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젤렌스키 정상회담 “생즉사 사즉생 정신으로 연대”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생즉사(生則死) 사즉생(死則生) 정신으로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10분 키이우의 대통령 관저인 마린스키궁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마련한 공식 환영식에 참석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이어 양 정상은 11시 20분부터 오후 1시 10분까지 약 1시간 50분간 단독·확대 회담을 진행했다.
윤 대통령은 이후 공동 언론 발표에서 “러시아의 불법 침략으로 인해 무고하게 희생된 우크라이나 시민들과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우크라 젊은이들, 그 유가족에 깊은 애도 표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생즉사 사즉생의 정신으로 우리가 강력히 연대해 함께 싸워나간다면 분명 우리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양국 정상은 한국의 안보 지원, 인도 지원, 재건 지원을 포괄하는 ‘우크라이나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를 함께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양 정상은 ‘평화공식 정상회의’ 개최를 추진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은 주요 개도국들이 ‘평화공식 정상회의’에 보다 많이 참여하고, 자유연대에 동참하도록 촉진자 역할을 해 나가고자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은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군수물자 지원도 지속해 나갈 것”이라며 “지난해 방탄복, 헬멧과 같은 군수물자를 지원한 데 이어 올해도 더 큰 규모로 군수물자를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비(非)살상 군사 장비 지원 기조를 이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취약해진 글로벌 식량안보, 에너지 안보 증진을 위한 국제사회의 논의와 행동을 이끌어 나가고자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인도적 지원과 관련해선 “한국은 지난해 약 1억불의 인도적 지원에 이어 올해 1억5000만불의 인도적 지원도 효과적으로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또 “올해는 우크라이나 정부 재정 안정성을 위해 세계은행과 협력해 재정지원도 새롭게 실시할 계획”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7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지뢰탐지기 등 안전장비와 인도적 지원 물품을 전달하기로 했었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재건 지원에 대해선 “한국 재정당국이 이미 배정해 둔 1억불의 EDCF(대외경제협력기금) 사업기금을 활용해 인프라 건설 등 양국 간 협력사업을 신속히 발굴하고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우크라이나 내 온·오프라인 교육시스템 구축을 위한 협력을 확대하고, 작년에 키이우에 개소된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사무소를 중심으로 전쟁으로 파괴된 교육기관 재건을 위한 협력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미래 세대 지원과 관련해선 ‘윤석열-젤렌스키 장학금’을 신설하기로 했다. 현재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학생들이 학업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이다.
윤 대통령은 발표를 마무리하면서 “젤렌스키 대통령 관심 덕분에 이제 우크라이나 학생들도 교과서에서 ‘한강의 기적’을 배우게 되었다고 알고 있다”며 “저는 ‘드니프로 강의 기적’이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우크라이나의 자유와 평화, 번영을 가꾸는 동반자가 될 것이며, 나아가 우크라이나와 함께 세계의 자유, 평화, 번영에 함께 기여하는 믿음직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며 “그 희망찬 미래를 향해 저와 젤렌스키 대통령은 더욱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윤 대통령과 경제, 에너지 지원 등을 논의했다”며 “대한민국이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지키기 위해 도와주고, 안보와 인도적 지원을 계속 제공해 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특히 (한국의 지원품 중) 안전 장비가 잘 쓰이고 있다”며 “이를 통해 인명을 살릴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한국이) 전쟁 범죄 처벌을 지원해 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한국이 우크라이나 회복 센터 건설에 참여해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방명록에는 “대한민국은 우크라이나 국민들과 함께 할 것입니다. 우크라이나의 자유를 위하여!”라고 남겼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앞서 키이우 인근 부차시(市) 학살 현장과 민간인 주거지역으로 미사일 공격이 집중된 이르핀시를 돌아봤다. 또 전사자 추모의 벽에 헌화했다. 부차시는 작년 2월부터 약 한달 간 러시아군 점령 이후 민간인 대량 학살의 증거가 발견되면서 러시아 군대가 저지른 잔학 행위의 상징이 됐다.
대통령실은 “과거 우리 군의 파병지에 군통수권자로서 방문한 사례는 노무현·박정희 전 대통령이 있으며, 우리 파병지가 아닌 전장에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연대 차원에서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최초”라고 밝혔다.
두 정상의 만남은 이번이 세번째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때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고, 지난 11~12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때도 그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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