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의 꿈, 한여름 밤의 술 [명욱의 술 인문학]

2023. 7. 15.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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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복을 지나 1년 중 가장 더운 시기에 들어왔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한여름 밤의 꿈'의 주인공과 같은 반대의 요소를 가진 술이 있다.

한자를 풀이해 보면 지날 과(過), 여름 하(夏), 술 주(酒). 한여름 밤을 지내는 술인 것을 알 수 있다.

알고 보면 한여름 밤에 가장 잘 어울리는 술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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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복을 지나 1년 중 가장 더운 시기에 들어왔다. 이때쯤 생각나는 음악이 있으니 바로 ‘한여름 밤의 꿈.’ 1988년 권성연이 이 제목으로 불렀으며, 최근에는 SG워너비가 같은 제목으로 불렀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여름 밤의 꿈’은 역시 윌리엄 셰익스피어 작품이다. 오죽하면 멘델스존이 이 극에 대한 서곡을 쓸 정도이니 말이다.

이 작품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배경은 아테네. 남녀 4명이 나오는데 서로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상황. 한마디로 사각관계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버지는 계속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하라고 압박한다. 딸이 아버지의 뜻대로 결혼하지 않으면 사형이라는 아테네의 법에 호소, 결혼 아니면 죽음을 강요한다. ‘한여름 밤의 꿈’은 이러한 갈등을 해학적으로 위트 있게 희극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즉 반대와 갈등의 요소들을 화해와 조화로 하나씩 풀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여름을 슬기롭게 보내라는 술인 과하주. 발효주에 증류주를 넣어 저장성을 높였다. 사진은 술아원의 과하주인 ‘경성과하주’. 대동여주도 제공
흥미롭게도 이러한 ‘한여름 밤의 꿈’의 주인공과 같은 반대의 요소를 가진 술이 있다. 바로 발효주와 증류주다. 발효주와 증류주가 반대의 요소라고 하는 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발효주는 효모가 당분을 먹고 알코올로 바꾸는 알코올 발효 과정을 진행하는데 열이 들어가 뜨거워지면 효모가 사멸해서 더 이상 발효를 하지 못한다. 즉 기본적으로 열은 피해야 하는 것이 발효주다. 효모는 35도만 넘어도 움직임이 멈추며 60도가 되면 사멸한다. 반대로 열이 있어야 만들어지는 술이 있는데 바로 증류주다. 술을 끓여서 알코올을 기체로 만들고 그것을 다시 액화시켜야 증류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또 발효주는 자연상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술이지만, 증류주는 절대로 자연상태에서 만들어지기 어렵다. 불로 술을 끓여야 하는데 인간 말고는 할 수 있는 존재가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반대의 요소를 가진 이 술들이 만나면 오묘한 조화를 이뤄낸다는 것. 그것이 바로 과하주(過夏酒)다. 한자를 풀이해 보면 지날 과(過), 여름 하(夏), 술 주(酒). 한여름 밤을 지내는 술인 것을 알 수 있다. 여름에 산패되지 않게 좋은 소주를 넣어 도수를 높이고 저장성을 높인 술이다. 와인에 브랜디(와인 증류주)를 넣어 저장성을 높여 장거리 이동을 유리하게 만든 스페인의 셰리와인, 포트와인도 같은 맥락이다. 일본의 사케에도 유사한 청주가 있는데 이것을 하시라쇼추라고 한다. 이렇게 저장성이 좋다 보니 맛과 향 풍미가 오래 지속된다. 그래서 셰리 와인을 들고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신항로를 개척하고, 페르디난드 마젤란이 세계일주를 했다고 말할 정도다.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현재 이러한 과하주를 만드는 곳은 경기 여주의 술아원, 최근에 국순당에서 출시한 백세주 과하, 청주의 풍정사계, 부산의 소규모 양조장인 40계단 발효소를 들 수 있다. 또 서울 방배동의 가양주연구소에서 과하주 대회를 여는 등 과하주에 대한 재발견이 이뤄지고 있다. 여름을 슬기롭게 보내라는 술인 과하주. 알고 보면 한여름 밤에 가장 잘 어울리는 술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주류 인문학 및 트렌드 연구가. 연세대 미식문화 최고위과정 교육 원장,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과 ‘말술남녀’가 있다. 넷플릭스 백종원의 백스피릿에 공식자문역할을 맡았다.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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