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안타율 1위, 홈런 1위, 장타율 1위…‘이도류’ 의문에 마침표 찍다 [S스토리-오타니 '만화야구'는 진행중]

남정훈 2023. 7. 15.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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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타’ 재능 한 몸에 지닌 천재형
日 야구만화 ‘H2’ 주인공 현실판
자국서 기록 사냥하던 사나이
MLB 무대서도 종횡무진 대활약
올 시즌은 전반기에만 볼넷 43개
제구력은 다소 무뎌진 모습 보여
팀 성적도 부진… “지는 것 짜증 나”
곧 FA… ‘이적·6억 달러’ 성사 주목
“아다치 미츠루의 야구 만화 ‘H2’를 아시나요.” 중학교 시절 지역대회 우승을 함께 이끈 강속구 투수 쿠니미 히로와 홈런 타자 타치바나 히데오. 고등학교는 서로 다른 학교로 진학하면서 라이벌이 된 두 H가 일본 고교 야구선수들의 꿈의 무대인 ‘고시엔’을 향해 가는 이야기를 다룬 이 만화는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LA 에인절스의 오타니 쇼헤이. AP뉴시스
1992년부터 H2를 연재한 스포츠 청춘물 전문 만화가 미츠루는 과연 알았을까. 30년쯤 뒤에 히로와 히데오의 투타 재능을 한 몸에 지닌 야구 천재가 등장하리라는 것을. 그리고 그 천재가 고시엔에도 출전한 적 있는 일본인이라는 것도. 고시엔 우승엔 실패한 천재 야구선수는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야구선수들이 한데 모인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도 명실상부한 최고의 선수로 성장했다. 투수로도, 타자로도.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이라는 말이 너무나도 어울리는 오타니 쇼헤이(29·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 이야기다.

◆2023 WBC는 오타니의 대관식

올해 3월 미국과 일본, 대만에서 열렸던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그야말로 오타니의, 오타니에 의한, 오타니를 위한 무대였다. 오타니가 ‘야구의 왕’에 오르는 대관식이나 다름이 없었다.

물론 오타니는 2023 WBC 이전에도 세계 최고의 야구선수였다. 부상에서 복귀한 2021년, 오타니는 타자로 타율 0.257 46홈런 100타점, 투수로 9승2패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하며 아시아인 최초로 만장일치로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2022년엔 타자로는 타율 0.273 34홈런 95타점으로 전년보다 성적이 다소 떨어졌지만, 투수로 15승9패 평균자책점 2.33을 거두며 에이스로 거듭났다. 62홈런을 때려내며 로저 매리스의 아메리칸리그 최다 홈런(61개) 기록을 깬 에런 저지(31·뉴욕 양키스)에게 밀려 MVP 투표 결과 2위를 차지했지만, 2022년은 ‘투타니’(투수 오타니)의 잠재력을 새삼 확인할 수 있는 한 해였다.
일본의 오타니 쇼헤이(가운데)가 지난 3월 21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에서 일본이 미국을 꺾고 우승한 후 WBC 우승컵을 받아 들고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AP뉴시스
메이저리그 무대를 평정하면서 오타니는 자연스레 2023 WBC에 나서는 ‘사무라이 재팬’(일본야구 대표팀의 애칭)의 리더가 됐다. 타자로는 3번 타자로 클린업 트리오의 한 축을 맡았고, 투수로는 에이스 1선발 역할을 소화했다. ‘타타니’(타자 오타니)는 7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0.435 1홈런 8타점 9득점을 기록했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친 OPS는 무려 1.345(0.606+0.739)였다. 투수로는 2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1.86. 7전 전승을 거둔 일본은 2006, 2009년에 이어 통산 세 번째 WBC 우승을 거머쥐었다. 당연히 대회 MVP는 오타니의 차지였다.

‘야구 종주국’ 미국과의 결승전에서 일본의 우승을 직접 확정짓기 위해 마무리로 나선 오타니는 3-2로 앞선 9회 2사 상황에서 미국 대표팀의 상징이자 팀 동료인 마이크 트라우트와 사상 첫 투타 맞대결을 펼쳤다. 3B-2S 풀카운트에서 오타니가 주무기 ‘스위퍼’로 트라우트를 헛스윙 삼진을 잡아낸 장면은 세계 야구사에 두고두고 회자될 만한 명장면으로 남았다.

◆‘야왕’ 오타니, 2023 MLB 초토화 중

2023 WBC의 여세를 몰아 오타니는 2023 MLB에서도 우걱우걱 씹어 먹고 있다. 지난 10일 전반기를 마친 MLB의 개인 기록 순위를 보면 여기저기에서 오타니의 이름을 볼 수 있다. 그것도 순위표 맨 윗자리가 많다. 오타니의 ‘만화야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타타니’ 성적부터 살펴보자. 오타니는 ‘야구의 꽃’인 홈런을 32개를 쏘아올려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올라 있다. 전반기 30홈런 이상을 때려낸 선수가 오타니 딱 하나다. 많은 홈런포 덕분에 타점도 71개로 전체 3위다. 비율 스탯 역시 아름다움 그 자체다. 타율은 0.302로 전체 10위이지만,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친 OPS는 1.050으로 단연 전체 1위다. 메이저리그 유일의 6할을 넘기는 장타율 덕분이다. OPS가 1.000을 넘는 타자도 오타니가 유일하다. 그밖에 빠른 발을 앞세운 3루타(6개)도 1위, 2루타 이상의 장타(53개)도 1위, 전체 루타도 226으로 1위. 그야말로 독야청청 타타니다.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의 오타니 쇼헤이가 2일(현지시각) 미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의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MLB)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벡스와의 경기 8회 말 1점 홈런(시즌 31호)을 치고 있다. AP뉴시스
‘투타니’의 전반기 성적은 ‘타타니’에 비해 다소 떨어진다. 비교 대상이 타자 오타니여서 그렇지 여느 에이스에도 밀리지 않는 특급 성적을 내고 있다. 전반기 17경기에 선발 등판해 7승4패 평균자책점 3.32(24위)를 기록 중. 탈삼진은 132개를 솎아내 전체 4위. 돋보이는 부문은 피안타율이다. 0.189로 메이저리그 전체 투수 중 1위다. 최고 시속은 100마일(약 160.9㎞)을 가뿐히 넘기고 평균 97마일(약 156.1㎞)을 찍는 포심 패스트볼의 구위뿐만 아니라 주무기 스위퍼를 비롯해 슬라이더, 포크볼, 커브, 싱커, 커터 등의 다양한 구질을 앞세운 덕분이다.
오타니도 인간은 인간이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 2021년과 2022년에 시즌 내내 내준 볼넷이 각각 44개였는데, 올 시즌엔 전반기에만 43개의 볼넷을 내주며 제구력이 다소 무뎌진 모습이다. 그래서 피안타를 가장 덜 맞는 투수임에도 평균자책점이 3점대 초중반대로 치솟았다. 이 때문에 MVP와 사이영상을 독식하는 건 어려워 보인다.
MLB를 통틀어 최고로 우뚝 선 배팅 능력과 에이스급 피칭을 앞세워 오타니는 전반기 베이스볼 레퍼런스 기준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역시 6.5로 전체 1위다. 덕분에 아메리칸리그 MVP는 이미 떼놓은 당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WAR 2위인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애틀랜타 브레이브스, 5.1)와 오타니의 WAR 격차는 1.4에 달한다. 참고로 전반기 WAR 2위 아쿠냐와 WAR 10위 게릿 콜(뉴욕 양키스, 3.7)의 WAR 격차가 1.4다. 오타니의 위엄을 새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역투하는 오타니. USA TODAY Sports연합뉴스
◆오타니의 유일한 고민, 가을야구 좌절

이렇게 승승장구하고 있는 오타니에게 유일한 고민이 있다면 팀 성적이다. 그의 소속팀 에인절스는 2002년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비롯해 2000년대까진 가을야구의 단골손님이었지만, 2010년대 들어 포스트시즌 진출은 2014년이 유일하다. 오타니가 입단한 2018년 이후에도 당연히 가을야구는 초대받지 못했다.

에인절스는 올 시즌 초중반까지는 5할 승률 이상을 거두며 달라지나 싶었지만, 다시 부진하며 전반기를 결국 45승46패, 5할 승률 아래로 마쳤다.

에인절스는 후반기 전망도 좋지 않다. MLB 최고 타자로 손꼽히는 팀 동료 트라우트는 지난 4일 자신이 친 파울 타구에 맞아 왼손 유구골 골절 진단을 받았다. 4~8주의 재활기간이 필요한 부상이다. 3857만달러로 팀 내 연봉 1위인 3루수 앤서니 렌던(33)은 타율 0.236 2홈런 22타점의 ‘먹튀의 대명사’가 되어 버렸다. 오타니가 고군분투해 에인절스를 가을잔치로 이끄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이다.

오타니도 이런 상황에 지친 듯하다. 지난 11일 열린 올스타전에서 오타니는 “지는 것은 정말 짜증나는 일”(It sucks to lose)이라는 발언을 남겼다. 에인절스에 대한 충성심이 사라진 듯한 모습이다.

올 시즌을 마치면 오타니는 MLB에서 처음으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에인절스는 오타니 잔류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지만, 오타니는 월드시리즈 우승이 가능한 팀을 원하기에 에인절스에 남는다는 보장이 없다.
오타니 쇼헤이. AP연합뉴스
이렇게 되면 에인절스 입장에선 트레이드 마감일(8월1일) 이전에 오타니를 다른 팀에 팔아 유망주라도 데려와야 한다. 투타에서 모두 기둥 역할을 하는 오타니를 매물로 하면 한 팀의 최고 유망주를 모두 털어와야 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트레이드 파트너 팀으로선 오타니가 FA 선언 이후 잔류한다는 보장도 없는데, 그를 후반기에만 쓰자고 최고 유망주를 내주는 짓을 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창섭 메이저리그 해설위원은 “미국 현지 분위기를 종합해 보면 에인절스는 오타니를 팔아야 하고, 팔고 싶기도 하지만, 이런 상황 때문에 도저히 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초 5억달러 넘어 6억달러 찍을까

오타니의 올 시즌 연봉은 3000만달러. 한화로 약 381억원에 달하는 거액이지만, 오타니의 활약상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돈이다. 올겨울 FA를 얻는 오타니의 몸값은 올 시즌 내내 MLB 최고의 관심사 중 하나다.

올 시즌 MLB 투수 최고 연봉자는 뉴욕 메츠의 베테랑 듀오 저스틴 벌랜더와 맥스 슈어저로, 둘은 4333만3333달러로 투수뿐만 아니라 전체 연봉 1위다. 타자 중엔 지난겨울 양키스와 9년 총액 3억6000만달러의 계약을 맺은 저지가 올해 4000만달러를 받아 벌랜더와 슈어저에 이어 3위에 올라 있다. 투수로도, 타자로도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오타니는 산술적으론 연봉 8000만달러 이상은 받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MLB 최대 계약 규모는 오타니의 동료인 트라우트가 2019년 3월에 에인절스와 맺은 12년 총액 4억2650만달러다. 미국 현지에서는 오타니의 FA계약 총액의 시작가가 5억달러일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5억달러도 사상 최초인데, 이를 넘어 6억달러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가령 계약기간 10년에 총액 6억달러라고 하면, 오타니가 수령할 연평균 연봉은 6000만달러다. 투수 오타니에게 3000만달러, 타자 오타니에게 3000만달러를 준다고 하면 그리 비싼 금액도 아닌 셈이다. 투수 오타니나 타자 오타니보다 못한 투수, 타자들이 3000만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는 경우가 부지기수이기 때문. 오타니를 두고 양키스, 메츠, LA 다저스 등 빅마켓 팀들이 모두 달려들 경우 몸값은 더욱 폭등할 가능성도 있다.
이 위원은 “오타니가 계약기간은 줄이더라도 연평균 연봉을 높여 받을 수도 있다”면서 “오타니는 연봉보다 우승 가능성과 자신에게 투타를 겸업할 수 있는 조건(6선발)을 제시하는 팀으로 옮길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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