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의 본질 강조하며 글로벌 사세 확장" 윤상현 한국콜마 부회장 [이주의 유통人]
베트남 경제사절단도 합류…M&A 및 혁신기술 투자로 사세확장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우리는 화장품·제약·건강기능식품에 있어서 그 업(業)에 진심인 고객을 가장 잘 도와주는 서비스 플랫폼 기업입니다."
윤상현(49) 한국콜마홀딩스 부회장이 항상 강조하는 '업의 본질'이다. 윤 부회장은 최근 임직원과 함께 한 타운홀 미팅에서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변하지 않는, 콜마그룹을 설명할 한 마디의 정리가 중요하다"며 업의 본질을 명확히 하는 것의 중요성을 재차 언급했다.
윤 부회장은 콜마그룹 창업주 윤동한 회장의 장남으로 서울대 학사와 영국 런던 정경대 석사, 미국 스탠퍼드대 석사 학위를 받고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베인앤컴퍼니에서 근무하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고 2009년 한국콜마 기획관리 상무로 입사했다.
이후 2019년 부회장 자리에 올라 업의 성장, 미래 먹거리 발굴 등을 통해 그룹 전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계획을 추진 중이다.
지난 7일 열린 타운홀미팅은 2020년 코로나19 확산 후 '면대면'으로 처음 열린 임직원간 소통 프로그램이었다.
직접 참석한 윤 부회장은 'DIVE into Kolmar(다이브 인투 콜마)'란 슬로건 아래 콜마의 미래와 발전에 대한 경영자의 철학을 모든 임직원들과 함께 공유했다.
윤 부회장은 평소 출퇴근 복장과 달리 면바지, 푸른색 셔츠, 운동화 차림으로 행사를 찾아 눈길을 끌었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소통하고, 다양한 의견을 진정성 있게 청취하겠다는 윤 부회장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윤 부회장은 콜마그룹의 업의 본질을 명확히 하고 경쟁력 있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콜마 전사의 인력구성(스쿼드)를 위해 노력해 왔다.
이 같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최근에는 대외 활동에 보폭을 넓히며 글로벌 사업 확대를 꾀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 경제사절단에 합류한 것이다. 베트남 방문을 계기로 양국 민간 기업 교류에 기여하고 현지 사업 기회 확대를 모색하기 위한 행보였다.
콜마그룹은 2019년 베트남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현재 그룹의 해외 사업을 담당하는 한국콜마홀딩스의 자회사 콜마글로벌이 건강기능식품과 숙취해소제를 유통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78억원을 달성했고, 올해는 100억원 매출을 목표로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특히 '숙취 해소'라는 개념조차 없었던 현지 시장을 개척해 베트남에서 HK이노엔의 숙취해소제 '컨디션'을 연간 100만병 이상 판매 중이다. 매출액은 2020년 9억원에서 2021년 13억원, 2022년 20억원으로 3년간 12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콜마홀딩스 관계자는 "숙취해소제 컨디션과 건강기능식품들이 베트남 현지 시장에서 이미 큰 인기를 얻고 있으며 향후 화장품까지 수출 확대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윤상현 부회장의 이번 베트남 경제 사절단 참여를 통해 현지 비즈니스 확대 기회도 모색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윤 부회장은 컨설턴트 경력을 살려 본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굵직한 M&A(인수·합병)를 주도하고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며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화장품 업계에서 가장 큰 M&A 사례로 꼽히는 글로벌 화장품 패키징 전문기업인 '연우' 인수도 윤 부회장이 진두지휘했다. 화장품 사업의 밸류체인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확실한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국내 화장품 용기 시장점유율 1위인 연우는 자체 기술을 지속 개발해 전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윤 부회장은 한국콜마가 기존에 선보이던 R&D(연구·개발) 및 제조기술력에 연우의 패키징 경쟁력을 더해 궁극적인 토탈 ODM(제조업자개발생산)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2021년 12월에는 오가노이드 기반 신약개발 및 정밀의료 플랫폼 기업인 넥스트앤바이오를 인수했다. 바이오 사업을 그룹의 신규 사업영역으로 추가하고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넥스트앤바이오는 오가노이드(줄기세포 유래 자가재생 세포 집합체) 기술을 바탕으로 재생의료 치료제 개발을 비롯해 난치성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선두주자다.
바이오 산업을 기본으로 신약 개발은 물론 화장품·건강기능식품 산업을 융합해 현재의 산업구조를 재편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한국콜마는 2018년 2월 CJ그룹 제약 계열사인 CJ헬스케어를 1조3100억원에 인수했다. 윤 부회장은 화장품, 건기식 위주의 기존 사업에 더해 콜마그룹의 신성장 동력을 모색하기 위해 직접 인수합병을 주도했다.
인수 당시 윤 부회장은 "양사간 이상적인 사업포트폴리오와 시너지 극대화를 통해 '글로벌 톱5 제약사'로 도약할 것"이라며 "향후 10년 이내에 신약 개발을 통한 글로벌 브랜드 제약사로 발전할 수 있도록 R&D 부문의 역량 확충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사명을 HK이노엔으로 바꾸고, 2021년 8월 성공적인 IPO(기업공개)를 이끌었다. HK이노엔이 개발한 국내 30호 신약 케이캡은 출시 3년 만에 누적 매출액 3000억원을 달성(UBIST 원외처방실적데이터 출처)했고, 이노엔의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잡았다. 이노엔은 화장품 브랜드 비원츠, 건기식 브랜드 뉴틴을 만들고 종합헬스케어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윤 부회장은 지난해 5월 기업의 모태인 미국콜마(KOLMAR) 상표권을 완전히 인수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상표권 인수로 한국콜마는 이탈리아·프랑스·영국·독일 등 세계 주요 국가에서 '콜마' 브랜드를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됐다.
미국콜마는 1921년 설립된 콜마의 원조 회사로, 화장품·건강기능식품·의약품 업계를 막론하고 한국 기업이 글로벌 본사의 브랜드 상표권을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한국콜마는 미국이나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 화장품 수주를 할 때마다 미국콜마로부터 상표권 사용 허가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상표권 인수로 한국콜마는 미국이나 유럽 화장품 업체로부터 제품을 수주해도 미국 콜마에게 '콜마' 상표권을 사용해도 될지 별도 문의할 필요가 없다. 사실상 미국콜마와 동등하게 한국콜마도 '콜마'라는 상표권을 얼마든지 쓸 수 있는 것이다.
상표권 인수 과정에서 윤 부회장이 9개월간 직접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당시 윤 부회장은 "K뷰티가 글로벌 화장품 시장을 선도하는 주축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 상징적인 계기"라며 "지난 32년간 한국 화장품산업의 표준을 만들어온 만큼 앞으로도 세계 화장품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실하게 키워나갈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한국콜마는 미국법인 PTP를 콜마USA, 캐나다 법인 CSR은 콜마캐나다로 법인명을 변경하고, 북미기술영업센터를 비즈니스 허브로 삼아 현지 고객사를 확대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윤 부회장은 "혁신 기술을 가지고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그들의 경험과 기술을 배우고, 우리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지론에 따라 콜마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 확보와 사업 간 시너지를 내기 위해 적극적 투자에 나서고 있다.
콜마그룹은 지난해 9월 KB인베스트먼트가 조성하는 총 2500억원 규모의 글로벌 투자 펀드에 단독 출자 기업으로 참여했다.
한국콜마홀딩스, 한국콜마, HK이노엔, 콜마비앤에이치, 연우 등 5개사가 각각 100억원씩 총 500억 원을 출자했다.
윤 부회장은 제약바이오 산업의 성장 속도가 빠른 미국을 중심으로 인도·동남아 지역의 유망한 바이오 벤처와 커머스 기업에 투자한다는 구상이다.
2020년 이후 유망 기업에 대한 콜마그룹의 직접투자는 약 350억원에 달한다. 스마트 의료기기, 비대면 서비스망 등 미래지향형 기술에 대한 직접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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