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에 곳곳 물바다…대전·세종·충남 4명 사망·1명 실종(종합)
(대전·세종·홍성=연합뉴스) 김소연 이주형 기자 = 사흘째 대전·세종·충남 지역에 집중호우가 쏟아지며 4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13일부터 15일 오전까지 지역 내 최대 560㎜가 넘는 장대비가 내린 데 이어 17일까지 많은 비가 예보돼 추가 피해도 우려된다.
산사태로 4명 사망…공주·부여 '물바다'
15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금까지 집계된 지역 내 사망자는 4명으로, 모두 산사태로 목숨을 잃었다.
전날 오후 4시 2분께 충남 논산시립납골당에서는 가족 합장 행사에 참여했던 일가친척 4명이 산사태로 붕괴한 건물에 매몰됐다.
이 사고로 70대·80대 노부부가 숨졌고 20대 손자와 친척인 60대 여성이 골절상 등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같은 날 오후 5시 34분께는 충남 아산시 둔포면 한 저수지에서 낚시를 하던 70대 남성이 물에 빠진 뒤 실종돼 소방 당국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튿날 오전 4시 53분께 세종시 연동면 송용리 한 야산 비탈면에서 쏟아진 토사가 인근 주택 앞을 덮쳐 70대 주민 1명이 숨졌다.
이어 오전 7시께 청양군 정산면에서도 폭우에 유실된 토사가 인근 주택을 덮치며 60대 여성이 숨졌다.
앞서 오전 4시 33분께는 목면 한 주택에 토사가 밀려들어 장애인 2명이 고립됐다 구조됐다.
대전시에 따르면 전날부터 대전에서 89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이 가운데 주택·농작물·공장·상가·차량 침수가 69건으로, 주택에 물이 찬 9가구 주민 22명은 지인 집으로 대피했다.
유성구 구룡동 오봉터널과 백운로, 구즉세종로 일부에는 토사가 덮쳤다. 가로수가 넘어진 곳도 17곳 있었다.
충남에서는 지난 13일부터 도로 등 공공시설물 34건이 파손됐고, 사유 시설물 파손·침수 등 신고도 30건이 접수됐다.
산사태·저수지 범람 우려가 큰 논산시 주민 304명 등 모두 474명이 사전 대피했다.
특히 '백제의 고도' 공주·부여지역의 피해가 크다.
이날 낮 공주 제민천이 범람, 금성동 90여세대 아파트가 침수돼 주민들이 공주중과 공주여중으로 대피했다.
도로와 주택 등이 말그대로 '물바다'가 되면서 옥룡동 등에서는 소방당국이 보트를 이용해 인명 구조 활동을 펼쳐야했다.
물이 성인 허리까지 들어찬 가운데 소가 턱밑까지 찬 물을 헤치며 소방당국에 의해 구조되기도 했다.
옥룡동 A요양원과 우성면 B요양원 주변에도 물이 들어차 요양원 입소자 총 116명이 소방당국의 도움을 받아 대피했다.
사적 제12호 공산성 만하루는 지붕까지 물에 잠겼고, 금서루 앞 토사도 유실됐다.
부여에서도 백제교·수북정 인근 둑 붕괴 조짐이 있어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
금강 백제교 지점에는 홍수경보가 발령됐고, 임천면 두곡리, 부여읍 저석리, 장암면 합곡리와 정암리, 홍산면 좌홍리와 북촌리, 구룡면 태양리 등의 도로도 통제됐다.
이밖에 천안 동남구 목천읍 동평리 일대에서 주택 옹벽이 무너져 인근 주택 주민 등 4가구 10명이 대피했고, 청양군 목면 치성천 제방이 붕괴하며 인근 주민들이 안전한 곳으로 몸을 피했다.
아산시도 '곡교천 수위 상승으로 염치읍 곡교리·석정리 지역 침수가 진행되고 있다'며 '인접 주민들은 염치초등학교로 대피해 달라'는 문자를 보냈다.
농경지 물에 잠기고 열차 운행도 '중단'
농경지 침수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논산에서는 벼, 콩, 시설채소 재배 농가 등 모두 41.8ha 규모의 농경지가 침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양돈장과 양계장 등 5개 축산농가도 산사태 피해를 입어 시청 직원들이 현재 피해 규모를 파악 중이다.
상월면 주민 이재성(55)씨는 "오전 3시께부터 논밭이 완전히 다 잠기고 집 안에까지 빗물이 들어와 주민들이 다 대피했다"며 "상월면 3분의 2가 물에 잠겼는데도 계속 비가 내린다"고 불안해했다.
공주시 쌍신동, 서천군 비인면, 세종시 금남면 등에서도 논밭 침수 신고가 잇따랐다.
금남면 한 주민은 "앞에 용수천이 범람하면서 인근 농가 5곳 농막 하우스 등에 물이 차고 있다"며 "시에서는 대피하라고만 하는데 아무런 대책이 없어 한 해 농사를 다 망치게 생겼다"고 말했다.
집중호우 여파로 일부 열차 운행도 중단됐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15일 오전 9시를 기해 무궁화호와 ITX-새마을호 등 모든 일반열차의 운행을 중지했다. 일반열차는 16일에도 운행하지 않는다.
앞서 코레일은 전날 신탄진∼매포 구간 회송열차 궤도이탈 사고가 복구되고 집중호우가 해소될 때까지 수원을 경유하는 KTX 열차 운행은 12회 모두 중지하고, 서대전 경유 KTX 25회 가운데 21회를 중지했다. 서대전∼용산 KTX 4회는 정상 운행 중이다.
대전기상청에 따르면 13일부터 이날 오후 3시 10분까지 정산(청양) 561.5㎜, 공주 496.5㎜, 세종 469㎜, 계룡 437㎜의 폭우가 쏟아졌다.
대전·세종·충남 전 지역에 호우 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17일까지 최대 250mm 이상의 비가 더 쏟아질 것으로 예보했다.
soyun@yna.co.kr, coo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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