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30분 안에 도둑질”…불법 유통에 작가들 ‘시름’

김대영 매경닷컴 기자(kdy7118@mk.co.kr) 2023. 7. 15.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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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시간 일하고 30분 만에 도둑질”
불법 유통시장, 웹툰산업 54% 침투
카카오엔터, 업계 최초 대응팀 구성
웹툰노조 “대응 체계 일원화 해야”
2018년 폐쇄된 웹툰 불법 유통 사이트 ‘밤토끼’.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마감한 지 30분도 안 지났는데 작품이 도둑질을 당한다. 정신적 타격이 정말 크다. 원고를 올리고 마감을 하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하신아 웹툰작가노동조합 위원장은 15일 매경닷컴과의 통화에서 불법 웹툰 유통과 관련해 “하루 12시간, 14시간을 일하면서 마감을 쳤는데 정말 30분도 안 돼서 (작가의) 수익을 빼앗아간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웹툰 산업은 1조566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같은 해 신규 작품 수는 3649건으로 전년보다 1049건 증가했다. 웹툰 작가는 9326명으로 조사됐다.

플랫폼, 에이전시·제작사 등 웹툰 사업체 105곳을 대상으로 물은 결과 ‘불법복제 사이트’를 애로사항으로 꼽은 응답은 35.2%(복수응답)에 달했다. 신규 작가·작품 발굴, 전문인력 부족에 이어 세 번째로 많능 비중을 차지한 답변이었다.

2021년 웹툰 불법유통 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50% 이상 늘어난 8427억원으로 추산된다. 합법 웹툰시장의 53.8%를 갉아먹고 있는 수준이다. 웹툰산업이 성장하면서 불법복제 시장도 커진 셈이다.

외국어로 웹툰을 번역해 해외로 불법 유통하는 역식자(번역을 하고 글자를 심는 작업자)들은 오히려 작가들에게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을 해외 독자들에게 소개해주면 좋은 것 아니냐”면서 문제제기를 하는 작가들의 신상을 퍼날라 조리돌림을 당하게 만드는 것이다.

작가들은 작품 저작권을 넘겨받은 플랫폼의 역할을 강조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업계 최초로 웹툰·웹소설 불법유통 대응 전담팀 ‘피콕’(P.CoK)을 꾸려 단속하고 있다.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6개월간 주요 검색 사이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불법 유통된 웹툰·웹소설 약 1420만건을 차단했다.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차단한 불법물을 합하면 총 2800만건을 삭제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

카카오엔터는 지난 3년간 독자적으로 구축한 글로벌 불법 사이트·커뮤니티에 관한 데이터베이스(DB)와 자체 차단 기술을 축적해 왔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단속 대상을 불법 캐릭터 굿즈·인쇄물 등 2차 저작물로 확대하기도 했다.

실제 아마존에서 불법으로 판매되던 웹소설 출판물을 삭제했다. 한 티셔츠 프린팅 업체가 지식재산(IP)을 불법으로 활용해 만든 티셔츠의 판매도 금지시켰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성과를 냈다. 피콕은 인도네시아 불법사이트 운영자가 “카카오웹툰은 더 이상 불법 번역하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 웹툰은 정식 사이트에서 소비하라”는 글을 웹사이트에 게재하도록 만들었다.

업계 최초로 북토끼 운영자에 대한 형사고소도 진행했다.

이호준 카카오엔터 법무실장은 “불법물 단속 체계 역시 지속적으로 고도화 해 창작 시장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글로벌 불법물을 근절하고 창작자 권익을 보호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불법 유통 사이트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대응 체계가 일원화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 위원장은 “밤토끼(웹툰 불법 유통 사이트)를 잡을 때 한국저작권보호원에서 열심히 조사해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전달하면 방통위가 차단하는 방식이었다”며 “플랫폼, 제작사, 창작자도 함께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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