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삽시간에 차 올라" 목숨도 앗아간 침수에 망연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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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은 장대비가 지겹도록 쏟아진 15일 오후 충남 공주시 옥룡교차로 앞.
주민들 10여명이 모여 빗물로 가득 찬 집들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던 옥룡동에서는 이날 오후 4시 13분께 남성 1명이 침수된 전봇대 인근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삽시간에 불어난 물로 옷가지만 챙겨나온 주민들은 집 걱정에, 스마트폰에서 손을 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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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연합뉴스) 이주형 기자 = "주민 1명이 물살에 휩쓸려서 그만…마트서 물건 사서 집으로 가던 중이었다던데 어떻게 이런 일이 어떻게…"
굵은 장대비가 지겹도록 쏟아진 15일 오후 충남 공주시 옥룡교차로 앞. 주민들 10여명이 모여 빗물로 가득 찬 집들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주민 조모(60)씨는 "이웃집 주민이 3층에 베란다에 있다가 물살에 발을 헛디뎌 휩쓸리는 남성을 봤다"며 "소방대원이 출동했는데 물이 많아 찾을 수가 없었고 1시간 뒤에 숨진 채로 저기 밑에서 발견됐다더라"며 전봇대 하나를 가리켰다.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던 옥룡동에서는 이날 오후 4시 13분께 남성 1명이 침수된 전봇대 인근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목숨까지 앗아간 무서운 물살의 흔적은 옥룡동 곳곳에 가득했다.
진흙 범벅이 된 전봇대와 신호 표지판 사이 도로 정 중간에는 운전자가 버리고 간 듯 보이는 차 두 대가 멈춰 서 있었다.
웅덩이로 변해버린 집 앞 마당에는 바구니, 화분, 자전거까지 온갖 세간 살림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공주에는 지난 13일 0시부터 이날 오후 4시까지 506.5㎜의 비가 내렸다.
시는 이날 오전 8시 34분께 '버드나무1길 일대가 침수됐다'며 '대피하라'는 안전 안내 문자를 발송했지만, 주민들이 대처하기는 물살이 너무 빨랐다.
성인 허리까지 오는 흙탕물로 점령당해버린 집을 멀리서 바라보던 임모(70)씨는 "아침을 먹을 때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며 "집 안에 있는데 큰 소리가 들려 나가보니 이미 발목까지 물이 찬 상태라 서둘러 빠져나왔다"고 밝혔다.
공주대 옥룡캠퍼스 내에 마련된 임시 대피소에는 침수된 요양원 입소자와 직원 71명, 옥룡동 주민 121명이 머무르고 있었다.
요양보호사 오모(60)씨는 "7시 40분께부터 요양원 뒷문에서 물이 콸콸 들어오더니 물리치료실이 있는 지하 1층이 5분도 안 돼 금세 가득 찼다"며 "바로 119에 신고했는데 정말 무서웠다"고 밝혔다.
시설에 있던 황모(93)씨는 "나는 2층에 있어서 비가 온 줄도 몰랐었다"며 "갑자기 소방관들이 하나둘씩 와서 노인들을 손수 들고 안아가느라 고생이 많았다"고 말했다.
삽시간에 불어난 물로 옷가지만 챙겨나온 주민들은 집 걱정에, 스마트폰에서 손을 떼지 못했다.
네 식구를 데리고 몸만 빠져나온 한 남성은 이웃과 전화로 계속 상황을 살피며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기 바빴다.
다가구주택 반지하 집에 살고 있다는 김모(70)씨는 "물건을 하나도 못 가져왔는데 비가 계속 온다니까 가보지도 못하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새벽 3시께부터 물이 흘러내려 바가지로 계속 퍼냈다"며 "오전 7시께 갑자기 수도관이 역류하더니 턱밑까지 물이 차버려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공주시는 이날 금강 수위가 위험한 수준까지 상승하자 오후 한때 금강교, 공주대교 등을 통제했다.
이날 오후 2시 30분께 금강교 지점 수위는 경보 발령기준인 11m를 훨씬 넘는 12.07m에 이르렀다.
오후 5시를 전후해 대부분의 교각 통행금지는 해제됐지만, 국도 32호선 박동진 판소리전수관 방향 도로 등 국도 곳곳에 차량통제가 이어지고 있다.
공주를 비롯해 대전·세종·충남 전 지역에 호우 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17일까지 최대 250mm 이상의 비가 더 쏟아질 것으로 예보됐다.
coo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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