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깃발로 전쟁터 간 '1호 영업사원' 尹, 우크라 재건 기대↑
윤석열 대통령이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15일(현지시간) 전격 방문하면서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협력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위험을 감수하고 비밀리에 추진된 이번 방문은 국제사회에 우리 정부의 자유민주주의 가치외교를 확고히 알리는 동시에 향후 펼쳐질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우리 기업들의 활발한 참여를 위한 중요 포석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우크라이나 지원의 핵심 거점으로 꼽히는 폴란드와 함께 삼각 협력체계를 갖춰 본격적으로 재건사업에 뛰어들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윤 대통령은 13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한-폴란드 우크라이나 재건 협력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재건을 지원하기 위한 양국의 협업 강화와 공공·민간 기업들의 교류·협력활동 장려·촉진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어 폴란드 공식 방문 기간 동안 거듭 우크라이나 재건협력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14일 바르샤바에서 열린 '한-폴란드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의 가장 가까운 이웃국가로서 전후 복구 사업의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재건은 양국 협력의 새로운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은 전후 복구사업 참여에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고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신뢰를 쌓아왔다"며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협력에 양국이 함께 파트너로 참여해 우크라이나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저는 이번 순방에 동행한 한국의 대표적인 건설, 인프라 기업들과 간담회를 갖고 우크라이나 재건에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후 재건협력 기업 간담회에서는 "지난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한-우크라이나 정상회담에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우리 기업의 재건사업 참여를 강하게 요청한 바 있고 두다 폴란드 대통령 역시 한국과 함께 우크라이나 진출을 희망하고 있다"며 "한국은 자유주의 진영의 선도국가로서 전쟁으로 어려움을 겪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참여에 있어 금융 지원이 중요하므로 다른 재건 사례 등에 대한 분석을 통해 우리의 금융 지원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도 밝혔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재건사업의 협력 거버넌스 구축 △정부 지원이 시급한 분야에 파일럿 사업 적극 추진 △민간 주도 사업에 대해 맞춤형 지원 추진 등의 방향으로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접근하고 있다.
우선 우리나라와 폴란드가 맺은 우크라이나 재건 협력 MOU에 따라 고위급 협의체가 구성된다. 최 수석은 "9월부터 한-폴란드 차관급 협의체를 구성해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사업을 발굴·추진하기로 했다"며 "지난 5월 국토부와 우크라이나 인프라부 간에 동일한 내용의 MOU를 체결한 바 있으므로 사실상 대한민국, 폴란드, 우크라이나 정부 간에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의 3각 협력체계가 완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의 규모도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정부 지원이 급한 분야부터 요청이 들어왔다. 최 수석은 "우크라이나는 지난 5월 정부 간 협력 창구를 통해 200억 불 규모, 5000여 개 재건 프로젝트 등에 대해 우리 기업의 참여를 요청한 바 있다"며 "우리 정부는 학교·주택·병원 등 긴급시설 복구를 위해 모듈러 건축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우선 ODA(공적개발원조) 자금 등을 활용해 후보지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파괴된 카호우카 댐에 대해서도 이미 시행한 인도적 지원과 더불어 수자원 인프라 재건 기술 지원을 제공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스마트시티 분야가 주목받는다. 최 수석은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쟁 피해를 복구하는 '리빌딩'을 넘어 국가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뉴빌딩'을 추진 중"이라며 "특히 전쟁으로 폐허가 됐다가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우리의 기술과 경험이 재건에 활용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부터 우리의 지원으로 키이우와 우만에 스마트시티 마스터플랜 수립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최대 1000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되는 키이우 등 주요 도시 재건 계획 중 첨단 도시 시스템의 밑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향후 첨단교통체계, 스마트물관리 등 다양한 사업을 선점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의미다.
대표적 사업으로는 현대건설이 미국 협력기업, 우크라이나 원자력청과 협력해 300억 달러 규모의 우크라이나 SMR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이다. 삼성물산은 터키 건설기업과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인 리비우시와 협력해 스마트시티 등 현지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건설기계 시장의 20%를 점유하고 있는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향후 5년간 예상 수요인 건설 장비 1만4000대의 40%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다.
최 수석은 "사업 초기 단계는 현지 정보와 네트워킹이 필수적"이라며 "정부는 민간이 추진하는 프로젝트별로 민관 합동 수주지원단을 구성해 적극 지원하고 우크라이나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기업 방문 등 연수 프로그램도 금년부터 실시한다"고 했다.
이어 "향후 사업이 본격화되면 ODA와 EDCF(대외경제협력기금) 등 금융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통상 3년이 걸리는 ODA·EDCF 절차를 대폭 단축해 우리 기업이 신속하게 재건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등 국제기구와 공동 파이낸싱도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직 전쟁 중이고 재건이 초창기이지만 우크라이나 정부가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는 만큼 치밀하게 재건사업 참여를 준비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바르샤바(폴란드)=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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