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속으로 들어간 尹대통령 부부, 특급 보안 속 비밀 작전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격 방문은 특급 보안 속에 진행됐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우리 군의 파병지가 아닌 전쟁 중인 나라를 방문하는 것 자체가 처음인 만큼 다양한 요소가 종합적으로 고려됐다. 무엇보다 국제사회에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연대를 분명히 보여주는 동시에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협력 의지를 다지기 위한 윤 대통령의 결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올 들어 수차례 우크라이나 측으로부터 방문 요청을 받았다.
지난 5월16일 우크라이나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방한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가 윤 대통령을 만난 자리, 5월21일 히로시마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계기에 처음 이뤄진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 등을 계기로 공식·비공식적으로 이같은 의사가 전달됐다.
당시 젤렌스카 여사는 글로벌 국가인 한국이 그동안 보여준 지지와 연대에 사의를 표현하면서 앞으로 가능한 부분에서 지원을 확대해달라고 요청했다. 구체적으로는 지뢰탐지 제거 장비, 보급 수송차량 등 비살상 군사 장비를 요청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재건과정에서 한국의 많은 기업이 참여해주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5월 정상회담에서 "한국 정부가 그간 의약품과 발전기, 교육용 컴퓨터 등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인도적 지원 물품을 지원해줘 감사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추가적인 비살상물품 지원을 희망한다"고 당부했다. 또 "향후 우크라이나 전쟁을 조속히 종식시키고 평화를 달성하기 위해 한국과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전날 현지에서 "얼마 전에 저희에 대한 방문 요청이 있었고 저희가 인근국(우크라이나)에 방문을 하게 됐다"며 "나토 순방을 준비하면서 오래 전에 양자 방문에 대해서 초청을 받았고 고민을 오래 했다"고 밝혔다.
이어 "상대국 정상이 정중하게 방문 초청을 하는 것은 지금 국제사회의 초미의 과제인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 대한민국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깔려있는 것이고 그것을 담은 요청이라고 저희는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초청을 받았지만 쉽사리 결정할 문제는 아니었다. 당장 경호와 안전 문제가 컸다. 언제 어디서 공격을 받을지 알 수 없는 전쟁 중인 나라를 국가원수가 방문하는 일은 극도로 위험성이 따른다. 앞서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등도 모두 철저한 보안 속에 비밀리에 방문했다. 이동 경로와 교통수단, 시간대 등은 당연히 특급 보안 사항이다.
대통령실은 "과거 우리 군의 파병지에 군통수권자로서 방문한 사례(노무현 전 대통령, 박정희 전 대통령)는 있으며 우리 파병지가 아닌 전장에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연대 차원에서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최초"라고 밝혔다.
우리 당국은 수개월의 준비와 검토를 거쳐 현지 상황과 돌발 변수 가능성까지 살펴 최종 안전 여부를 확인했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의 의지가 작용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경호와 안전 문제, 방문 필요성 문제를 놓고 당연히 고심 끝에 입장을 정하고 대통령께서 결심하셔서 방문하게 됐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번 방문을 통해 국제사회에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연대를 확고히 보여주는 한편 향후 본격화될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협력에도 박차를 가하겠다는 각오로 보인다. 이미 자유진영의 주요 선진국들인 G7(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 정상들은 모두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다.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은 1조 달러 이상 규모로 예상돼 2차 세계대전 이후 서유럽 재건을 위한 원조사업이었던 마셜플랜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한국이 그동안 지켜온 원칙 하에서 포괄적이고 구체적으로 우크라이나와 한국 간에 돕고 또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며 "현재 전시 상황에서의 협력 문제, 그리고 향후 폴란드를 포함한 재건 과정에서의 협력 문제, 구체적으로 별도로 논의할 사항이 많이 식별돼서 이번에 회담이 필요하게 됐다"고 말했다.
바르샤바(폴란드)=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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