾아낸 '봉투 10개'라는 녹취에서 출발한다. 검찰은 송 전 대표를 당선시키기 위해 윤관석 의원을 중심으로 대의원들을 겨냥한 자금 살포 논의가 진행됐다고 의심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송 전 대표는 같은 달 24일 프랑스 파리에서 급히 귀국했다. 닷새 만에 검찰은 송 전 대표의 거주지와 싱크탱크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연구소'(먹사연)를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전당대회 당시 경선 캠프 관계자의 주거지도 포함됐다.
5월 1일 경선 캠프 관계자들의 주거지 압수수색이 재차 이뤄지고, 같은 달 10일 먹사연 회계직원 박모 씨를 조사하는 등 수사 강도를 나날이 높여 가자 송 전 대표도 나섰다. 서울중앙지검에 자진 출석해 자신을 수사하라고 촉구한 것이다. 검찰의 거부에 가로막힌 송 전 대표는 6월에도 자진 출석했으나 조사를 받지 못하자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같은 달 처음으로 현역 의원 조사가 이뤄졌다. 검찰은 5월 19일과 22일 이성만, 윤관석 의원을 각각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성만 의원은 전당대회를 앞둔 2021년 3월 송 조택상 전 인천시 정무부시장이 마련한 현금 1000만 원 가운데 900만 원이 강래구 전 한국감사협회 회장을 거쳐 지역본부장들에게 전달되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윤관석 의원은 금품 살포를 지시한 인물로 지목됐다. 검찰은 윤관석 의원의 지시에 강 씨가 마련한 6000만 원이 300만 원씩 쪼개져 같은 당 국회의원 20명에게 전달됐다고 보고 있다.
6월에는 돈 봉투 수수자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같은달 5일 국회 사무처를 압수수색했다. 돈 봉투를 받은 시점으로 의심되는 2021년 4월께 국회의원들의 국회 출입기록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에 앞서 검찰은 기록을 임의제출해 달라고 국회 사무처에 요청했지만, 거절하자 강제수사에 나섰다.
수사 범위는 송영길 캠프 자금 운용 전반으로도 확대됐다. 검찰은 같은 달 12일 경선 컨설팅 업체 A사와 관계자 주거지 등 3~4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먹사연이 허위 용역 계약을 통해 컨설팅 업체에 비용 등을 건넨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7월 들어서는 막판 혐의 다지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0일 오전 국회 사무처 2차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번 압수수색 대상에는 수수자로 특정된 의원들뿐 아니라 송 전 대표의 전직 보좌진들이 대거 포함됐다. 검찰은 이들의 국회 본청과 의원회관 출입기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에는 송 전 대표의 일정관리자 이 씨의 주거지 압수수색에 나섰다. 수사팀 관계자는 "수수자를 특정하고 윤관석 의원 보강 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각 사건들이 별개가 아니라 유기적으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송 전 대표 출석 등 필요한 조사를 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압수수색과 참고인·피의자 조사 등 매서운 조사를 벌인 검찰이지만 신병 확보는 시간이 걸리는 모양새다. 검찰은 4월 강 씨를 송영길 캠프의 '비선'으로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검찰은 다음 달 영장을 재청구했고, 법원은 증거인멸을 우려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는 정당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강 씨는 2021년 3~5월 민주당 당대표 선거에서 송 전 대표를 당선시키기 위해 9400만 원을 살포할 것을 지시·권유하고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신병 확보에는 실패했다. 검찰은 5월 두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
보좌관 박모 씨의 신병 확보는 단번에 성공했다. 박 씨는 지난 3일 구속돼 오는 22일까지 구속 기한이 연장됐다. 검찰은 박 씨가 사업가 김모 씨에게 받은 5000만 원을 포함해 모두 6000만 원을 윤관석 의원에게 제공했고, 이를 현역 의원 20명에게 300만 원씩 살포했다고 본다. 컨설팅 업체에 의뢰한 경선 관련 여론조사 비용 9240만 원을 먹사연 돈으로 대납하도록 하고, 이를 감추려 허위 견적서를 작성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 관계자는 "남은 기간 동안 금품 살포와 먹사연 자금 유입 지시 및 보고관계를 중심으로 수사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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