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현의 人터뷰] 6. ‘망상하라, 저질러라, 무모하라’ 풍암2리를 들썩이는 청년들

유승현 2023. 7. 15.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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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서 가까운 여행지, 홍천에 둥지를 튼 청년들.

대면만남의 갈증, 청년 스스로의 요구를 사업화.

행안부 청년마을 만들기, 청년마을 공유주거 조성사업에 선정

혼자왔고, 함께했고,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홍천의 수천명의 관계인구를 만드는 것을 넘어 정착까지 꿈꾸는 청년들.
 

▲ ‘망상하라, 무모하라, 저질러라.’ 업타운을 운영하고 있는 6명의 청년들

20살, 푸릇한 그 모습 그대로 함께 하며 홍천군 서석면 풍암2리를 들썩이고 있는 조현우 업타운 대표를 만났다. 대학동기 김성훈 씨와 공동대표로 업타운을 운영하고 있다. 인하대 출신으로 고향이 인천이다. 강원특별자치도 홍천 작은 마을에 둥지를 틀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김성훈 대표랑 대학교 1학년 때부터 만난 동기다. 내내 친하게 지냈고, ROTC도 같이 복무했다. 전역하고 둘이 뜻이 맞아 같이 사업을 하자고 결심했다.”

둘이 모여 이런 저런 궁리로 사업을 시도해왔고, 잘 된 것도, 그렇지 않은 것도 있었다. 그러다 20대 중후반 코로나19를 맞았다. 코로나19가 장기화 될수록 ‘사람들을 만나서 소통’하는 대면만남의 갈증이 커졌다. 청년 스스로의 요구를 사업화 했다. 자신들과 같은 갈증을 느끼는 청년들이 많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대면만남이 줄어 외로움을 느꼈다. 영국이나 일본에서는 외로움부서를 따로 둘 정도로 이를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더라. 이 외로움, 대면소통에 대한 갈증해소를 위해 처음 기획한 것이 ‘추억의 MT’였다.”

▲ 홍천 서석면 풍암2리의 한 폐가를 손수 수리하고, 리모델링 해가며 지금의 컨츄리타운 프로그램을 시작할 수 있었다.

현우 씨는 대학시절 과 학생회장을 했던 경험을 살려 MT를 떠올렸다. 새학기 초 낯선 동기, 선후배들과 관계를 맺는 데 도움이 되고, 무엇보다 즐거웠던 MT.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대학시절 MT같은 아무 이해관계 없이 그저 친목만을 위한 만남은 아무래도 줄어들기 마련이다. 춘천, 강촌 등 ‘MT’하면 떠오르는 장소는 강원특별자치도에 있었다. 현우 씨에게 강원특별자치도는 수도권에서 가까운 여행지라는 생각이 드는 곳이었다.

“사회적거리두기 지침에 위반되지 않게 ‘추억의 MT’를 지인들을 모아 춘천의 한 장소를 빌려 테스트 해봤다. 참가자들이 즐거워했고, 주 1회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두 달간의 예약이 꽉 찰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이런 작은 성공에 힘 입어 또 다른 아이템을 기획할 수 있었다.”

업타운은 지난해 4월 사회적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다양한 테마로 대면만남을 이어갔다. 일종의 패키지 여행업으로 참여자들을 모객하고, 재밌는 테마의 대면만남을 제공한다. 하지만 패키지 여행 이상의 가치를 담고 있다고 자부한다.

▲ 홍천 서석면 풍암2리에서 진행되는 컨츄리타운 프로그램의 참여자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혼자왔고, 함께했고,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를 슬로건으로 내건 업타운은 혼자서도 참여할 수 있지만, 함께하는 여행을 통해 전국각지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좋은 추억을 쌓고, 이후에도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

업타운은 매주 열리는 상시프로그램과 월 1회 특별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상시프로그램은 컨츄리타운, 메이트타운, 플레이타운, 씨타운 4가지 테마로 컨츄리타운이 운영되는 홍천에 사무실을 내고, 업타운 직원 6명이 모여 살고 있다.

“대학시절 농활을 홍천으로 왔었다. 추억의 MT 다음 테마로 농활을 모티브로 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 무작정 농활을 했던 홍천에 와 10여 군데의 마을을 돌아다니며 각 마을 이장님을 찾아다녔다. 사업의 취지를 설명하고, 장소 제공 등 협조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다 운명처럼 김진수 풍암2리 이장님을 만났다.”

▲ 홍천 서석면 풍암2리에서 진행되는 컨츄리타운 프로그램의 참여자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다른 마을들은 타지 청년들이 갑자기 찾아와 농활을 하겠다고 하니 처음엔 사기꾼인 줄 알고 멀리 하더란다. 대학시절 갔던 농활 마을이 정확히 어딘지 기억나지 않아 무작정 홍천의 농촌 마을들을 돌아다녔다. 그러다 김진수 풍암2리 이장이 흔쾌히 폐가 한 곳을 내주며 해보라고 허락해줬고, 이를 시작으로 그 폐가를 손수 수리하고, 리모델링 해가며 지금의 컨츄리타운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었다. 신기한 건 나중에 알고 보니 그렇게 찾아 헤맸던 대학시절 농활마을이 바로 풍암2리 였다는 것. 대학시절 농활 왔을 때 현 마을이장님이 사무국장으로 있으셨단다. 서로 기억은 못했지만 그렇게 인연이 또 닿았다.

225명의 작고, 조용한 마을에 2030 청년들이 부지런히 다녀가며 마을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누적인원 3000여명이 풍암2리를 다녀갔다. 홍천군 면민체육대회에 풍암2리를 사랑하는 청년들이라는 이름으로 응원도 가고, 서석면에서 하는 동학연극제에 배우로 참여하기도 했다. ‘장사천재’라는 프로그램으로 인근 5일장에서 푸드트럭을 이용해 직접 물건을 팔아보기 하고, ‘비긴어게인 in 농촌’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인디가수, 혹은 일반인들의 버스킹 공연을 홍천 곳곳에서 개최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홍천의 관계인구가 다양한 프로그램 참여자들로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다.

▲ 홍천 서석면 풍암2리에서 진행되는 컨츄리타운 프로그램의 참여자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러한 활동을 기반으로 올해 4월 행안부 주관 마을만들기 사업에 선정돼 2억원씩 총 3년간 지원을 받게 됐다. 여기에 선정된 자들을 대상으로 공모하는 행안부 주관 청년마을 공유주거 조성사업에 6월 연이어 선정됐다. 청년마을 공유주거 조성사업은 이미 청년사업의 인프라가 탄탄한 전국 많은 지역을 재치고, 5곳이 선정됐는데 그 중 후발주자인 홍천군이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업타운의 꾸준한 활동, 풍암2리 마을의 전폭적 지원, 그리고 무엇보다 홍천군청 박정선 주무관의 눈물어린 노력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였다.

“박정선 주무관님이 아이를 등에 업고, 밤새 야근을 해가며 공모를 준비해줬다. 행안부에서 현지실사를 나왔을 때 ‘우리 아이들에게 달라진 홍천을 물려주고 싶다’는 절절한 사업에 대한 의지가 실사 온 분들의 심금을 울렸다.”

국비 10억원, 군비 10억원 총 20억원의 사업비로 풍암2리에 청년 주거공간이 마련될 예정이다. 현우 씨는 이를 토대로 홍천에 대한 애정이 더 생기고, 더 큰 꿈을 꾸게 됐다.

“최종목표는 마을만들기 사업과 청년 주거공간을 기반으로 실제로 청년들이 마을에 정착하게 되는 것이다. 업타운 사업적으로는 이런 다양한 시도들이 전국적으로 확대돼 전국 농어촌 마을에 청년 관계인구, 정착인구가 늘어나는 것이다. ‘함께 해서 더 행복한 세상’이 다른 여행과 차별화된 업타운 여행만의 가치다.”

▲ 조현우 업타운 공동대표.

‘망상하라, 무모하라, 저질러라.’

업타운의 사훈이다. 현우, 성훈 씨 2명으로 시작한 사업이 현재는 크루가 15명 그중 4명이 전업으로 뛰고 있다. 4명의 직원은 업타운의 여행 프로그램 참여자로 만나 원래 하던 일을 그만두고, 이 사업에 참여한 사람들이다. 촬영 전문가, 디자인 총괄자 등 잘나가던 직장을 과감히 정리하고, 업타운에 참여했다.

“MT에 참여한 분이, 재밌다며 농활을 오고, 또 다음 프로그램을 참여하고... 그렇게 계속 오다가 함께 하자며 제 발로 찾아왔다. 드래곤볼 모이듯이 드림팀이 꾸려졌다. 각자 전에 일했던 특성을 살려 업타운의 꼭 필요한 업무들이 채워졌다. 참 고마운 동료들이다.”

반갑다. 풍암2리를, 서석면을, 홍천을 들썩일 업타운 청년들은 오늘도 무언가 신나는 일을 궁리하고 있을 것이다. 유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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