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폭발한 이민국가들…한국의 갈 길은?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김선호 2023. 7. 1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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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이남규 아나운서]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진단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모색하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주 <뉴스프리즘>이 풀어갈 이슈, 함께 보시겠습니다.

[영상구성]

[이남규 아나운서]

경찰의 과잉 대응으로 숨진 북아프리카계 프랑스 소년의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는 폭동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민자에 대한 차별과 불평등이라는 사회적 병폐와 함께 오래 누적된 불만이 한꺼번에 폭발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한미희 기자입니다.

[폭동으로 이어진 시위…"누적된 병폐에 불만 폭발" / 한미희 기자]

[기자]

무장한 경찰이 흑인 남성을 거칠게 제압합니다.

신발이 벗겨진 채 끌려간 이 남성은 7년 전 경찰에 구금됐다 숨진 아다마 트라오레의 동생 유수프입니다.

유수프는 형을 추모하는 이날 시위에서 경찰에 맞아 코뼈가 부러지고 머리와 가슴, 복부 등을 다쳤습니다.

교통 검문을 피해 달아나던 북아프리카계 10대 소년 나엘이 경찰 총에 사망하면서 촉발된 폭동이 잦아든 지 불과 닷새 만에 벌어진 일입니다.

나엘의 죽음에 항의하기 위해 시위에 나선 사람들은 경찰의 대응이 인종차별적 행태라고 주장했습니다.

가난한 동네에 사는 흑인이 아니라 부유한 지역의 젊은 백인 남성이 가벼운 교통 법규를 위반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는 겁니다.

2017년 나온 프랑스의 인권 감시 보고서에 따르면 아랍이나 아프리카계로 인식되는 젊은 남성들은 신원 확인을 위해 불심 검문을 받은 확률이 다른 사람보다 20배나 높았고,

2020년 이후 교통 검문 중 사망한 21명 중 대부분이 아랍이나 아프리카계였습니다.

유엔 인권 기관도 나엘 사건에 우려를 표하며 이 점을 경고했습니다.

<라비나 샴다사니 /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 대변인> "프랑스가 법 집행에 있어 인종주의와 인종 차별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진지하게 다뤄야 할 때입니다."

하지만 "인종 차별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그 문제를 악화시킨다고 여기는 것이 프랑스 사회의 지배적인 합의"라고 프랑스 사회학자 줄리앙 탈핀은 꼬집었습니다.

프랑스를 비롯한 서구 선진국들은 부족한 노동력을 메우기 위해 과거 식민지였던 국가들을 중심으로 이민자들을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이민자 인구가 급격히 늘며 빈부 격차와 증오 범죄 등 부작용도 커졌고, 이민자에 대한 적대감을 등에 업은 극우 세력들이 득세했습니다.

피해자 나엘 가족을 위한 후원금보다 가해 경찰관 가족을 위한 모금액이 4배나 많았던 것은 이런 프랑스 사회의 분열상을 단적으로 보여줬습니다.

난민과 이주민에 가장 포용적이라는 독일 역시 갈등을 겪기는 마찬가지입니다.

2018년 독일 동부 소도시 켐니츠에서는 축제가 벌어지던 거리에서 독일 남성이 흉기에 찔려 사망했는데,

용의자의 국적이 밝혀지기 전부터 극우 세력들이 이민자 소행으로 규정하고 정부의 난민 정책을 비난하며 폭력 시위를 벌인 겁니다.

<앙겔라 메르켈 / 당시 독일 총리> "우리에게 온 많은 난민들로부터 어떤 방식으로든 도전을 받기도 했습니다. 잘못은 그들이 이곳에 도착했을 때 일어난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그 많은 사람들을 돌보지 않은 것이 잘못이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8년 전 내전을 피해 온 20대 시리아 난민 리얀 알셰블이 지난 4월 독일 남부 한 소도시 시장으로 당선되면서 독일은 다시 한 번 포용력과 다양성에 대한 지지를 보여줬습니다.

연합뉴스 한미희입니다.

#프랑스_경찰 #이주민_폭동 #나엘 #독일

[이남규 아나운서]

이주 노동자는 이제 우리 경제에서 없어선 안 될 존재입니다.

현장에선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생산을 접어야 할 정도'라고까지 하는데요. 일할 사람은 갈수록 줄고 노령 인구는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일정기간 이주노동자를 넘어 이민이 불가피한 대안이란 진단이 나옵니다. 문형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합법 외국인 근로자만 45만…"없으면 현장 멈춰" / 문형민 기자]

[기자]

현대삼호중공업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생산 현장입니다.

곳곳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이 보입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외국인은 전체 근로자의 21%인 2,748명, 하지만 일손은 아직 부족합니다.

<김병수 / 현대삼호중공업 사내협력업체 대표> "올 연말까지 500명 정도의 인력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외국인이 할당제 부분에서 잘 풀릴 수 있도록 인력 수급이 가장 중요하다."

내국인 인력을 구하기 힘들어 외국인 근로자들에 기대는 건 조선업만이 아닙니다.

중소기업, 특히 소규모 제조기업은 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생산이 어려울 정도입니다.

<이기중 / 중소기업중앙회 외국인력지원실장> "외국인 근로자가 주로 일하는 곳은 직원 수 30명 미만의 제조업. 이들이 없으면 많은 수의 중소기업은 생산활동 접어야 할 것입니다."

공식적 노동 이민이 없는데도 외국인이 한국 경제의 필수요소가 된 겁니다.

지난해 기준 취업 자격 국내 체류 외국인은 44만 9,402명으로 1년 새 16.3% 증가했습니다.

체류 기간이 넘었지만 곳곳에서 일하는 미등록 외국인을 더하면 이보다 훨씬 많습니다.

이렇게 외국인 근로자 유입이 빠르게 확대되는 가장 큰 이유는 인구 감소입니다.

<이철희 /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공백이 생겼을 때 내국인이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나, 숙련 내지 기능을 가진 분들 경우에는 결국 외국인으로 채울 수밖에 없는…"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10년 새 40%나 급감했습니다.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2050년 우리나라 인구수는 4,577만명까지 감소할 전망입니다.

특히, 이 때 생산가능인구는 지난해보다 35%나 적은 2,398만명까지 내려올 것으로 예측됩니다.

반면, 피부양인구수는 2050년 2,178만명으로 지난해보다 45%나 늘어날 것으로 추계됩니다.

이런 상황을 그대로 두면 경제전문가들은 2050년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보다 28% 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유진성 /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인구구조 변화로 인해서 GDP 감소나 이런 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이 되니까. 외국인 인력 활용 방안이 중요한 문제겠죠."

결국, '인구절벽'에 직면한 한국 경제의 유지와 성장을 위해선 이를 메울 외국인 이민은 불가피한 선택이 돼가고 있다는 얘깁니다.

연합뉴스TV 문형민입니다.

#외국인근로자 #인구절벽

[이남규 아나운서]

지금 정부는 이민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준비 없이 받아들이기만 하면, 먼 나라 프랑스 사태도 곧 남 일이 아니게 될 것이란 우려도 크죠.

분열이 아닌 통합으로 나아가야 할 텐데,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신선재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이민청' 만든다는 정부…"통합·포용 준비부터" / 신선재 기자]

[기자]

인구절벽이란 위기를 앞두고 정부의 이민 수용 방침은 어느 때보다 적극적입니다.

<한동훈 / 법무부 장관(지난 10일)> "외국인들의 자발적인 대한민국에 대한 기여를 유도하고…숙련 기능 인력에 대해서 작년이 쿼터가 2천 명이었거든요. 저희가 올해 여름부터 그걸 3만 5천 명으로 17배를 늘리는…"

유학 비자 문턱을 낮추고 계절근로자 체류 기간을 늘리는 등 관련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습니다.

국가적 차원에서 관련정책을 총괄하는 이민청과 같은 컨트롤타워 구상도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구 감소만 우려해 받아들이기에만 급급하면 갈등은 예정된 수순.

장기적 이민 수용과 확대를 위해선 이미 들어와있는 외국인들의 생활상부터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한국은 얼마나 준비돼있을까.

외국인 인구 대부분이 종사하는 산업현장을 살펴보면 문제는 분명합니다.

<강동구 / 재한외국인지원협회장> "외국인 근로자의 인력 수급에 대한 정책만 있지, 실제 관리 대책은 부족하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고용 환경이나 처우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 보니까 사업장을 이탈하게 되고 불법체류자가 증가하는 악순환이…"

국내 불법체류자는 역대 최고치인 41만 7,000여 명,,지위가 불안정해 범죄에도 쉽게 연루됩니다.

이대로라면 이민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만 커 질 수 있는 상황.

이주여성 여건 개선도 더딥니다.

한국 이주여성의 역사는 30년이 넘었지만, 이들이 진짜 한국인으로 살아가기엔 아직 현실의 벽이 녹록하지 않습니다.

<왕지연 / 한국이주여성연합회장> "한국어 잘 못하기 때문에 말도 이해를 잘 못하고…평생 직업을 찾기 어렵다는 거…한국인 남편들 다 그렇지 않지만 가정폭력을 일삼아서 하는 데도 많고."

다문화 사회로의 순조로운 변신을 위해선 곳곳에 숨은 갈등 요소를 미리 관리해야 하는데, 첫째는 미등록 외국인 단속 위주인 정부의 인식 전환입니다.

<문병기 / 한국이민정책학회장> "이민이라는 것은 그야말로 필요한 어떤 그런 기계를 가져오는 게 아니고 사람을 데려오는 거거든요."

내국민과의 접촉면도 넓혀 편견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문병기 / 한국이민정책학회장> "외국인과 또는 이민자와 일상생활 속에서 매일 만날 수 있어야 돼요…마치 이민자를 사회적 약자로, 잠재적인 범죄자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거죠."

교육부터 행정, 복지까지 사회 전반의 대전환이 뒤따라야 하는 이민정책.

다문화사회의 현실적 이익을 바탕으로 부정적 인식을 바로잡고, 장기적 안목에서 예산과 연구인력도 확대하는 등 '백년대계'로 추진돼야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연합뉴스TV 신선재입니다.

#이민 #이민청 #이주여성 #외국인근로자 #불법체류자 #다문화

[클로징: 이남규 아나운서]

'전쟁이나 혁명을 겪은 경우가 아니면 발생하기 힘든 출산율' 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나라 중에서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며 세계 꼴지를 기록했습니다. 정부가 장기간 저출생·고령화 문제에 많은 예산을 투입했지만 개선되지 않으면서 이민정책의 확대가 대안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미 선진국들은 거의 모든 국가가 이민을 수용하고 있는데요.

캐나다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150만 명 이상의 이민자를 수용하겠다고 밝혔고, 독일은 작년부터 숙련노동자 및 전문가 이민을 촉진하기 위한 '숙련노동자이민법'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일본도 특정 기술을 가진 외국인이 무기한 체류할 수 있는 산업 분야를 3개에서 12개로 확대했는데요. 초저출산의 지속과 인구 감소의 확대, 그로 인한 전문기술자와 노동력 공급 부족 상황에 이민은 이미 필수가 돼가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앞서 리포트에서 보신 프랑스 폭동사태와 같이 이민정책에도 역풍이 존재합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단일민족·단일문화 특성상 타 문화권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이주민 10명중 7명은 한국에서 인종차별을 경험했다고 합니다. 만약 이민이 본격적으로 활성화가 된다면 새로운 문제에 직면할 것이고, 사회적 갈등은 지금보다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선진국 중에서 이민정책에 성공했다고 단언할 수 있는 나라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민을 받아들이지 않은 나라 또한 없습니다. 이민 정책 문제로 진퇴양난에 빠진 우리나가 선택하고 가야할 길은 과연 어디일까요?

이번 주 뉴스프리즘은 여기까지입니다. 시청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이민정책 #외국인노동자 #이민국가

PD 김선호 AD 허지수

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 카톡/라인 jebo23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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