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부터 김봉현 누나 구속영장 기각, ‘범죄자들의 전성시대’ 만드나
[승재현 형사판] 형사법 전문가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와 함께하는 사건 되짚어 보기. 이번 주 독자들의 관심을 끈 사건에 관해 전문가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한 단계 더 들어가 분석하고, 이가영 기자가 정리합니다.
◇최근 언론의 중심에 있던 사건들에 대해 영장이 기각되는 일이 빈번하다고요?
마약으로 물의를 빚은 배우 유아인에 대한 영장이 기각되었습니다. 인천 아파트 상가 주차장에서 주차 문제로 여성을 폭행해 갈비뼈 골절 등 전치 6주의 상해를 입힌 전직 보디빌더에 대해서도 영장이 기각되었습니다. 더욱이 희대의 탈옥을 꿈꾼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 핵심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을 도운 누나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이 기각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은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지 않나요?
맞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27조 제4항에선 무죄추정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피의자는 불구속 수사, 피고인은 불구속 재판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중대 범죄 혐의를 받는 범죄자가 도망가거나, 도망해서 정의가 실현될 수 없을 때 혹은 증거를 인멸해 죗값을 치를 수 없는 경우는 구속할 수 있습니다. 물론 피의자일 때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보석이 허용되지 않는 한 해당 재판이 끝날 때까지 사실상 구속상태에서 재판받아야 하므로 구속영장 발부는 신중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왜 잇단 영장 기각이 문제가 되나요?
영장전담판사와 생각이 다르다고 쉽게 해당 판사를 비난해선 안 됩니다. 그러나 영장전담판사의 결정이 기존의 전례, 법문과 다르다면 이를 터놓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게 민주주의입니다. 또 그렇게 해야 법리가 발전할 수 있습니다.
유아인 사건 영장전담판사는 “유아인의 주거가 일정하고 동종 범행 전력이 없는 걸 감안하면 유아인이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증거인멸 및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라고 하면서 영장을 기각했습니다. 그런데요, 유아인의 의료용 마약 사용은 한 달에 6회, 도합 70회, 양으로는 무려 4400㎖를 투약했다는 정황이 식품의약품안전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서 나왔습니다. 그 외 6종의 마약을 더 투약했다는 사실까지 밝혀졌는데요. 의료용 마약 사용은 중대한 범죄가 아니란 말인가요? 범죄가 중하면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봐야합니다. 이게 전례입니다. 대통령, 국회의원, 재벌 총수도 그동안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범죄가 중하기 때문에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본 것이지요.
다음으로 아파트 주차장 폭행 사건 영장전담판사는 “피의자의 주거와 직업, 가족관계와 증거 수집 현황, 진술 태도 등을 고려할 때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하면서 영장을 기각했습니다. 사소한 주차 시비로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전치 6주의 폭행을 한 피의자의 행동을 놓고 볼 때 피해자에 대한 위해의 우려가 없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요? 분명 법문에는 구속영장 발부에 있어서 ‘피해자의 위해 우려’를 고려하라고 적혀 있습니다. ‘피해자에 대한 위해의 우려’는 구속영장 발부의 제1의 원칙이 되어야 합니다. 과거 신당역 전주환 보복살인사건에서 너무나 절실히 경험했습니다. 피해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영장 기각이 단초가 된 참혹한 사건입니다.
마지막으로 피고인 김봉현의 탈옥을 도운 친누나에 대해 영장전담판사는 “범인도피교사죄와 관련해 수사기관에 협조하는 등 수사 및 심문에 임하는 태도, 사회적 유대관계 등에 비춰 증거인멸이나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하면서 영장을 기각했습니다. 피고인 김봉현은 수사 과정, 재판과정에서 도주를 밥먹듯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희대의 탈옥을 꿈꾸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꿈이 실현될 수 있도록 김봉현 누나는 착수금 조로 1000만원을 건넸습니다. 이런 사건이 중대하지 않다면 도대체 뭐가 중하단 말입니까?
◇이런 영장 기각이 사회에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 줄 수 있다고요?
네. 유아인에 대한 영장 기각은 이제 의료용 마약을 불법으로 아무리 많이 투약해도 구속은 당하지 않는다는 시그널을 준 건 아닌지 마음이 무겁습니다.
또 인천의 전 보디빌더에 대한 영장 기각은 대낮에 갈비뼈가 부러지는 폭행을 당해도, 피해자가 사는 아파트를 가해자가 알아도 구속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스토킹 범죄에 대해선 절대 구속영장이 발부될 일은 없다는 인식을 줄 수 있을까 두렵습니다.
마지막으로 김봉현 누나에 대한 영장 기각은 탈옥을 꿈꾸는 수많은 수형자를 도와도 구속당하지 않는다는 전례를 만드는 것이 아닌지 답답합니다.
구속영장 발부는 신중해야 합니다. 다만 법조문을 벗어나선 안 됩니다. 법조문에 충실해야 합니다. 분명 형사소송법에선 구속 사유를 심사함에 있어서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도 반드시 고려하라고 적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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