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자율, 야근과 회식은 없다”...엄마·아빠 위한 근무환경, 효율도 좋네? [워킹맘의 생존육아]
회사에서는 내게 TF를 맡으라는 ‘명’을 내리며 “아이들이 어리니 야근과 주말 근무는 없게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기한 내에 반드시 결과가 나와야하는데, 이 약속이 과연 지켜지겠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매년 연초에 결성된 역대 TF팀 들이 마지막 달 매주 주말 출근과 야근을 밥 먹듯이 해온 것도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는 근거이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 팀은 달라야했다. 미취학 아이가 둘인 워킹맘과인 팀장(나)과 갓 태어난 둘째가 있는 워킹 대디가 수석 팀원이었다. 우리는 가정의 붕괴를 원치 않았다. 회사에서 야근과 주말 출근을 강요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 주었으니 이를 실현을 시키는 것은 우리의 몫이었다.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팀원들에게 저녁에는 여섯시 퇴근을 약속했다. 당연히 회식은 없었고, 대신 함께 모여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출근 시간은 자율이었지만 가급적 열시 전에는 모여 간단히 그날의 미션을 공유했다. 팀원들을 위해서 라기보다는,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저녁에는 배우자와 두 아이를 공동육아해야 하는 ‘워킹 맘·워킹 대디’에게 맞춘 일정이었다. 다만 초반에 느슨해지지 않도록 근무 시간 안에는 몰입도 있게 업무를 해나가기로 했다. 업무의 능률은 ‘절대 야근을 할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 나왔다.
프로젝트 중간중간 마감해야 하는 일정으로 업무가 몰렸을때는 일단 퇴근을 하되, 아이들을 모두 재운 후 워킹맘과 워킹대디 두 명이서 온라인 상에 모여서 공유 문서함을 열고 일을 마무리했다. 물론 야간 재택 근무 중에도 절대 밤샘을 하지는 않았다. 다음날 업무시간에 능률이 떨어지면 안 되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주말 출근 제로, 야근 제로’의 목표를 100% 달성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역대 프로젝트 팀 중에서 가장 주말 출근과 야근이 적은 팀이었다는 것은 확신한다. 총 3개월의 기간 동안 프로젝트 마감 마지막 주에만 주말 출근을 했고, 3차례 정도의 야근을 했다. 여기서 재택 야근은 야근으로 치지 않았다. 짧은 시간 운영되는 TF 팀이 평소보다 업무량이 많은 것은 감수를 해야 할 부분이고, 이 기간 야근을 피하고자 애썼던 이유는 ‘일을 덜 하기 위해서’가 아닌 육아 공백의 발생을 막기 위해서 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워킹맘과 워킹대디에게 맞춘 근무 환경은 팀원 모두에게도 좋은 근무 환경이 됐다. 어차피 놀기 위해 출근을 하는 것이 아닌 이상, 업무 시간에 집중해서 일을 하는 것에 불만을 제기할 팀원은 없을 것이다. 매일 칼 퇴근을 하고, 저녁에는 회식이 없으며, 미리 축적해 놓은 업무 덕분에 프로젝트 말미 에도 야근을 하지 않는 근무 상황이 반대의 상황보다는 훨씬 낫지 않을까. 물론 워킹맘·대디의 처지를 이해하고 회식과 야근을 강요하지 않은 상사가 있었기에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점을 인정한다. 깨어있는 상사의 배려에는 아직도 감사한 마음이 크다. 합이 맞는 좋은 팀원들과 함께 해 즐겁고 효율 좋게 일을 한 것도 맞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업무 경험이 TF팀을 마무리 짓고 현업에 돌아온 후에도 도움이 됐다. 언제 돌발 상황이 발생할 지 모르는 보육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 주어진 일을 미루지 않고 당겨 하는 습관이 생겼다. 갑작스럽게 터지는 이슈를 제외하고는 가급적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시간에 미리 처리할 수 있는 업무를 먼저 마무리 지어 놓는다. 매일 당일 아침에 작성해 제출했던 일일 보고는 전날 저녁에 최대한 초안을 작성한 후 다음날 아침에 새로운 일정과 업데이트 된 뉴스를 추가한다. 이렇게 ‘미리미리’ 일하는 습관이 생긴 덕분에 늘 조마조마하던 마음도 한결 편안해졌다.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왜 아이가 생기기 전에는 이렇게 일을 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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