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층 커진다고 제3지대 신당 돌풍 불까

박나영 기자 2023. 7. 15.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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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층 절반은 2030…“탈정치 세대, 투표장 안 갈 것”
“차린 밥상 없이 숟가락만 들어, 성공 어려울 듯”

(시사저널=박나영 기자)

30% 안팎의 중도층과 무당층을 겨냥한 '제3지대'의 움직임이 시작됐다.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6월26일 '한국의희망' 창당을 선언했고,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 등도 신당 창당 준비로 분주한 모습이다. 조국·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연대해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는 소문이 도는가 하면, 최경환 전 부총리 등 친박 세력들의 연대설과 정의당 내부의 혁신재창당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치 역사상 제3지대 신당이 성공을 거둔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여서, 전문가들의 시각은 대체로 회의적이다.

거대 양당에 실망해 지지를 거둬들인 무당층이 제3지대 신당으로 옮겨갈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올해 들어 무당층 비율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7월4∼6일 실시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무당층이 30%에 이르렀다. 무당층은 올 1~3월까지 20%대에 머물렀으나 4월부터 30%대로 늘어났다. 국민의힘(33%)과 민주당(32%) 지지층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무당층이 양당에 등을 돌렸다고 해서 실제 선거에서 제3지대 신당을 선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금의 무당층을 들여다보면 '2030'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18~29세에서 무당층 비율은 절반에 가까운 48%, 30대에서는 41%를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40대 무당층은 25%, 50대는 24%로 2030에 비해서는 무당층 비중이 상당히 작다. 60대와 70대는 각각 21%로 무당층 비중이 더 작다. 그렇다면 제3지대 신당이 내년 총선에서 승기를 쥐려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2030 무당층의 표심을 얻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4월18일 국회에서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을 하고 있다. 금태섭 전 의원,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민주당 이상민 의원(왼쪽부터) 등이 주도하는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 준비모임의 첫 토론회다. ⓒ연합뉴스

"대선주자 없이는 지지층 모으기 힘들어"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노골적으로 무당층을 타깃으로 하겠다는 신당도 있는데, 현재의 무당층에 대한 공부가 하나도 안 돼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의 무당층은 기존 정당을 좋아하진 않지만 참여형이었다. 실제 선거 때가 되면 투표장에 가서 투표했다. 그러나 지금의 무당층은 정치 무관심층으로 바뀌었다. 현재 무당층은 2030이 절반이다. 2030은 탈이념·탈진영 세대인데 이는 탈정치로도 읽히고, 탈정치는 탈투표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30대 이하의 투표율은 30%대까지 떨어졌다. 특히 광주광역시의 경우 2030세대 투표율이 20%대에 머물렀다. 엄 소장은 "서구에서는 2030의 정치 참여가 활발한데, 이는 서구 정당들이 탈정치화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당들은 지나치게 정치화돼 있다. 정쟁을 싫어하는 2030에게는 생활 정치로 소구해야 하는데 우리 정치권에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 신당을 추진하는 사람들이 무당층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데,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어 밥상(비전)을 차리기보단 그저 숟가락만 들고 있다. 숟가락이 100개 있다고 새로운 지지층이 생기진 않는다. 대선주자도 아닌 데다, 특정 지역과 세대라는 지지 기반 없이 무당층에 기댄 신당이 성공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현 지지층의 구조에서 무당층이 늘긴 했지만 '스윙보터'(누구에게 투표할지 결정하지 못한 이들)의 입지는 그 어느 때보다 축소된 상태라는 분석도 있다. 60대 이상은 국민의힘으로 결집돼 있고, 4050은 민주당으로 결집돼 있다. 2030은 젠더 갈등으로 인해 남자는 국민의힘, 여자는 민주당으로 대치가 심화돼 있어 실제 투표 시 표심이 제3지대로 움직일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한국 정치 역사상 신당이 성공을 거둔 사례는 극히 드물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38석을 얻은 국민의당이 하나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데, 당시 호남과 젊은 층의 지지가 있었고, 무엇보다 안철수라는 '간판' 즉 대선주자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더 거슬러 올라가 1996년 15대 총선에서 50석을 얻은 자유민주연합, 1992년 14대 총선에서 31석을 얻은 통일국민당도 각각 김종필과 정주영이라는 확고한 대선주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7월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 정치의 새판을 모색하는 정당 개혁 대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역대 신당들 기존 양당에 흡수…유권자 더는 안 속아"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신당 창당에 성공했다는 기준이 다 다르겠지만, 성공으로 불린 사례들도 결국 나중엔 합당하거나 단일화로 기존 정당에 합류돼 믿어준 유권자들을 실망시키곤 했다. 이 때문에 유권자들이 다시 속아주진 않을 것으로 본다. 양당 지도자들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아서 지지층이 제3당 중간지대로 모일 수 있다고 희망을 거는 것 같은데, 현실화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당 저 당 다 싫다는 유권자가 제3지대 신당을 지지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너무 단순한 논리"라고 말했다. 내년 총선 투표율이 상당히 저조할 수 있다는 예측이다. 무당층이 많은 2030은 물론이고, 50·60대 콘크리트 지지층에서조차 선거 결과를 우려해 어떻게든 투표는 해야겠다는 의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금태섭 신당'과 '양향자 신당'이 덩치를 더 키우면서 신당 바람이 태풍으로 바뀔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선이 많다. 이 교수는 "신당 창당 인물들의 인지도나 주목도, 영향력이 별로 없고 조직도 따라붙지 않고 있다. 돌풍을 일으킬 거면 일찌감치 창당했을 것이고 이미 임팩트를 남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창당한 이들이 특정한 지역, 특정한 지지층의 지지만 받고 협소하게 끝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신당들 간 연대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의당의 신당추진위원회(가칭)는 연대·통합의 파트너로 노동·녹색 가치 중심 정치 세력은 물론 중도 신당을 표방하고 있는 금태섭 신당, 양향자 신당과의 연대 가능성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양향자 의원도 당의 가치와 비전에 공감하는 이들에게 열려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들의 연대 가능성도 그리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 교수는 "신당을 꾸린 수장들이 살아온 궤적이나 표방하는 가치, 지향하는 목표 등이 다 다르기 때문에 느슨하게 심적으로 연대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통합하거나 세력화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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