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규제 논리 통할까…GMO의 길 피해가려는 유전자가위 [교과서로 과학뉴스 읽기]

원호섭 기자(wonc@mk.co.kr) 2023. 7. 15.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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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1)유전자 가위란

(2)유전자 가위 기사 다시 보기


지난 시간에는 유전자 가위의 원리에 대해서 교과서의 언어를 기반으로 살펴봤습니다.

이번에는 유전자 가위와 관련된 다양한 기사를 살펴볼게요.

유전자 가위, 사람에게 적용 가능한가
일단 과거 기사를 살펴볼게요. 어쩌면 이 사건이 유전자 가위를 전 세계 사람들에게 인식시킨 원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2018년 11월 26일, 중국 남방과기대 허젠쿠이 교수가 유튜브와 외신을 통해 유전자 가위로 특정 유전자를 제거한 쌍둥이를 출산하는 데 성공합니다. 전 세계는 ‘뜨악’ 합니다. “인간에게 유전자 가위를 적용했다고?”

허젠쿠이 교수가 지난 2018년 홍콩에서 개최된 유전자 게놈 편집에 관한 국제회의에서 유전자 교정 아기를 탄생시켰다는 발표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유전자 가위는 말씀드린 것처럼 특정 유전자를 제거하는 기술이예요. 그런데 이 기술을 쓰려면 다 큰 성인이 아닌, 배아 상태에 사용해야 합니다. 곧 인간으로 분화할 배아의 유전자를 교정해야만 해당 유전자가 없는 아이가 태어나니까요. 앞서 말씀드렸던 병충해에 강한 상추, 근육량이 늘어난 돼지 모두 이같은 방식으로 태어난 ‘존재’들입니다.

이 유전자 가위를 인간에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지, 유전자 교정은 제대로 된 건지, 혹시 주변 DNA가 영향은 받지 않았는지, 건강에 미치는 다른 요인은 없는지 등을 끊임없이 확인해야 합니다. 그리고 “안전하다”는 생각에 과학기술계가 동의를 할 때 시행해야 해요. 인간을 대상으로 한 신약 임상시험 허가가 까다로운 이유입니다.

그런데 당시 중국 과학자는 그냥, 한거예요. 전 세계 과학기술계가 깜짝놀랍니다. 중국 과학기술계도 비난에 나섭니다. 결국 허젠쿠이 교수는 감옥에 가요. 올해 초 풀려나 지금도 유전자 가위를 연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후 과학자들은 배아가 특정 단계 이전일 때만 연구한다는 일종의 합의를 하고 이를 지키고 있습니다. 배아가 특정 단계 이상을 넘어가기 전에 유전자 가위를 실험한 뒤 결과를 확인하고 폐기하는 겁니다.

유전자 가위는 신약 개발에도 적용되고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배아에 넣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해 말 발표된 논문은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T세포를 강화시킨 뒤, 이를 환자의 몸에 넣는 임상 결과였는데 성과가 꽤 괜찮았습니다. 암에 걸린 환자들의 혈액과 암세포를 채취한 뒤에, 암 세포에는 있지만 혈액에는 없는 돌연변이 단백질을 찾아냅니다. 이후 면역세포인 T세포를 추출해 낸 뒤 돌연변이 단백질을 잘 제거할 수 있도록 유전자 가위로 변형을 해 줍니다. 그 뒤에 이 T세포를 다시 환자의 몸에 넣는 거죠.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연구진은 이 같은 연구결과를 지난해 말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이 논문에 따르면 실험에 참가한 암환자 15명 중 5명의 몸에서 암세포가 더 이상 자라지 않았다고 합니다.

비슷한 방식으로 임상을 진행해왔던 겸상적혈구빈혈치료제는 이르면 올해 안에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유전자 가위와 GMO
유전자 가위로 만든 식물을 말씀드렸는데요, 궁금증이 생기실 것 같아요. 유전자 가위로 만든 식물은 수십년 째 논란이 되고 있는 GMO’와 어떻게 다를까 하고요. 일단 GMO부터 살펴볼게요. GMO는 인간이 식물의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교접합니다. 바이러스를 이용해요. 바이러스에 원하는 유전자를 넣고, 이 바이러스를 다른 식물에 넣어 합치는거죠(간단히 말하면 이렇습니다). 외래 유전자를 박테리아에 넣은 뒤 이를 식물에 감염시키는 것입니다. 감염된 식물체는 박테리아의 DNA를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형질이 발현되는 겁니다.

GMO가 인간의 건강에 해를 끼친다는 연구는 아직 없습니다. 물론 과거에 그런 논문이 여럿 있었지만 모두 실험 방식이나 결과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이 났어요. 지금까지 인간이 만들어 놓은 ‘과학’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GMO은 안전합니다. 하지만 GMO에 대한 인식은 과학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홉이 없는 맥주도 만들어 냅니다.
GMO가 규제를 받는 이유는 DNA를 전달하기 위한 박테리아가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유전자 가위는 GMO와 다릅니다. 유전자 가위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외부 유전자 유입이 없기 때문에 유전자 가위로 만든 작물은 기존 GMO와 같은 규제를 받아서는 안된다”고 이야기합니다. 각국의 움직임은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GMO 작물과는 다른 형태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미국, 캐나다, 러시아, 스위스, 우르과이, 중국, 일본 등의 국가는 유전자 가위를 이용한 작물을 GMO와 같이 보고 있지 않습니다. 유럽은 GMO와 유전자 가위 교정 식물을 같은 급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도 지난해 7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국회의 제안했습니다. 유전자변형 생물체가 자연적 돌연변이 수준의 안전성을 갖춘 경우, 위해성 심사를 면제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지만 여전히 통과는 어려워 보이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국내에서는 유전자 가위를 이용한 새로운 작물을 만든다 하더라도 출시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유전자 가위 작물은 GMO가 걸어온 길을 피해갈 수 있을까요.

중학교 3학년도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가져오란 말이야.“  과학을 담당하는 기자가 선배들에게 많이 듣는 말 중 하나입니다. 맞습니다. 과학·기술 기사는 어렵습니다. 과학·기술 자체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어려운 내용을 풀어가다 보면 설명은 길어지고 말은 많아집니다. 핵심만 간결히 전달하지 않으면 또 혼나는데 말입니다. 이공계 출신인 제게 ”문과생의 언어로 써라“라는 말을 하는 선배도 있었습니다.  혼나는 게 싫었습니다. 중3이 이해하는 언어로 기사를 쓰고 싶어 과학 교과서를 샀습니다.  그런데 웬걸, 교과서에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많은 과학이 담겨 있었습니다. 기억 안 나시죠. 중3 수준으로 기사를 쓰면, 더 어려운 기사가 됩니다.  과학기술의 시대라고 말합니다. 챗GPT, 유전자 가위, 반도체, 양자컴퓨터 등 이름만 들어도 머리 아픈 최신 기술이 우리의 삶을 바꾸고 있습니다. 모르면 도태될 것만 같습니다.  어려운 과학·기술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고 싶어 교과서를 다시 꺼냈습니다.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는 최신 기술의 원리를 교과서에서 찾아 차근차근 연결해 보려 합니다. 최신 과학·기술은 갑자기 툭 튀어나오지 않았습니다. 교과서에 이미 모든 원리가 들어있으니까요. 함께 공부하는 마음으로 적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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