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부부, 전쟁중 우크라이나에 비밀리 전격 방문…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우리 군의 파병지가 아닌 전쟁 중인 나라를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책임있는 글로벌 중추국가를 지향해온 윤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역할에 대한 기대에 호응해 결단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이번 방문을 통해 국제사회에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연대를 확고히 보여주는 한편 본격화될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협력에도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12일부터 2박3일 간의 폴란드 순방을 마친 윤 대통령 부부는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를 찾았다. 10일 한국을 떠난 윤 대통령 부부는 12일까지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일정을 소화한 뒤 폴란드로 이동했다. 폴란드 국빈급 공식 방문 등 예고된 순방 일정이 모두 끝났지만 윤 대통령 부부는 우크라이나로 향했다. 이 때문에 당초 4박6일이었던 순방 기간도 돌연 연장됐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먼저 수도 키이우 인근의 부차시 학살현장과 민간인 주거지역으로 미사일 공격이 집중된 이르핀시를 돌아보았다. 민간인 피해가 집중된 지역부터 우선 살펴본 것이다. 전쟁의 참상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고통에 공감하는 차원이다.
윤 대통령은 이후 전사자 추모의 벽을 찾아 헌화한 후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정상회담에서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다양한 추가 노력과 함께 향후 본격화될 재건사업 협력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키이우에서는 정식 정상회담과 기자회견을 위한 발표를 하게 된다"며 "한국이 그동안 지켜온 원칙 하에서 포괄적이고 구체적으로 우크라이나와 한국 간에 돕고 또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비밀리에 진행된 이번 방문은 우크라이나 측의 초청에 따라 이뤄졌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얼마 전에 저희에 대한 방문 요청이 있었고 저희가 인근국에 방문을 하게 됐다"며 "나토 순방을 준비하면서 오래 전에 양자 방문에 대해서 초청을 받았고 고민을 오래 했다"고 밝혔다.
이어 "상대국 정상이 정중하게 방문 초청을 하는 것은 지금 국제사회의 초미의 과제인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 대한민국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깔려있는 것이고 그것을 담은 요청이라고 저희는 받아들였다"며 "그래서 경호와 안전 문제, 방문 필요성 문제를 놓고 당연히 고심 끝에 입장을 정하고 대통령께서 결심하셔서 방문하게 됐다"고 했다.
특히 이번 우크라이나 전격 방문은 재건사업 협력에 가장 확실한 밑바탕이 될 수 있다. 국가원수가 신변의 위협을 감수하고 전쟁 중인 나라를 직접 찾았다는 것 자체가 해당국가에는 무엇보다 큰 신뢰를 주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은 최대 1조 달러 이상으로 예상된다. 앞서 윤 대통령은 13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한-폴란드 우크라이나 재건 협력 MOU(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참여를 위한 기반을 닦았다.
윤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자유와 연대' 기치아래 국제규범 준수, 자유·인권·법치 등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와 강력한 연대를 추구해왔고 이번 방문은 본인의 외교안보 철학을 몸소 보여주는 취지이기도 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등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주요 선진국 정상들도 비밀 작전 속에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현재 전시 상황에서의 협력 문제, 그리고 향후 폴란드를 포함한 재건 과정에서의 협력 문제, 구체적으로 별도로 논의할 사항이 많이 식별돼서 이번에 회담이 필요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현지 도착 즉시 국내 집중호우에 총력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김은혜 수석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도착하자마자 국내의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와 대처상황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
이어 윤 대통령은 "군·경 포함 정부의 모든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재난에 총력 대응해달라"고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당부했다.
바르샤바(폴란드)=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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