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우크라에 군수·재정 지원"…젤렌스키 "상상 못 할 정도 지원 필요"(종합2보)
"우크라 '평화공식 정상회의' 촉진자 역할"
"윤석열-젤렌스키 장학금…더 많은 혜택"
[바르샤바·서울=뉴시스] 박미영 양소리 김승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올해 더 많은 규모의 군수물자 지원은 물론 재정 지원도 새로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안전한 변화를 위해 세계 도움과 지원 규모는 상상할 수 없는 정도여야 한다"며 전폭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대통령 관저인 마린스키 궁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1시간50분 동안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이어진 공동언론발표에서 윤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희망의 새로운 역사를 쓰기 위한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며 '우크라이나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를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는 군수물자 지원 확대 등 우크라에 대한 안보 지원, 인도적 지원 물품 신속 전달, 재정 지원 등은 물론 인프라 건설 등 재건 협력사업 발굴 등 우크라이나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안보 지원과 관련해 "한국은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군수물자 지원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며 "지난해 방탄복, 헬멧 등에 이어 올해 더 큰 규모로 군수 물자를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취약해진 글로벌 식량안보, 에너지 안보 증진을 위한 국제 사회의 논의와 행동을 이끌어 나가고자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제안한 "'평화공식(Peace Formula)'의 중요성에 공감한다"며 "성공적인 '평화공식 정상회의' 개최를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작년 11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10개 항의 우크라이나 평화 계획'을 공개하고 이를 평화 공식이라 명명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은 주요 개도국들이 평화공식 정상회의에 보다 많이 참여하고 자유 연대에 동참하도록 촉진자 역할을 해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안전장비 신속 전달 등 적극적인 인도적 지원 방침을 밝히면서 재정지원 신설을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인도적 지원 물품을 최대한 신속히 지원하기로 했다"며 "지난 5월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지뢰탐지기 등 안전장비를 전달한 바 있고, 지난해 1억불 인도 지원에 이어 올해 1억 5000만불 지원도 효과적으로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우크라이나 정부 재정 안정성을 위해 세계은행과 협력해 재정지원도 새롭게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인프라 건설, 교육기관 재건, 장학프로그램 확대 등을 담은 전후 재건 지원 계획을 공개했다.
윤 대통령은 "양 정상은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양국 정부와 기업 간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며 "지난 5월 양국간대외경제협력기금(EDCF) 기본협정이 가서명된 것을 환영하고, 한국 재정당국이 이미 배정해 둔 1억불의 사업기금을 활용해 인프라 건설 등 양국 간 협력사업을 발굴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크라이나 내 온-오프라인 교육시스템 구축을 위한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며 "작년에 키이우에 개소된 한국국제협력단(KOICA) 사무소를 중심으로 전쟁으로 파괴된 교육기관 재건을 위한 협력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윤석열-젤렌스키 장학금'을 신설해 현재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학생들이 학업을 마치고, 더 많은 학생들이 혜택을 받도록 장학 프로그램을 확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학생들이 교과서에서 '한강의 기적'을 배운 것처럼 '드니프로 강의 기적'이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지원 계획 발표에 앞서 러시아의 불법 침략에 희생된 우크라이나 시민과 유가족에 애도를 표했다.
윤 대통령은 "엄중한 시기에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최초로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큰 책임감을 느낀다. 이번 방문이 우크라이나 국민들에 조금이나마 힘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또 전쟁의 상처를 딛고 경제성장을 이룩해 낸 한국의 역사를 언급하며 "우크라이나의 상황은 70년 전 대한민국을 떠올리게 한다"며 "'죽음을 겁낼 권리가 없다'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말처럼 '생즉사(生則死) 사즉생(死則生)'의 정신으로 우리가 강력히 연대해 함께 싸워나간다면 분명 우리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우크라이나의 자유와 평화, 번영을 가꾸는 동반자가 될 것이며, 나아가 세계의 자유, 평화, 번영에 함께 기여하는 믿음직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윤 대통령의 지원에 감사를 표했다. 그러면서도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기 위해서 "세계 도움과 지원 규모는 상상할 수 없는 정도여야 한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한국이 우크라이나 회복 센터 건설에 참여해 주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전후 '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변화)' 프로그램은 교육기관, 병원, 유치원, 인프라 건설을 포함한다"며 "회복 분야에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어 교육 시스템과 경제, 에너지 지원, 교통 등 다양한 분야를 언급하며 "큰 지원을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한국의 안보 분야 지원에 대해서도 "대한민국이 우크라이나가 주권을 지키는 것을 도와주고 정치적 지원, 안보적 지원, 인도적 지원을 계속 제공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 정부가 제공한 지뢰탐지기를 거론하며 "안전장비가 잘 제공돼 쓰이고 있다는 소식을 나누고 싶다. 이를 통해 인명을 살릴 수 있었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윤 대통령이 정상회의에 앞서 방문한 지역인 부차와 이르핀 지구를 언급하며 "러시아 정권 때문에 피해입은 수백만의 도시 중 두 곳"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 많은 국토가 아직 점령돼 있고 우리는 러시아 침략 격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다시 본국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회담에 앞서 윤 대통령은 마린스키 궁 방명록에 "대한민국은 우크라이나 국민들과 함께 할 것입니다. 우크라이나의 자유를 위하여!"라고 쓰며 연대의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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