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은성, 41년 만의 올스타전 만루포…미스터 올스타 등극
뷰캐넌, 9회 2아웃에 대타로 깜짝 등장해 고우석 상대로 적시타
'롯데 레전드'와 만원 관중 앞에서 16년 만의 사직 올스타전 흥행 대박
(부산=연합뉴스) 이대호 홍규빈 기자 = 16년 만에 부산에서 열린 KBO 올스타전에서 가장 빛난 별은 41년 만의 올스타전 만루 홈런을 쏘아 올린 채은성(한화 이글스)이었다.
나눔 올스타(한화·LG 트윈스·키움 히어로즈·NC 다이노스·KIA 타이거즈)는 1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올스타전에서 드림 올스타(kt wiz·두산 베어스·삼성 라이온즈·SSG 랜더스·롯데 자이언츠)를 8-4로 제압했다.
지난해에도 연장 승부치기 끝에 정은원(한화)의 연장 결승 홈런으로 6-3 승리를 따냈던 나눔 올스타는 2년 연속 승전고를 울렸다.
채은성은 1회 선제 결승 적시타에 이어 4회 만루 홈런까지 터트리며 한 경기에서 5타점을 수확해 올스타전 최우수선수(MVP)인 '미스터 올스타'에 선정됐다.
채은성의 배트는 1회부터 힘차게 돌아갔다.
2번 타자 이정후(키움)의 안타로 1사 1루에서 첫 타석을 맞이한 채은성은 박세웅(롯데)의 3구를 공략해 우중간 2루타로 타점을 냈다.
최형우(KIA)의 몸에 맞는 공으로 주자 2명이 들어찬 가운데 소크라테스 브리토(KIA)는 비거리 115m짜리 3점 홈런을 터트려 4-0까지 점수를 벌렸다.
먼저 선제 3점 홈런을 터트린 소크라테스 쪽으로 MVP 표심이 기운 순간, 채은성의 벼락같은 '올스타전 그랜드슬램'이 터졌다.
박건우(NC)와 박동원(LG)의 단타, 이정후의 볼넷으로 모든 주자가 꽉 찬 상황에서 타석에 선 채은성은 구승민(롯데)의 초구 직구를 통타해 120m를 날려 타구를 관중석에 안착시켰다.
올스타전에서 만루 홈런이 나온 건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김용희(당시 롯데·동대문운동장) 이후 무려 41년 만이자 역대 두 번째다.
더불어 채은성은 2019년 한유섬(SSG)이 세운 올스타전 한 경기 최다인 5타점과 타이기록을 세웠다.
전날 올스타 홈런레이스에서 7아웃에 홈런 5개를 터트려 데뷔 첫 올스타 홈런왕으로 등극했던 채은성은 사상 최초로 올스타 MVP까지 독식한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채은성은 기자단 MVP 투표 61표 가운데 총 56표(91.8%)를 얻어 소크라테스(5표)를 압도적으로 제쳤다.
이번 올스타전에서 채은성은 홈런레이스 우승 상금 500만원과 올스타 MVP 상금 1천만원을 더해 상금으로만 1천500만원을 챙겼다.
드림 올스타는 안치홍의 2루타와 노진혁의 단타로 만든 5회 무사 1, 3루에서 한동희(이상 롯데)의 내야 땅볼로 롯데 선수의 힘으로만 1점을 합작했다.
올스타전의 하이라이트로 자리 잡은 선수들의 다양한 퍼포먼스도 즐거움을 더했다.
구자욱(삼성)은 긴 생머리로 여장하고 나와 상대 배터리의 폭소를 자아냈고, KBO리그에서 가장 중독적인 응원가를 자랑하는 소크라테스는 팀 동료 최지민, 이우성과 함께 트럼펫을 불고 타석에 등장해 홈런을 쳤다.
마운드에 오르는 대신 1회부터 9회까지 끊임없이 화려한 춤사위를 펼친 데이비드 뷰캐넌(삼성)은 사직구장을 들썩이게 했다.
그중 가장 많은 박수를 받은 건 신인 김민석(롯데)이다.
'블랙핑크' 멤버 제니와 닮은 꼴이라 별명이 '사직 제니'인 김민석은 첫 타석에 등장하기에 앞서서 완벽하게 케이팝 댄스를 소화했다.
이 춤 한 번으로 김민석은 '베스트 퍼포먼스상' 주인공으로 뽑혀 상금 300만원을 거머쥐었다.
KBO 올스타전은 마지막까지 팬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드림 올스타는 9회 2아웃이 되자 이정후가 감독처럼 마운드에 올라가 최지민을 내리고 고우석(LG) 투입을 지시했다.
그러자 고우석은 김민석을 고의4구로 내보내고 대타로 대기하던 뷰캐넌과 대결을 선택했다.
뷰캐넌은 중견수 쪽 깔끔한 1타점 적시타를 터트려 모두를 놀라게 했고, 정수빈의 1타점 2루타가 이어졌다.
고우석은 마지막 타자 유강남을 내야 뜬공으로 잡아내고 경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우수 타자상은 소크라테스(4타수 2안타 1홈런 3타점), 우수 투수상은 박영현(kt·1이닝 1탈삼진 무실점)에게 돌아갔다.
올해 제정된 우수 수비상은 안치홍(롯데)이 수상했다. 이들은 상금 300만원을 받았다.
2007년 이후 16년 만에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올해 올스타전은 부산 팬들에게 '추억 여행'을 선사했다.
KBO가 시구자로 선정한 5인부터 이러한 의미를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김용희(1982·1984년), 허규옥(1989년), 김민호(1990년), 김응국(1991년), 전준우(2013년)까지 롯데 출신으로 '미스터 올스타'에 올랐던 5명의 선수가 시구자로 마운드에 섰다.
이들 가운데 전준우를 제외한 4명은 2007년 사직 올스타전에서도 시구했다.
이날 사직구장에는 2만2천990명의 팬이 입장해 역대 22번째 올스타전 매진을 기록했다.
6·25 전쟁 정전 70주년을 기념해 식전 행사 기수로 참전 유공자를 초청하고, 클리닝 타임에는 해군 진해기지사령부 의장대의 공연이 펼쳐졌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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