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면 반사회적 인격장애” 교감선생님까지 울린 초2 학생

이가영 기자 2023. 7. 15.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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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방송된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에 나온 9살 금쪽이. /채널A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다짜고짜 화를 내고, 선생님과 엄마에게도 험한 욕설을 내뱉는다. 혼내는 선생님에게 갑자기 “미안하다”고 사과하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표정을 바꿔 비웃는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9살 ‘금쪽이’의 이같은 모습을 본 오은영 박사는 “이대로면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흔히 ‘사이코패스’로 불리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는 다른 사람의 권리를 무시하는 행동 양식을 반복적, 지속적으로 보인다. 다른 사람의 감정에 대한 관심이나 걱정이 전혀 없으며 거짓말을 일삼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고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한다.

14일 방송된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에 나온 금쪽이는 초등학교 1학년 때 10일 정학 처분을 받았고 2학년 들어서는 학교폭력위원회까지 열렸다. 담임교사 혼자 금쪽이를 감당할 수 없어 협력 교사, 협력 강사, 교감 선생님, 어머니까지 5명의 어른이 금쪽이를 케어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수업 내내 교실 뒷자리에 앉아서 금쪽이의 문제 행동이 발생할 때마다 제지했고, 이 때문에 직장까지 그만둬야 했다.

금쪽이의 특징은 감정과 태도가 돌변하고, 갑자기 사과를 한다는 점이었다. 금쪽이는 즐겁게 피구를 하며 자신에게 공을 달라고 요구했다. 친구가 이를 들어주지 않자 갑자기 공격했고, 이내 웃으며 “공 나에게 줘”라고 말했다. 대인 관계에도 연속성은 없었다. 자신과 잘 놀던 친구에게도 기분이 나빠지자 물건을 던지며 화를 냈다.

14일 방송된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에 등장한 금쪽이. /채널A

특수교육을 전공한 30년 경력의 교감 선생님에게도 금쪽이는 막무가내로 행동했다. 중재하는 교감선생님을 향해 반말을 하더니 “싸가지 없는 ×” 등의 욕설까지 내뱉었다. 훈육을 위해 다른 교실로 데려갔지만 난동은 멈추지 않았다. “배를 찔러줄까, ××을 터트려줄까?”라며 9살이 하는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언어폭력을 저질렀다. 30분 넘게 훈육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던 금쪽이는 교감선생님이 계속 단호한 태도를 보이자 갑자기 “죄송해요”라고 사과했다. 그러더니 교감선생님 품에 안겨 “때리고 욕해서 죄송해요”라고 자신의 잘못을 정확하게 이야기했다. 교감선생님은 “너 모르지 않잖아. 정신 차려”라고 타일렀다. 그러자 금쪽이는 갑자기 입꼬리를 한쪽만 올리고는 혀를 내밀고 ‘메롱’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후에도 교감선생님을 향한 폭언이 계속됐다. 금쪽이는 교감선생님의 이름을 “××아”라고 부르며 “괜찮니?”라고 조롱했다. 끝내 교감선생님은 눈물을 흘렸다.

금쪽이의 부모는 “아들이 혼날 상황에서는 거짓말을 한다”고 했다. ‘생각이 안 난다’며 회피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또한 억울해하고, 다른 사람을 탓하는 면도 강하다고 했다.

이 모습을 지켜본 오은영 박사는 “굉장히 키우기 어려운 아이다. 문제의 수위가 너무 높다”고 말했다. 오 박사는 “성장하면서 괜찮아지면 정말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는다면 성인이 됐을 때 반사회적 인격장애로 확장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금쪽이는 만 8살로, 인격이 형성되어 가는 과정에 있다. 성인이 되어야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진단할 수 있다”며 “그럼에도 문제 해결을 위해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일관성 없는 훈육, 아이가 죄책감 느끼지 못하게 해

오 박사는 “통계를 보면 부모가 어릴 때부터 사회적 규범과 질서를 지켜야 한다는 제대로 된 훈육을 하지 않은 경우 반사회적 인격 장애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금쪽이의 부모에게도 문제가 있는 걸까.

금쪽이는 식당에서도 욕설을 내뱉고 소리를 질렀다. 결국 부모는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식당을 나왔다. 금쪽이는 식당 밖에서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폭력을 가했는데, 아버지는 묵묵히 이를 맞아주었다. 금쪽이는 이번에도 갑자기 사과하더니 자신을 진정시켜 달라며 “여기서 떨어트려 죽여주세요”라고 말했다. 아버지가 이 말을 들으면 마음 약해진다는 걸 알고 있는 듯했다. 집에서도 어머니가 훈육하려 하자 아버지는 금쪽이를 달래주고 안아줬다.

오 박사는 부모의 일관성 없는 훈육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관된 훈육이 없다면 아이가 미안함과 죄책감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금쪽이는 현재 ADHD(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 치료 약을 먹고 있었다. 오 박사는 “약물은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줄 뿐 인간을 개조하지는 못한다”고 했다. 그만큼 부모의 훈육이 중요하다는 의미였다.

오 박사는 결국 금쪽이를 잠시 학교에 보내지 않기를 권유했다. 삶에 필요한 기본적인 규칙을 집에서 먼저 알려줘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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