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잇장처럼 집 떠내려가”…전기·물 끊긴 채 갇힌 사람들 [밀착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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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4시쯤 경북 예천군 은풍면 금곡2리 마을로 향하는 입구는 토사와 잡목이 뒤엉켜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유일한 출입로인 비탈진 도로는 누군가 수도꼭지를 틀어 놓은 것처럼 쉴 새 없이 흙탕물이 쏟아졌다.
이 마을은 폭우로 전기와 수도가 모두 끊겼다.
그는 "이번 산사태로 마을이 그야말로 초토화됐다"면서 "비가 더 온다고 해서 대피해야 하는데 우리 집도 떠내려갈까 봐 쉽사리 못 떠나겠다"며 말끝을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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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초토화에 주민들 망연자실
16일까지 시간당 30∼60㎜ 비 더 내려
“산사태에 개울물이 불어나면서 집이 종잇장처럼 떠내려갔다니깐.”
15일 오후 4시쯤 경북 예천군 은풍면 금곡2리 마을로 향하는 입구는 토사와 잡목이 뒤엉켜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유일한 출입로인 비탈진 도로는 누군가 수도꼭지를 틀어 놓은 것처럼 쉴 새 없이 흙탕물이 쏟아졌다. 폭 1m 남짓의 둑을 따라 500m 정도 걸어 올라가자 마을회관이 나왔다.
◆산사태로 개울물 범람…귀촌 부부 변 당해
“친하게 지내던 내외의 집이 산사태로 떠내려갔어. 어떡해···.” 개울 건너 파란 지붕의 주택을 가리키던 60대 여성의 목소리가 떨렸다. 산사태가 얼마나 심했는지 개울물이 범람했고, 주택은 반쯤 쓸려나가 골조가 훤히 드러나 있었다. 한 주민은 “나는 마음이 아파서 못 보겠다”며 주저앉아 눈물을 벅벅 닦아댔다.
개울 건너 주택은 60대 부부가 귀촌해 살았다. 하지만 폭 2∼3m 남짓의 개울물이 산사태로 순식간에 50m가량 불어났고 부부가 변을 당했다. 남편은 숨진 채 발견됐고, 아내는 집안에서 구조돼 병원 치료를 받고 있지만 생사는 불투명한 상태다.
◆“빗물로 쌀 씻어”…전기·수도 끊겨
이 마을은 폭우로 전기와 수도가 모두 끊겼다. 하지만 끝없이 내리는 비에 도로가 잠기면서 주민은 오도 가도 못하고 있었다. 한 여성은 “면사무소에 여섯번 정도 전화를 했는데 연결이 되지 않아 분통이 터진다”면서 “마을 주민이 50~60명 정도 되는데 이 사람들을 어떻게 다 대피시키냐”며 볼멘소리를 냈다.
우산도 없이 장대비를 맞으며 집 앞마당에 둑을 쌓던 채용주(69)씨는 “이런 비는 난생처음 본다”고 했다. 그는 “이번 산사태로 마을이 그야말로 초토화됐다”면서 “비가 더 온다고 해서 대피해야 하는데 우리 집도 떠내려갈까 봐 쉽사리 못 떠나겠다”며 말끝을 흐렸다.
경북 지역 인명피해는 시간이 지날수록 늘고 있다. 경북도에 따르면 도내 인명 피해는 이날 오후 6시 기준으로 사망 17명, 실종 9명, 부상 5명이다. 지역별 사망자는 예천 7명, 영주 4명, 봉화 4명, 문경 2명이다. 실종은 모두 예천에서 발생했다.
대구지방기상청에 따르면 13일부터 15일 오후 4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문경 동로 473.0㎜, 영주 부석 350.5㎜, 문경 328.8㎜, 봉화 315.5㎜, 예천 250.5㎜ 등이다. 경북은 16일까지 시간당 30∼60㎜의 매우 강한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고 예보했다.
예천=글·사진 배소영 기자 sos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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