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4시간 전 홍수 경보에도…오송 지하차도 통제 안 해 [영상]

오윤주 2023. 7. 15. 22: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충북도·청주시·흥덕구청 모두 통제 안 해
금강홍수통제소 “교통통제 사전 요청”
많은 비가 내린 15일 충북 청주 흥덕구 오송읍 궁평제2지하차도에 차량이 침수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 당국과 경찰이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청주/연합뉴스

미호강 범람에 의한 침수로 청주 오송 궁평 제2지하차도 안에 차량 15대가 갇혀 1명이 사망하고 최소 11명이 실종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15일 밤 11시 기준), 금강홍수통제소의 홍수경보 발령에도 충북도와 청주시, 흥덕구청 등 지자체가 이 일대 교통을 통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금강홍수통제소는 흥덕구청에 교통 통제의 필요성도 통보했다고 밝혔으나, 구청은 이를 부인했다. 충북도와 청주시, 흥덕구청 등 관할 지자체가 홍수경보 발령에 따라 교통 통제 등 관련 조처를 제대로 했더라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수통제소 “수위 상승 해 홍수주의보→경보로 격상”

국가하천인 미호강의 홍수를 관리하는 금강홍수통제소는 15일 새벽 4시10분 미호강 미호천교 지점의 홍수주의보를 홍수경보로 변경해 발령하면서 “미호천(강) 청주시 미호천교 지점의 수위가 계속 상승해 15일 5시께 수위표 기준 8m, 해발 기준 27.783m 내외가 될 것이 예상된다”며 “청주지역 주민은 유의하라”고 밝혔다.

실제로 당시 수위표 기준은 7.57m로 홍수경보 기준(8m)을 43㎝남겨 둔 상태였다. 특히 청주는 14일 171㎜에 이어 15일에도 200㎜가 넘는 비가 내려 미호강의 범람·홍수 우려가 커지고 있었다. 실제 이날 오전 6시께 ‘홍수 심각’ 수준에 이어, 낮 12시께 미호강 미호천교 수위가 10m를 넘었으며, 흥덕구 서촌동 석남천 제방 일부가 무너지는 등 미호강 청주 유역 곳곳에서 범람이 이뤄졌다.

홍수통제소 “교통통제도 요청” 흥덕구청 “모르는 일”

아울러 금강홍수통제소는 2시간여 뒤인 이날 오전 6시34분께 유선 전화로 관할 구청에 교통통제·주민대피 필요성 등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백창현 금강홍수통제소 예보통제과장은 <한겨레>에 “당시 미호강 미호천교가 계획 수위에 다다르고 있어 관할 청주시 흥덕구청 건설과에 유선으로 교통 통제·주민 대피 등 필요성을 통보하고, 기관 매뉴얼에 따라 대응하라는 부탁을 했다”고 말했다. 백 과장은 “흥덕구청뿐 아니라 당시 다른 위험 지역에도 유선 통보를 하고 정확한 시간까지 기록해뒀다. 통화 내용을 공개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동련 청주시 흥덕구청 하천방재팀장은 “금강홍수통제소로부터 유선으로 교통 통제 필요성을 통보받은 적이 없다. 새벽 3시부터 비상근무를 했는데, 나를 포함해 전화를 받은 직원이 확인되지 않는다. 지금까지도 그런 사실(금강홍수통제소의 유선 통보)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충북도 “홍수·범람 위험, 도로 통제할 만큼 아니었다”

충북도는 15일 “미호강 미호천교 주변에 홍수경보가 내려지기는 했지만, 사고 발생 지역 주변의 교통 통제는 하지 않았다. 교통 통제는 경찰 등과 협의해서 진행하는데 미호강의 홍수·범람 위험이 크지 않은 것으로 봤다”고 밝혔다.

사고가 난 궁평 제2지하차도를 관리하는 충북도 도로관리사업소도 관련 조처를 하지 않았다. 주변 하천의 홍수·범람 우려가 커지면 도로를 관리하는 자치단체와 경찰 등이 협의해 교통을 통제하지만 이런 조처들이 이뤄지지 않았다. 충북도 도로관리사업소 박종화 도로보수팀장은 “사고 전 청주시 등 어느 곳에서도 미호강 범람·홍수 우려 통보나 교통 통제 등을 통보하지 않았다. 이날 아침 8시40분께 도로관리사업소 자체 폐회로 화면을 통해 도로 침수를 확인하고 출동했지만 경찰·소방 등이 먼저 와 조처를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청주시 역시 미호강 주변 저지대 일부 주민을 대피시키기는 했지만, 사고 지역의 교통 통제 등 관련 조처를 하지 않았다. 청주시는 이날 새벽부터 주요 도로 24곳의 교통을 통제했는데, 사고 주변 오송·강내 등은 3곳뿐이었고, 사고 지점은 교통 통제를 하지 않았다.

충북도는 직접적인 사고 원인으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진행하는 미호강 광역도로 가설 교량에 설치한 임시 제방 유실을 지목했다. 강성환 충북도 균형건설국장은 “사고 지점에서 200~300m 떨어진 곳의 미호강 광역도로 교량 공사 구간에 임시 제방을 설치했는데 미호강 물이 불면서 사고 직전에 제방 60m 정도가 유실됐고, 이 바람에 미호강 물이 지하차도로 순식간에 밀려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강 국장은 “통상 지하차로 중심부에 물이 50㎝ 이상 들어차야 교통 통제를 하는데 사고 직전까지 이상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차량 15대·최소 11명 고립 추정

금강홍수통제소가 홍수경보를 발령한지 4시간반 만인 이날 오전 8시45분께 궁평 2지하차도에 물이 급속도로 유입되면서 차량이 고립됐다. 청주시는 사고 3시간 뒤인 이날 오전 11시40분께 긴급 안내 문자를 통해 “미호강 범람으로 오송읍 미호천교~청주시내 방향 차량 통행이 불가한 만큼 우회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충북소방본부 등이 나서 지하차도 침수 1시간여 만에 버스 승객 등 9명을 구조하는 등 현재까지 총 10명을 구조했지만,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에 이송됐던 ㄱ(31)씨는 끝내 숨졌다. 충북소방본부 등은 주변 도로 폐회로 텔레비전 화면을 분석해 차량 15대와 운전자 등 최소 11명 이상이 고립된 것으로 추정했다. 군·경·소방 합동 구조대는 이 일대에서 구조·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