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아이오닉5 'N'에 담긴 의미
전기차에 고성능 입힌 '아이오닉5 N' 출시
기술력 자신감…현대차 브랜드 이미지 제고
워치인더스토리는 매주 토요일, 한 주간 있었던 기업들의 주요 이슈를 깊고, 쉽고, 재미있게 파헤쳐 보는 코너입니다. 인더스트리(산업)에 스토리(이야기)를 입혀 해당 이슈 뒤에 감춰진 이야기들과 기업들의 속내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고성능 브랜드 'N'
현대차가 고성능 브랜드인 'N' 신차를 내놨습니다. 현대차는 그동안 기존 모델들의 고성능 차를 출시하면서 N브랜드를 사용해왔습니다. 이번에 내놓은 N브랜드 모델은 좀 다릅니다. 현대차가 중점 육성 중인 전기차입니다. 현대차의 대표 전기차 '아이오닉5'의 고성능 모델인 '아이오닉5 N'이 나왔다는 것은 현대차에게 큰 의미입니다.
현대차의 고성능 브랜드 N은 2012년에 탄생했습니다.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고성능 차량 개발을 위해 연구팀이 꾸려진 것이 그 시작입니다. 사실 고성능 모델이라는 것이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그다지 와닿는 분야는 아닙니다. 일반 도로에서 굳이 고성능 모델을 운전할 기회도,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동차 마니아들이나 업계의 생각은 다릅니다.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은 대부분 고성능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메르세데스-AMG', 'BMW M', '아우디 RS', '폭스바겐 R' 등이 대표적입니다. 자동차는 첨단 기술의 집약체입니다. 고성능 브랜드를 보유한다는 것은 그만큼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현대차의 N브랜드 론칭은 다른 글로벌 메이커에 비해 늦었습니다. 그럼에도 당시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N브랜드 론칭에 대해 관심 있게 지켜봤습니다. 현대차가 고성능 브랜드를 론칭했다는 것은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입니다. 양산차 위주 브랜드인 현대차가 고성능 모델 운용을 통해 브랜드와 기술력을 업그레이드하는 변곡점으로 삼겠다는 공표이기도 했습니다.
현대차, 'N'에 공을 들이다
현대차의 N은 두 가지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하나는 현대차·기아의 핵심 연구소인 남양연구소(Namyang R&D) 영문 첫자에서 따왔습니다. 또 하나는 N 모델의 주행성능을 평가하는 현대차 기술연구소가 있는 독일 뉘르부르크링(Nürburgring) 서킷의 첫자이기도 합니다. 뉘르부르크링 서킷은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극한의 도로 상황에서 자동차의 성능을 최대치까지 끌어올리는 테스트를 진행하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이후 현대차는 N브랜드로 다양한 모델을 출시합니다. 처음엔 기존 모델을 기반으로 성능을 업그레이드 한 차량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또 N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해외 유명 자동차 레이스 대회에 N모델을 출전시켰습니다. 지난 2014년 몬테카를로 랠리를 시작으로 꾸준히 해외 레이스에 N브랜드를 노출했고, 2019 월드랠리챔피언십에서는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해외 국제 레이싱 대회에서 N브랜드가 잇따라 우승을 차지하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도 N브랜드는 현대차의 고성능 브랜드라는 인식이 각인되기 시작했습니다. 더불어 현대차의 기술력이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줬습니다. 현대차가 N브랜드를 론칭하면서 노렸던 것이 이것입니다.
현대차는 N브랜드에 지속적인 투자를 진행했습니다. BMW에서 고성능 차량 개발을 이끌었던 알버트 비어만(Albert Biermann)을 비롯해 메르세데스-AMG 기술자였던 클라우스 코스터(Klaus Köster), BMW 출신 토마스 쉬미에라(Thomas Schemera) 등을 영입했습니다. 2015년에는 남양연구소에 N모델 전용 테스트 트랙을 설치,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N'에서 시작된 변화
N브랜드의 성공은 현대차가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됐습니다. 현대차는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2015년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를 론칭합니다. 제네시스는 현재 국내외에서 순항 중입니다. N브랜드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제네시스로까지 이어진 셈입니다. 현대차는 이제 양산차에서 고성능 모델은 물론 럭셔리 모델까지 보유하게 됐습니다.
현대차는 이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습니다. 전기차입니다. 전기차는 대세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놓칠 수 없는 시장입니다. 현대차는 이미 국내외 시장에 전기차를 출시하고 글로벌 메이커들과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아이오닉5는 현대차가 야심차게 출시한 전기차입니다. 아이오닉6와 함께 현대차의 전기차 라인업을 구성하고 있는 주력입니다.
현대차는 주력인 아이오닉5에 N브랜드를 입혔습니다. 현대차가 전기차에서도 고성능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겁니다. N브랜드와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아이오닉5 N을 통해 보여주겠다는 생각입니다. 고성능 전기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양산형 전기차의 기술적인 영역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현대차는 '아이오닉5 N'에 현대차가 보여줄 수 있는 기술을 총동원해 주행력, 코너링 등을 완성했다고 밝혔습니다. 핵심인 배터리는 SK온의 84㎾h의 고출력 제품이 탑재됐습니다. 아이오닉5 N(부스트 모드 기준) 전·후륜 모터 합산 최고 출력은 650마력, 최고 속도는 260㎞/h,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제로백은 3.4초입니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다
현대차가 아이오닉5 N에 거는 기대는 큽니다. 높은 수준의 전기차 기술력을 보유하게 됐다는 것을 대내외에 알렸습니다. 또 고성능 전기차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게 됐습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전기차에서 고성능차를 선보이는 것은 앞으로 전기차 시대에서 우리만의 장점과 차별화된 부분으로 뛰어 올라가겠다는 의미"라고 말했습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론칭 행사에 참석한 것에서도 현대차의 기대감을 알 수 있습니다. 정 회장은 영국에서 열린 이번 아이오닉5 N 론칭 행사에 직접 참석, 참석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가 회장에 취임한 후 신차 발표회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아이오닉5 N은 성능 면에서 아우디 'RS e트론 GT', BMW M의 전기차 'i4 M50', 고성능 전기차의 대명사인 포르쉐 '타이칸 GTS'와도 비견한 수준이라는 분석입니다. 무엇보다도 내구성을 강화해 경쟁 모델들과 차별점을 준 것이 특징입니다. 여타 고성능 전기차의 경우 모터 발열 문제로 레이싱 트랙을 한 바퀴 이상 돌지 못합니다. 반면 아이오닉5 N은 두 바퀴를 돌고도 안정적이었다는 것이 현대차의 설명입니다.
지난 2012년 현대차가 N브랜드를 론칭한 것은 변화를 위한 시도였습니다. 이후 N브랜드를 통해 기술력을 확보했고 이는 제네시스로의 확장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이제 현대차는 전기차에서 또 다른 변화를 찾으려 합니다. 현대차는 N브랜드로 전기차에서도 변화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까요. 현대차의 다음 행보가 궁금합니다.
정재웅 (polipsycho@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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