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비닐하우스 지붕만 보인다” …물바다 된 충남 부여

서륜 2023. 7. 15.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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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하우스고 축사고 죄다 물에 잠겼습니다. 70 평생 살면서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 거는 처음 봐요. 이제는 집이 물에 잠기거나 산사태에 파묻히는 게 남의 일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두렵기까지 합니다."

비닐하우스 19동이 모두 물에 잠겼다는 천춘기 나복3리 이장은 "애호박을 이제 막 수확하기 시작했고, 멜론도 조만간 따야 하는데 이런 피해를 봤다"며 "올해 농사는 끝났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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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며 시설하우스 죄다 물에 잠겨
백제교 인근 제방 붕괴 가능성...사람 목숨마저 위협
충남 부여군 규암면 나복2리에 있는 유만준씨 축사가 물에 잠겨 축사 안에 있던 소들이 허우적거리며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비닐하우스고 축사고 죄다 물에 잠겼습니다. 70 평생 살면서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 거는 처음 봐요. 이제는 집이 물에 잠기거나 산사태에 파묻히는 게 남의 일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두렵기까지 합니다.”

폭우성 장맛비가 사흘째 쏟아진 15일, 충남 부여군. 주택과 비닐하우스·논뿐만 아니라 축사도 여러 동 물에 잠기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규암면 나복2리에 있는 이은영씨와 유만준씨 축사도 물에 잠겨 한우 60여 마리가 익사 위기에 처했다. 그러자 119 구급대가 긴급 출동해 소를 한 마리씩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구출 작전’이 벌어졌다. 

구급대원들은 목까지 물이 들어찬 축사에서 소를 한 마리라도 더 구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119 구급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다행이었다. 축사가 들녘 한복판에 있는 경우 이미 사방으로 물이 들어차 버려 보트 없이는 접근할 수조차 없었다.

이병환씨 축사가 물에 잠기고 있어 당황한 소들이 물속에서 허둥대고 있다. 축사가 들녘 한 가운데에 있어 보트 없이는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우 42마리를 사육하는 축사가 물에 잠겼다는 이병환씨(74)는 “새벽 3시에 잠자리가 축축해서 깨보니 물이 방안까지 들어차 있어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 나왔다”며 “구급대에 연락은 했는데, 보트로 축사에 접근해야 해서 마음 졸이며 구급대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축사를 집어삼킨 물의 수위가 점점 높아지자 이씨는 발만 동동 구르며 구급대가 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렸다.

멜론·수박 등을 재배하는 시설하우스 농가들도 엄청난 피해를 봤다. 비닐하우스 19동이 모두 물에 잠겼다는 천춘기 나복3리 이장은 “애호박을 이제 막 수확하기 시작했고, 멜론도 조만간 따야 하는데 이런 피해를 봤다”며 “올해 농사는 끝났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 멜론 농가는 14일 수확을 하려다 하루 미뤘는데, 15일 침수 피해를 보았다고 한다.

부여군에 따르면 15일 오전 현재 비닐하우스 침수 127.9㏊(254농가), 농경지 유실·매몰 6㏊(14농가), 논 침수 269.2㏊(312농가), 기타(콩 등) 12.3㏊(33농가) 등을 기록했다. 하지만 15일에도 많은 비가 내렸고, 19일까지 비가 이어질 것으로 예보됨에 따라 피해 규모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충남 부여군 규암면 라복3리 일원의 시설하우스가 폭우로 인해 대부분 침수됐다.

재산 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사람의 목숨을 위협하는 긴박한 상황도 벌어졌다. 부여군이 이날 백제교·수북정 인근 둑이 붕괴 조짐을 보인다며 주민 대피령을 내린 것.

군은 주민 호소문에서 “백마강에 유입된 빗물로 규암면 백제교·수북정 인근 둑의 지반이 약해지면서 무너질 위험에 처해 있다”며 “주민들은 신속히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 달라”고 당부했다. 군은 이날 낮 12시 백제교 통행을 전면 금지했다.

박정현 부여군수는 “침수된 농작물을 둘러본다고 현장에 나가면 안 된다”며 “주민들은 외출을 자제하고 재난방송에 귀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부여군에서는 곳곳에서 크고 작은 산사태가 발생해 일부 마을은 교통이 두절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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